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리얼해서 정감 가는 <신혼일기2> (9월 5일 방송)

tvN <신혼일기2>의 오프닝 장면. 제주도 어느 집 마당에 놓인 작은 볼풀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가족. 아기가 잠시 튜브를 타고 노는 사이, 부부가 진하게 키스를 한다. 아내의 리드 아래. 이어진 사전 인터뷰. 지금의 남편과 처음 만나 화보촬영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을 때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고, 굳이 말해도 되지 않는 디테일까지 털어놓는 아내. 결혼 3년 차임에도 아직까지 화장실에 갈 때 음악과 물소리를 틀어놓으며 굉장히 조심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고 허허 웃는 아내.

tvN 예능프로그램 <신혼일기2>

모델 장윤주 얘기다. 처음부터 <신혼일기2>의 앞날이 그려졌다. 그것도 아주 뚜렷하게. 시즌1의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그들만의 아기자기한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달달한 신혼부부였다면, 장윤주-정승민 부부는 거칠 것 없는 입담과 솔직함을 겸비한 신혼부부였다. 전자가 오솔길이라면, 장윤주 부부는 마치 오르막과 내리막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오프로드 느낌이랄까. 낯선 오프로드가 아니라 왠지 우리 옆집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익숙함이 풍겨온다.

이전 시즌에서는 두 사람이 아기자기하게 요리를 하고 단둘이 여유롭게 식탁에 앉아 한상차림을 먹었다면, 장윤주-정승민 부부는 아기 때문에 외식을 포기하고 모기를 잡기 위해 밥하는 것을 미루다가 결국 밥보다 아기 목욕을 먼저 하게 되는, 아이가 있는 시청자라면 어딘가 모르게 공감이 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신혼부부의 이상을 보여줬다면, 장윤주-정승민 부부는 대화할, 아니 밥 먹을 여유조차 없는 육아의 현실을 보여줬다.

동화 같았던 <신혼일기>가 시즌2에 이르러서는 땅에 발 디디고 사는 현실 부부에게로 카메라 렌즈를 돌렸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대화하는 장면은 비록 볼 수 없지만, 아내가 아기를 재우는 사이 남편이 젖병을 닦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하다. “아기가 있으니까 매일 (음식을) 시켜 먹는다. 온라인 배달 사이트 VIP 고객이다”라는 장윤주의 사전 인터뷰도, 연예인 신혼부부라고 느껴지지 않는 대목 중 하나였다.

tvN 예능프로그램 <신혼일기2>

첫 회부터 장윤주-정승민 신혼부부에게 남다른 애착이 생긴 건, 단지 그들이 연예인이라서 혹은 음담패설을 즐겨하는 솔직한 매력을 보여줘서만은 아니다. 그냥 TV를 보고 있는 많은 엄마 아빠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장윤주-정승민 부부도 딸 리사를 재운 뒤, 밤 10시가 다 된 시각에 급하게 밥을 차려서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겨우 한 술 떠먹는다. 달콤한 대화보다는 많은 의미가 담긴 한숨을 쉬면서 말이다. 겨우 아기를 재워놓고 매일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시청자들은 TV 브라운관에서도 자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확인하며 위로를 받을 것이다.

우리가 연예인 부부에게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해본 적이 없었다면, <신혼일기2>를 보자. 첫 회부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의 Worst: 그냥 몽골 단체여행인가요? <추블리네가 떴다> (9월 2일 방송)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발점은 가족이었다. 초반에는 철저히 아빠와 아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 정도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자리 잡히고 시청자들도 그들의 이야기에 익숙해질 때쯤 스토리 확장을 위해 게스트를 한 명씩 초대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게스트 섭외의 전제는, 원래 출연자들이 자리를 잡고 난 이후였다.

SBS 예능프로그램 <추블리네가 떴다>

SBS <추블리네가 떴다>(이하 <추블리네>는 단 2회 만에 게스트 꾸러미를 들고 나왔다. 그것도 5명이나. 이미 첫 회부터 추성훈-야노시호-추사랑 가족의 ‘몽골 가이드’라는 명목 아래 악동 뮤지션이 동행했는데도 말이다. 5명이었던 여행 가족은 김동현 선수, 배우 김민준, 강경호 선수, 모델 아이린, 신인 모델 엄휘연이 합류하면서 어느새 10명이 되었다. 모두 추성훈과의 인연을 이유로 출연했지만, 그 수가 많다보니 의도치 않게 새로운 가족이 원래 가족을 덮치는 꼴이 되어버렸다.

물론 추사랑 가족이 전혀 낯선 존재는 아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터줏대감으로서 이미 시청자들에게 추사랑은 ‘국민 베이비’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추블리네>의 핵심은 추사랑 육아 예능이 아니라, 추사랑의 새로운 문화 체험기다. 어느덧 7살이 된 추사랑이 혼자가 아닌 단체생활, 그리고 현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다. 제작진은 추사랑이 몽골 아이들과 채 친해지기도 전에 너무나 많은 어른들을 투입시켰고, 그 안에서 추사랑은 주변인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날 방송된 <추블리네>는 추성훈과 친구들, 혹은 몽골판 <정글의 법칙>에 가까웠다. 추사랑은 잠깐씩 등장하는 특별 게스트 수준이었다. 추성훈과 김동현, 박병호 선수는 말 우유 태닝 도전에 이어 몽골씨름단과 씨름대결 및 공동훈련을 하면서 몽골판 <정글의 법칙>을 찍었다. 야노시호는 씨름단 감독의 아내와 함께 요리를 하며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아이린, 엄휘연, 악동뮤지션의 수현은 비슷한 또래끼리 통하는 속 얘기를 털어놓았다. 공감대가 있는 어른들끼리 뭉쳐서 문화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추사랑은 어딘가로 증발해버렸다. 그나마 아이린이 추사랑과 몽골 국민 과자를 맛보고, 몽골 현지 아이들과 함께 매니큐어를 바르면서 교감을 시도한 것이 전부였다.

SBS 예능프로그램 <추블리네가 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추사랑의 새로운 문화 경험에 굳이 김동현, 박병호 선수와 배우 김민준, 모델 엄휘연이 필요했을까. 정말 필요했다면 그들이 추사랑과 어울리면서 관계를 좁혀나가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어야 했는데, 적어도 방송 상으로는 그들이 추사랑과 첫인사를 나누는 모습조차 비치지 않았다. 그냥 아빠 친구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김동현, 박병호 선수를 제외하고는 추성훈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5명의 게스트들을 이렇게 먼 몽골로 불러들인 이유가, 90분에 달하는 방송이 끝나기 전까지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몽골을 떠나기 전에는 이 의문이 풀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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