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에서 반대표가 다수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안철수 대표는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당"이라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까 말한 기준에 따라 의원들이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의원총회에서 안 대표는 "사법부 독립의 적임자인지를 기준으로, 또한 소장으로서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안철수 대표는 "존재감을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점을 뽐낸 셈이다.

안철수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비판을 제기했다. 정의당은 김동균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안철수 대표는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및 헌재소장 최장기 공백 사태에 일조한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모양"이라면서 "오늘 부결 사태를 두고 국민들의 시선은 벌써부터 국민의당으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무기명 투표이긴 하지만 정황상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의당이 주범이라고 자백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절묘한 극중주의로 145 대 145라는 가부동수를 만들어낸 것은 '신박'할 따름이지만 자랑스레 떠들 일은 아니다"면서 "보수야당의 발목잡기에 동참하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중간을 좋아하는 안철수 대표께 충고드린다"면서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금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치를 하시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청와대는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상상도 못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다른 안건과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연계하려는 정략적 시도는 계속 됐지만, 그럼에도 야당이 부결까지 시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김 후보자에게는 부결에 이를만한 흠결이 없다"고 말했다.

윤영찬 수석은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고, 특히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이로써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께서 가장 잘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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