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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구상 무너뜨린 사드 배치실효성 논란과 대미 편향, 예고된 결말 맞아…국내정치 파장 불가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9.08 09:43

7일 문제의 사드가 배치 완료됐다. 성주군민들과 경찰의 충돌로 수십 명이 다치는 비극을 동반한 결과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국민 여러분의 충정을 알면서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몹시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면서 “특히 사드 반입 과정에서 부상 당한 성주와 김천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더욱 죄송스럽다”고 했다. 정부 브리핑에 나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사드 장비 반입 과정에서 주민, 경찰 등 부상자가 발생하여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부상을 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낮은 자세’에도 사드 배치 강행으로 감당해야 할 파장은 만만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정부는 성주, 김천 지역주민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지역의 상처를 보듬고, 지역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정책적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각 지자체와 지원책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사드 배치로 인한 지역의 손해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를 보상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걸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주민들이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받아들여야 반대급부로서의 지원책에도 명분이 실리는 것인데, 이 대목에 대한 의문이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가 북핵으로부터 남한을 지키는 수단이 맞는지부터가 논란의 대상이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상층에 국한된 방어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심이 짧은 남한의 방어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에 휘말려있는 상태이다. 더군다나 전쟁이 시작되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유력한 공격수단은 탄도미사일보다는 장사정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사드로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고각발사’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사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낙하속도 등의 문제로 사드가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이므로 이 대목은 ‘의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이해관계를 충족하기 위한 무기를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배치한 것 아니냐는 거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7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임시배치 결정이 있었던 날이 지난 7월 28일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이후가 아니라 북한의 ICBM 발사 직후였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가 북한 핵실험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 역시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배치를 늦추려 하면 미국은 ‘중국 눈치보고 편드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윽박질러왔다”며 “결국 미국의 압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좌절감과 무기력이 오늘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가 중국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동아시아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지난 7월 사드 임시배치 결정 이후 세 번째로 초치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온갖 노골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동원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이런 반발이 오래 갈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결구도로 상황이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런 구도 속에서는 남북관계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종속돼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정책적 자율성은 사실상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하면서 ‘다층적 방어체계’의 구상을 언급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하게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7일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에 이지스 체계가 들어오면 SM-3 등을 도입해서 다층 방어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며 추가 무기 도입을 시사했다. SM-3 미사일 도입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오랜 소신이다. SM-3 미사일은 현재 미국과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데 사드보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확대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전체 세션'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신 북방정책’을 발표한 것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속에서 나름의 길을 찾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자리에서 러시아 극동개발에 적극 참여해 북한을 끌어들여 남북러의 3각연대를 모색하겠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는 대북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일종의 유인책으로 비핵화의 반대급부로서 제시된 것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북중러의 구도에서 러시아를 이탈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조 등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을 제외한 주변국들과의 관계강화는 일본에 대한 태도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위안부 협상과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당분간 쟁점화하지 않는 것에 합의한 걸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과거사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간 문재인 정권은 일본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 문제 등을 두고 대립해왔는데 당분간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어렵게 됐다. 즉, 국제관계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사드 배치는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려고 했던 동북아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국내 정치의 맥락에도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사드 포대 추가 배치 내지는 직접 구매, 전술핵 재배치 등을 주장하며 그간 문재인 정권이 의도적으로 사드 배치를 지연시켜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정치적 쟁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아군’으로 움직여왔던 정의당은 사드 배치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은 참여정부가 이라크 파병 이후에 겪어야 했던 정치적 난국을 연상하게 한다.

물론 과거의 사례가 오늘도 반드시 반복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나라를 운영하는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단을 갖추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취임 초기부터 ‘표준적 대응’에 국한돼 온 대북정책이 지금과 같은 ‘예고된 상황’으로 가는 길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바른 해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가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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