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MBC 총파업 사태가 나흘 째로 접어든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KBS·MBC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영노조의 전, 현직 위원장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고 "좌파정권의 언론장악음모가 발톱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언론계의 현황을 알아보겠다며 개최한 토론회에 사실상 현 KBS·MBC 경영진의 '나팔수'를 초청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차라리 '자유한국당 기관방송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하라"고 꼬집었다.

7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언론장악저지투쟁 대토론회에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MBC김장겸 사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항의를 명분으로 정기국회 '보이콧' 중인 자유한국당은 언론장악저지투쟁 대토론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은 "언론장 현황이 어떤지 얘기해보겠다"며 이상로 전 MBC공정노조위원장, 성찬경 KBS공영노조위원장을 초청했다.

KBS·MBC에는 노동조합이 각 각 3개씩 조직돼 있다. 이 가운데 공영노조는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총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조합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KBS·MBC본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권 기자실 폐쇄에서 문재인 정권 공영방송 체포카드까지 좌파정권의 언론장악 DNA는 확실히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전,현직 KBS·MBC 노조위원장을 모시고 언론장의 현황이 어떤지 얘기해볼 것"이라고 토론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초청된 두 인사는 노골적으로 파업중인 언론노조를 비난했다. 이상로 전 위원장은 "그들(언론노조)은 정치인이지 언론인이 아니다"라며 "언론노조의 파업은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했다. 이 전 위원장은 "MBC는 좌파정권 때 가장 불공정하게 방송했다"며 "우파정권에서 불공정하게 보도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이상록 전 위원장은 "블랙리스트는 좌파가 만들었다", "언론인들은 힘을 추구한다", "좌파정권 때 왜 가만히 있었냐", "MBC의 2012년 파업은 대통령 만들기 위한 정치파업",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현업에서 물러난 것은 당연한 일" 등 언론노조의 쟁의행위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함께 참석한 성찬경 위원장은 "언론사의 노동조합은 언론노조라는 하나의 카르텔로 이어져 있다"며 "내부구성원에 의해 KBS는 이미 언론장악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성 위원장은 "KBS는 가만히 있어도 좌파방송을 한다"며 "KBS는 노무현 정권 때 진보매체에서 특채로 (사람을)뽑아 보수화되어 있는 DNA를, 피를 바꾼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다 거기서 연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발제를 듣고 "대단히 시의적절하다"며 "공영방송 장악음모의 발톱이 나왔다"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느 정권이건간에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사실 공영방송 경영진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교체하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정권을 장악했다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언론노조는 7일 성명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공영방송은 토론회 발제자처럼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과 답변만을 하는 ‘자유한국당 방송’임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와 MBC를 정권이 장악하려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결국 방송의 정치적 독립 때문이 아니다"라며 "자신들만을 위한 공영방송이 위기에 처했다는 절박함의 산물인 셈"이라고 비꼬았다.

또 언론노조는 "더 이상 오늘 같은 자기 만족과 방어의 토론회를 개최하지 말라"며 "계속 토론회를 해야 한다면 토론회가 아니라 “자유한국당 기관방송 사수 결의대회”라고 명칭을 바꾸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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