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니 실명으로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노홍철과 장윤정이 결별하고 한동안 누리집은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장윤정은 이런저런 입장을 밝힌 반면 아무 반응 없었던 노홍철에 대해서 많은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는데, 그와 사적 연락을 취할 수 없는 대중으로서는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보도행태에서 또 다시 카더라와 받아쓰기 구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한도전 하하의 복귀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 양편으로 나뉜 듯싶다. 1박2일 김종민의 복귀편과의 차별성과 함께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한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하하 복귀편은 예기치 않은 돌부리에 걸렸다. 서해안 해군함정 침몰 소식과 노홍철의 결별이었다. 방영된 시점에서는 이미 노홍철 이슈는 잠잠해졌지만 녹화시점은 결별하고 바로 이틀 후라는 점에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시점으로 돌아가 노홍철의 고통을 탐지하고자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복귀 때도 그렇고 아직까지도 어버버한 김종민과 달리 똑똑한 하하지만 몇 가지 바뀐 시청자 트렌드에 대한 준비는 못한 듯싶었다. 그렇지만 공백을 애써 부인하는 듯 영리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줘 감을 되찾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거란 기대감도 주었다. 아직은 그의 연착륙을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김종민보다는 수월하게 예능호흡을 보일 거란 짐작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보인다.

그런 짐작에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고 아니 솔직히 그보다도 노홍철에게 더 많은 신경이 쓰였다. 그러던 중 그의 말 한 마디가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소속사도 없는데, 무슨 소속사와 연락두절"이냐는 말이었다. 결국 그의 결별소식 후 그에 대해 기사를 쓴 수많은 기자들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거른 채 바쁜 손을 놀렸던 것에 대한 완곡한 항의로 보였다.

연예인이 크고 작은 일들에 휘말릴 때에 직접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하면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 소속사였기 때문에 '소속사와 연락두절'이라는 기사 속 굵은 글자는 노홍철, 장윤정 모두에게 오해와 억측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기사는 이럴 경우 악플보다 더 심각하게 사람을 해치게 된다. 이처럼 언론매체가 명백한 오보를 낸 후에 그것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참 씁쓸하다.

연예관련 기사가 이슈를 장악하는 환경 속에 매체들은 생존을 위한 속보 경쟁 중에 있으며,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오보성 기사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이 언론매체와 소송을 하거나 하다못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괜히 기자 건드려서 좋을 것 없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반성할 줄도 모르고, 항의하지 못하는 이런 불공평한 관계의 지속 속에 여전히 연예인들의 인권은 위험수위에 목만 내밀고 있는 형국인 것이 안타깝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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