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은 제19대 독일연방의회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연방정부의 핵심격인 하원의원 598명1)을 선출하는 이 선거는 총 42개의 정당이 출사표를 던져 2013년 제18대 연방선거 34개보다 8개가 많다. 18대 의회의 원내정당은 CDU(기독민주당, 255석), SPD(사회민주당, 193석), Die Linke(좌파당, 64석), Grüne(녹색당, 63석), CSU(기독사회당, 56석) 등 5개 정당이다. CDU와 CSU는 ‘die Union’으로 연합을 구성하고 있어 최종 원내진출 정당은 4개 정당으로 계산된다. 그 외 FDP(자유민주당, 4.8%)와 AfD(독일을 위한 대안, 4.7%), Piraten(해적당, 2.19%), NPD(국가민주당1.28%)는 비례대표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원내진출에 실패했었다. 2013년 선거결과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은 정당은 FDP로 2009년 제17대 연방선거에서 93석을 확보했지만 전석을 잃었다. 반면 극우정당 AfD는 창당 원년인 2013년 4.7%의 비례대표 득표를 보여 같은 극우정당인 NPD보다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메르켈의 4선 도전, 성공할 것인가?

올해 독일연방의회선거의 가장 큰 화두는 현재 3선 째 연방총리를 역임하고 있는 CDU/CSU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선 도전이다. 메르켈총리와 양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SPD의 마르틴-슐츠는 지난 3월, 당대표로 선출되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면서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 증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올해 치러진 3개 주의 ‘주 의회선거’(Landeswahl) 결과가 가장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3월 자알란트(Saaland)에서 먼저 주 의회선거가 치러졌고, 그 결과 CDU는 24석(5석 증가), SPD는 17석(증감 0)을 각각 확보하여 두 정당 간의 격차가 2석에서 7석으로 늘어났다. 5월에 치러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주 의회 선거에서도 CDU는 25석(3석 증가), SPD가 21석(1석 감소)으로 역시 의석 4개로 격차가 벌어진다.

2017년 독일 주 의회선거(Landestag) 결과

연방선거 이전의 마지막 주 의회선거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Nordrhein-Westfalen)에서 CDU는 2012년과 비교해 5석이 증가한 72석을 차지한 반면, SPD는 30석이 감소한 69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여당에서 밀려난다. 득표율을 보면 SPD는 2012년 42.29%(약 329만 표)에서 34.53%(약 291만 표)로 39만 표가 감소했고, CDU는 32.71%(약 254만 표)에서 38.35%(약 324만 표)로 33만 표가 늘어났다. 의석이나 득표에서 SPD는 CDU에게 모두 패배한 격이다.

주 의회선거 결과는 SPD의 당대표인 마르틴-슐츠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7년 8월 마지막 주에 ZDF가 ‘PolitBarometer’(Forschungsgruppe Wahlen. e.V (선거조사그룹)조사)를 통해 실시한 ‘차기 연방총리에 적합한 사람은’이라는 문항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CDU/CSU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지지율은 60%, 마르틴-슐츠는 33%로 격차가 컸다. 그나마 지난 9월 3일 전국송출지상파방송(das Erste, ZDF, RTL, Sat.1)사들을 통해 방영된 양자토론(Das TV-Dualle)에서 마르틴-슐츠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어 53%대 39%로 격차를 좁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진 부족한 상황이다.

극우정당 AfD, 연방하원 원내진출 가능할까?

올해 독일연방의회선거에서 두 후보의 경쟁구도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슈는 바로 극우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이 연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9월 8일 기준 Politbarometer 조사에 따르면 정당별 지지율은 CDU/CSU가 38%, SPD 22%로 양당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제3정당은 DIE LINKE(좌파당), GRÜNE(녹색당), FDP(자유민주당), AfD 등 4개 정당이 9% 내외의 지지율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2) 현재의 지표에 따르면 연방하원의 원내정당은 제18대의 4개보다 많은 6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AfD가 극우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주 정부의회 별 AfD 의석확보 비율(2017년 9월 기준) 출처: https://de.statista.com/infografik/5926/afd-in-den-landtagen/

