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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덕선이? ‘란제리 소녀시대’ VS 악역이 옥에 티 ‘아르곤’[이주의 BEST&WORST] KBS2 <란제리 소녀시대>, tvN <아르곤>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7.09.16 11:05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제2의 덕선이가 보인다 <란제리 소녀시대> (9월 11일 방송)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꼼꼼한 시대 고증을 거친 ‘추억팔이’ 드라마였다면, 지난 11일 첫 방송된 KBS <란제리 소녀시대>는 그러한 고증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여전히 ‘추억팔이’에 기댄 드라마다. 부정적인 의미의‘ 추억팔이’는 절대 아니다. 블루오션을 개척한 건 아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응답하라> 시리즈를 좇는다는 점에서 낡은 시도인 것 같긴 하지만, 그것이 지상파 드라마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어쨌든 배우들의 연기력과 유쾌한 스토리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특히 여자 주인공 이정희 역의 우주소녀 보나가 꽤나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을 연기했던 걸스데이 혜리를 보는 듯하다. <최고의 한방>에서 도혜리 역을 맡았던 보나는 두 번째 작품인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주연을 맡았다. 엄마가 쌍둥이 오빠한테만 ‘메이커 옷’을 사주는 태생적 억울함을 갖고 사는 보나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학생한테는 할 말 안 할 말 다하는 위풍당당함을 보여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학생 앞에서는 천생 소녀가 되는 반전매력을 보여준다. 고작 옛날 과자 전병 앞에서 한없이 밝은 미소를 보이는 정희에게서도 덕선의 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첫 회 만에 캐릭터를 만들어내긴 어렵다. 그러나 정희 역의 보나는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연기력을 보였다. 거기에 스피디한 전개가 한 몫 한 덕분에 첫 회 만에 캐릭터가 뚜렷해졌다. 위풍당당 명량소녀로 말이다.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물론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으로 밀고 나가는 유쾌한 성장드라마’라는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이 주의 Worst: 바보 같은 악역이 옥에 티 <아르곤> (9월 12일 방송)

tvN <아르곤>은 하나의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큰 사건이 주어지는 미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어떤 사건이 주어지든 끝내 진실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아르곤 팀의 활약은 ‘역시 tvN 드라마’라는 감탄사를 낳지만, 그럼에도 딱 하나 아쉬움이 있다면 유명호(이승준) 보도국장이다.

유명호 보도국장은 좋게 얘기하면 합리적이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계산적이고 비열한 능력과 과도한 권력욕으로 보도국장 자리에 오른 악역이다. 김백진(김주혁)을 주축으로 한 아르곤 팀이 늘 눈엣가시인 존재다. 아르곤 팀이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비해, 유명호 보도국장이라는 악역은 너무나 일차원적이고 유치해서 오히려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tvN 월화 드라마 <아르곤>

아르곤 팀은 한국계 최초 미국 장관이 된 로버트 장관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유명호 국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버트 장관 인터뷰를 뉴스9으로 옮겨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아르곤 팀이 로버트 장관과 관련된 특별한 인물을 찾는다는 첩보를 전해들은 유명호 국장은 “공식 인터뷰에서 로버트 장관은 친부모 찾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는 팩트도 무시한 채 친부모를 억지로 찾았다. 심지어 로버트 장관에게 개인적으로 친부모 사진을 보내면서 생색을 냈고, 이는 단독 인터뷰 취소라는 결과를 야기했다. 아르곤 팀의 특종을 가로채는 과정도, 유치하게 가로챈 특종을 공중 분해시키는 과정도 너무나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김백진 앵커가 로버트 장관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사이, 유명호는 보도국장으로서 그 어떤 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로버트 장관과의 인터뷰에 들떠 새로운 수트를 맞추는 것이 유명호 국장이 기울인 노력의 전부였다. 오죽했으면 본부장마저 “네가 이사회 네 표 얻었다고 설레발치고 다니는 사이에 김백진은 특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나도 장담 못 한다”면서 유명호의 부족한 능력을 다그쳤을까.

tvN 월화 드라마 <아르곤>

김백진이 우직한 근성을 갖고 있다면, 유명호는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이라든지 고도의 권모술수 비책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등한 관계에서의 갈등과 대립이 성립한다. 그러나 유명호의 대응은 늘 물리력이었다. 자신과 손을 잡고 있는 검사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가면, 곧장 김백진을 찾아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김백진이 없다면 후배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화풀이를 했다. 이도저도 안 되면 아르곤 팀 생방송 스튜디오에 난입해 김백진의 멱살을 잡았다. 유명호 캐릭터가 비열하긴 해도 계산적인 면모 하나로 보도국장까지 오른 인물인데, 그런 자리를 꿰찬 사람치고는 심각할 정도로 허술하다.

이젠 ‘어차피 승리는 아르곤 팀’이라는 명제가 알게 모르게 성립되어, 유명호의 방해공작이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악역이 더욱 촘촘하고 똑똑해야 그에 맞서는 진실 추구도 긴장감을 얻고 시청자에게도 짜릿함을 선사할 텐데, 이미 끝이 정해진 싸움을 보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바보 같은 악역이다. 그래서 메인뉴스 신임 앵커 자리를 둘러싼 김백진과 유명호의 싸움이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승리는 김백진일 테니까.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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