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가 호남을 홀대하고 있다는 '호남홀대론'을 꺼내들었다. 호남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정작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에 싸늘하다. 문재인 정부의 심장에 가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1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9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꼴찌로 내려앉았다. 더불어민주당이 49.7%로 1위, 자유한국당이 16.7%로 2위, 바른정당이 6.3%,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5.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지지율 회복이란 과제를 안고 당 대표에 오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반등의 출발점으로 '호남'을 선택했다. 안 대표는 호남에서 지난 6일부터 5박6일 간 일정을 소화했다. 호남에서 머무는 동안 안철수 대표는 '호남 홀대론'을 공론화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호남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국민의당의 일간 지지율은 4일 6.6%, 5일 5.7%, 6일 5.9%, 7일 6.4%, 8일 5.4%를 각각 기록해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소폭 하락한 모양새다.

호남에서는 더 심각했다. 8월 5주차 여론조사에서 14.3%였던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9월 1주차 9.7%까지 하락했다.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셈이다. 이를 두고 안철수 대표가 정치적 공략 지점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호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호남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월 5주차 85.8%, 9월 1주차 87.3%에 이른다. 즉 안철수 대표는 문 대통령의 텃밭에 가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며 지지를 호소한 셈이 된다. 우물에 가서 숭늉 찾은 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호남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지역인데 여기서 공세를 퍼부으니, 호남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을 지지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호남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문재인 정부를 도우면서 청년과 소통할 방법을 찾거나, 수도권에서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면 호남이 차기 지지자로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얼미터 8월 5주차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2531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1%,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1.9%p.다. 9월 1주차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2543명을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1.9%p.다.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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