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하려는 국회에 소년법 개정을 위한 발의 바람을 불러온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애초에 경찰의 초동대처부터 사회적인 이슈로 커진 후까지도 강력한 대처에 임해야 할 경찰과 검찰이 왠지 모르게 가해자들을 감싸려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7일 JTBC는 단독으로 피해 여중생 가족의 하소연을 전했다.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검사님이 어차피 소년법 때문에, 성인만큼의 처벌을 받기 힘드니까 합의하는 게 어떻겠냐, 가해자들도 청소년이니까 용서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자가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하자 검찰은 “소년 사건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아직 이 사건이 보도되지 않은 상태, 그러니까 1차 폭행이 일어나고 경찰이 가해학생들 중 두 명이 보호관찰 아래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라면 몰라도 이미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지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소년법 폐지 및 개정에 대한 청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검찰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산의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이 2개월 전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고 휴대폰으로 찍는 모습 2017.9.4 [CCTV 캡처=연합뉴스]

이 사건은 오래 방치해두었던 소년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확보하게 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차마 폐지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개정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집중될 것이다. 시류에 편승하려는 것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실제로 소년법이 가해자 중심이라는 점에서 피해자를 위한 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소년법 개정 및 폐지로 옮겨간 논란의 핵심은 왜 강력범죄의 처벌 조건이 가해자가 기준이 되느냐는 것이다. 또 법은 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하느냐는 것이다. 소년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질 때는 거의 대부분 집단폭행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같은 폭행이라 할지라도 집단폭행에 의한 트라우마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폭행의 피해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고 했다. 과연 소년법이 상식을 얼마나 담보하고 있는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집단폭행의 피해자, 특히 7시간씩 그것도 두 번이나 폭행을 당했다면 그 공포와 굴욕감은 평생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의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이 2개월 전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은 여중생 2명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 2017.9.4 [CCTV 캡처=연합뉴스]

그렇지만 소년법 어디에도 그런 피해자를 평생 보살펴야 한다는 조항은 없는 것 같다. 대신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면 피해자에게 어떤 가해를 했든 처벌할 수 없다. 그걸 알고 더 잔혹한 짓도 서슴지 않는 세태가 됐는데도 단지 소년법이 만들어진 취지에 얽매여 신중론을 내세우는 것이 진정한 휴머니즘의 태도인지도 또한 의문이다.

물론 처벌이 강화되는 것이 능사라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성년자를 사형시키자는 혐오를 부추기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지금 사회가 들끓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숨죽여야 했던 피해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그 말 못할 긴 고통을 이제는 보듬어줘야 한다. 적어도 피해자에게 이렇게 당해도 가해자들은 아무 일 없다는 절망에서 구해내야 할 때도 됐다. 이제는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걱정해주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 그동안 소년법의 사회는 피해자에게 절망이었다.

국회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당리당략 없이 임해야 할 어젠다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이번에는 논의의 중심에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놓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소년법은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개정된다면 새로운 소년법은 피해자를 위한, 적어도 피해자를 절망케 하는 법은 아니길 바라는 것이다. 어쨌든 일해라 국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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