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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 MBC에서 제작 안 된 이유는MB 블랙리스트, MBC에서 어떻게 작동했나..."경영진, 전방위적으로 블랙리스트 작동시켜"
송창한 기자 | 승인 2017.09.14 14:2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이명박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의 MBC 내부 작동 과정을 당시 PD들의 증언을 통해 폭로했다. 각 부문 PD들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사실이 이번 국정원 블랙리스트로 확인된 것 같다"며 "정확하게 작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MBC본부는 14일 '국정원의 MBC 장악'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피해를 입은 각 부문 PD들의 증언을 모아 블랙리스트 작동 과정을 설명했다. PD들의 증언에 따르면 MBC경영진은 시사교양·라디오·예능·드라마 등 전방위에 걸쳐 블랙리스트를 작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촛불 등의 단어를 금기어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정치풍자를 금지하는 등 내용개입도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국정원의 MBC 장악'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의 MBC내부 작동 과정을 당시 PD들의 증언을 통해 폭로했다 (미디어스)

2009년 개그맨 김제동씨와 함께 캠핑컨셉의 파일럿 프로그램 <오마이텐트>를 연출한 조준목 시사교양PD는 높은 첫방시청률을 기록하고도 정규방송을 할 수 없었다. MBC는 '프로그램 제목이 오마이뉴스를 연상시킨다'와 같은 이유로 <오마이텐트> 정규편성을 미뤘다. 조 PD는 "2010년 전까지 김제동이 MC라서 문제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며 "백종문이 편성국장이 되고 안광한이 편성본부장이 되면서 MC와 제목을 바꾸고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다"고 전했다.

MBC의 대표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는 '창조경제'를 아이템으로 써달라는 청와대의 지속적인 압력이 들어왔다. 최행호 예능본부PD는 "<무한도전> 담당 국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MBC경영진을 통해 <무한도전>에서 창조경제 관련내용을 다뤄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최 PD는 "담당PD인 김태호 PD가 적절치 않다며 거절했으나 (청와대가) 1년여에 걸쳐 창조경제 아이템을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본부에서도 블랙리스트에 따른 배우 배제와 PD압박이 있었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김민식PD의 경우 본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었다. 박원국 드라마PD는 "김민식PD의 경우 박혜련 작가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기획했지만 MBC에서 편성이 불발됐고, 윤태호 작가와 '미생'의 드라마화를 논의해 판권확보를 MBC에 요청했으나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 PD는 "김민식PD는 2015년 방송 준비 중이던 일일드라마에서도 하차통보를 받았다"며 "노조 집행부였던 김민식이 뉴스데스크 앞에 방송되는 일일극 연출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임원회의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성근·김여진·이하늬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들은 잇따라 출연이 배제됐다. 박원국 PD는 "배우 캐스팅은 드라마PD 고유권한"이라며 "몇 년 사이 이 원칙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박 PD는 "배우캐스팅에서 제작진과 배우 모두 자기검열이 스스로 작동됐다"고 설명했다. 배우 문성근씨의 경우 MBC에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스케줄은 괜찮지만 MBC가 나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으니 확인해 보라"고 답했고, 배우 김여진씨는 "어차피 안 될 거 그냥 하지 말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PD는 "김여진 씨의 경우 이미 MBC의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측의 반대로 출연이 무산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세월호·촛불 등을 금기어로 지정해 검열한 사례도 있었다. 단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 세월호를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에 대해서도 검열이 있었다. 박 PD는 "2015년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대형 재난묘사 내용이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수위를 낮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단막극 '퐁당퐁당 러브'에서 세월호 사건을 추모한 씬에 대한 대본검열도 있었다. 방송하려면 그 씬을 빼라고 한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김 본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물론이고 MBC 내부부역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는 청와대가 국가기관을 이용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역사가 되풀이되서는 안 된다"며 "국정원이 반드시 이 문서를 공개하고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처벌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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