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마산 MBC와 진주 MBC를 광역화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겸임 사장을 발령하며 지역 광역화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19개 지역 MBC노조 지부장단이 “일방적 통폐합을 즉각 중단하라”며 MBC 본사 사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김재철 MBC 사장은 지난 8일 인사를 통해 마산, 진주에 대한 광역화 추진 의사를 밝히며 김종국 당시 기획조정실장을 마산, 진주의 겸임 사장으로 발령했다.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마산 지부와 진주 지부는 김종국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으며, 이에 현재까지 김 사장은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를 이유로 3월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마산과 진주 MBC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19개 지역 MBC 노동조합 지부장들은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서 지역 MBC 광역화와 관련한 회의를 진행했다. 19개 지역MBC노조 지부장들은 회의 직후 입장을 내어 지역 MBC 통폐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날 오후 6시부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19개 지역 MBC노조 지부장 “지역 MBC 독립성 빼앗아간 것은 대주주인 문화방송”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19개 지역MBC노조 지부장들은 “언론악법 저지와 공영방송 MBC 사수투쟁에 지역MBC 구성원들이 동참하는 동안, 지역MBC의 독립성은 어느새 만신창이가 되도록 훼손돼 왔다”며 “지역MBC의 독립성을 빼앗아 간 것은 권력, 자본도 아닌, ‘대주주, 문화방송’”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급기야 최근에는 ‘두 회사를 하나로 강제 통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며 “이 무슨 전두환의 언론통폐합보다 못한 짓이란 말이냐. 100년에 한 번 태어날 인물인 이명박도 ‘대한민국 땅 면적에 공영방송이 두 개씩 있을 필요 없으니 MBC와 KBS를 통합하겠노라’ 하지는 않는다. 이 비참한 상황을 지역MBC 구성원들이 조용히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이냐”고 일갈했다.

이들은 사장실 점거 농성 이유에 대해 “최근 김재철 사장은 지역MBC 노조의 요구에 대해 ‘얘기 꺼낼 가치도 없는 요구’임을 재차 분명히 밝혔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MBC 구성원들이 조용히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이냐, ‘귀 닫고, 눈 감고, 대화도 필요 없고, 오직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겠다’고 나선 대주주 앞에 지역MBC 구성원들이 저항할 수 있는 도구가 또 무엇이 남아 있냐. 그래서 결국, 지부장단은 물리력 행사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 지부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부장단의 이 심각한 절체절명의 상황을 본부노조 차원의 투쟁으로 반드시 승화시켜 단일노조의 힘으로 쟁취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지부장단의 행동 결의에 대해 ‘행동적 모험주의’로 치부한다는 상집회의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토록 절실한 지부 공동 현안에 대해 구체적 해결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김재철에게 씨알도 안 먹히는 분위기라는 얘기만 전하면서, 지부장단의 물리력 행사를 ‘모험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지역은 MBC본부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 지역지부 조합원들이 서울지부의 현안을 ‘내 일’처럼 생각하듯이,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지역지부의 절체절명의 현안을 ‘내 일’처럼 여겨야 한다”며 “‘지역’이 현재 느끼는 위기감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수준이 아니라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존폐위기의 현실’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장실 점거 농성은 지역 MBC노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보흠 MBC노조 홍보국장은 “지역 광역화와 관련해 서울 지부와 지역 지부는 ‘일방적인 광역화 추진은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은 공유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행동 돌입에 대해서는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으로 향후 회의 등을 통해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농성, 원칙대로 대응할 것”

한편, MBC는 지역 MBC 노조원들의 사장실 점거 농성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기화 홍보국장은 이날 오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대화가 아닌 행동, 불법적인 농성에 대해서는 회사는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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