AfD의 총선공약은 2016년 5월 1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채택된 내용들이 기초를 이룬다. 공약들은 ①유럽연합의 실험이 종료되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거나 유럽연합 스스로가 해체해야 하고, ② 이산화탄소 배출협약은 잘못된 협약이므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기간 연장이 필요하며, 대체에너지 보급 촉진법은 폐지되어야 하며 ③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Der Islam gehört nicht zu Deutschland)는 기본이념아래 이슬람성당에 대한 해외지원 금지, 이슬람성당과 부르카착용 금지 ④ 징병제 부활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 TTIP(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에 대해선 die Linke, Grüne와 마찬가지로 협약에 반대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제에 대해선 대부분의 정당과 마찬가지로 법적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AfD는 창당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표적 극우정당이었단 NPD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3년 연방의회선거에서 AfD의 지지율이 NPD보다 높았고, 창당 후 1년이 지난 2014년 유럽의회선거에서 7.1%의 득표로 7석의 자리를 확보했다. 그 기세는 주 의회선거에서도 이어져 작센(Sachen) 주 9.7%(14석),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12.2%(10석), 튀링엔(Türingen) 10.6%(8석)의 득표로 원내진출에 성공한다. 지금까지 AfD가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은 2013년 이후 주 의회선거를 거치지 않은 니더작센(Niedersachsen, 2017년, 헤센(Hessen, 2018년), 바이에른(Bayern. 2018년) 세 주 의회뿐이다. 이를 반대로 접근하면 AfD는 창당 이후 참가한 모든 주 의회선거에서 원내진출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된다. 게다가 AfD는 독일 내 난민문제가 가장 심했던 한해인 2016년에 치러진 작센-안할트(Sachen-Anhalt) 주 의회선거에선 24.2%의 득표로 22석을 확보하여 SPD를 제치고 원내 제2당이 된다.

AfD의 선거광고(이슬람? 우리의 부엌과 어울리지 않는다) 출처: AfD 홈페이지.

총 13번의 주 의회선거, 1회의 유럽의회선거를 거친 결과 AfD는 독일 전역 주 의회의 의석 총 합계 1,821개 중 162개8.9%)를 확보, CDU(532석, 15개 주), SPD(516석, 16개 주), GRÜNE(204석, 14개 주)에 이어 4번째 정당으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물론 주 의회 의석확보와 연방하원의원 의석확보는 다른 문제로 해석되지만, 제한선 5%를 훌쩍 넘는 9%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AfD는 하원의회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없다. 실제로 한 선거정보제공사이트3)에선 이번 연방의회선거결과를 CDU/CSU 242석, SPD 150석, FDP 56석, die Linke 53석, AfD 50석, Grüne 47석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 예상대로 만약 AfD가 하원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독일 대표극우정당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노리듯이 AfD는 선거광고에서도 자신들의 성향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부르카(Burka)착용 반대, 유럽연합탈퇴입장 관련 포스터는 물론 난민유입 및 난민지원, 이슬람에 대한 배격 입장들을 담은 선거포스터를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18대 독일연방의회선거를 메르켈 총리의 4선, AfD의 하원진출 가능성, 이 두 가지 이슈로 구분하여 소개했다. 물론 이 외에도 각 정당 간의 정책(특히 CDU와 SPD) 차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에 수립해야 하는 정당 간 연정과 같은 정치 사안들에 대한 문제, 선거유세 과정에서의 발언도 충분히 주요이슈로 다룰 만한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모두 ‘난민’과 ‘이주민’이라는 이슈의 중점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이번 정권에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유화책을 선택한 반면에 AfD는 강경책을 통해 강한 통제와 배제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이번 연방의회선거에서 메르켈이 4선에 성공하고, AfD가 하원원내에 진출하게 될 경우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정책결정과정에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방선거가 불과 2주 남짓 남은 현 시점에서 유력총리후보자 2인의 경쟁구도는 강화되고 있으며, 군소정당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체들도 선거관련 이슈들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전국송출공영채널(das Erste, ZDF)는 특별방송프로그램들을 공격적으로 배치하여 정책관련 토론, 정당인들의 대담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공영방송사들도 지역구 의원 관련 뉴스와 프로그램, 정당별 정책정보 제공 역할을 수행하면서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차후 남은 일정동안 변화하는 정당별 지지율이나 정책관련 이슈들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주1) ‘인물화 된 비례대표제’(das personalisierte Verhältniswahlrecht)로 불리는 독일의 투표방식은 총 2표를 행사한다. 1표는 선거구의원을, 1표는 정당명부에 따른 비례대표를 선출하게 되는데 각각 그 비율은 298명으로 동일하다. 비례대표후보자 중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동일하게 분배하기 위해 보상의석(Ausgleichsmandate)이 제공되기 때문에 의석은 598명이 될 수도 있고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 2013년~2017년 제18대 독일연방의원 수는 598명에 보상의석 32석이 추가되어 총 630석으로 구성되었다.

주2) http://www.forschungsgruppe.de/Aktuelles/Politbarometer/

주3) https://bundestagswahl-2017.com/progn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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