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변희재 초청 간담회를 적극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변희재 씨는 극우논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끈 인물 중 한 명이다.

8일 CBS노컷뉴스는 3년 전 박성진 후보자가 변희재 씨를 포항공대에 초청해 교수 간담회를 연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월 31일 포스코 국제관에서 학내 기술창업교육센터 주최로 변희재 초청 '청년창업간담회'가 열렸는데, 변 씨를 강연자로 추천하고 간담회를 열자고 요청한 사람이 바로 박 후보자였다고 한다. 일부 교수들이 변 씨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해 대학 초청 강사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박 후보자가 강하게 추천했다는 의혹이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간담회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정치 얘기가 이어졌는데, 이 자리에서 정치·이념적으로 민감한 얘기들이 나왔다. 박성진 후보자는 보수적 관점에서 '정권교체 가능성' 등 정치 현안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성진 후보자측은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 "강연자 추천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기계공학과의 다른 교수가 변희재 씨를 만나고 싶어했다"면서 "후보자의 민감한 발언은 허위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확인 없는 증언 및 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성진 후보자는 1948년 건국에 찬성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 불가피성을 주장한 연구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보고서에서 박 후보자는 "다른 대안이 있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감싸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박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조국 근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주장했고, 새마을운동을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고 평가했다. 전형적인 뉴라이트 시각의 역사관이다.

뉴라이트 사관 논란이 일자 박성진 후보자는 "역사에 무지해서 생긴 일"이라면서 사과했다. 박 후보자는 "이제까지 그 어떠한 정치, 이념적인 활동을 한 적이 없다"면서 "나는 편향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식민지 근대화론도 안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게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박성진 후보자의 해명 후 청와대는 박 후보자를 감쌌다. 지난 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본인이 깊이 있게 보수나 진보를 공부했다기보다는 내재화된 것 같다"면서 "공대 출신으로 일에만 전념해 건국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감쌌다.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도 민정수석실은 "문제제기가 과한 부분이 있고 굳이 표현한다면 생활보수 스타일로 보인다"는 사실확인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성진 후보자가 변희재 씨를 적극 추천해 초청간담회를 연 것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해명을 전면으로 뒤집는 꼴이 된다. 게다가 박 후보자가 변 씨에게 정치적 현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은 '정치, 이념적 활동을 한 적 없다'던 박 후보자의 해명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밖에도 박성진 후보자의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경력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기독교 근본주의 과학단체로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과학 교과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또한 박 후보자가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연구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뉴라이트 역사관, 자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탈세 의혹, 이승만 건국 찬양, 독재까지 두둔한 박성진 후보자의 변명으로 가득했던 기자회견을 모두 보셨을 것"이라면서 "박 후보자 감싸기에 나선 청와대의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박성진 후보자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의 철저 검증'으로 입장을 굳힌 상태다.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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