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과의 리그 31 라운드는 박지성의 투혼이 만들어낸 결승골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윙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하며 공격 본능이 극대화하고 있는 박지성의 최근 모습은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 팀에게도 청신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앙에서 꽃피운 지성의 공격 본능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밀란과의 2차전에서 스콜스와 함께 만들어낸 멋진 골은 긴 잠에서 깨어난 지성의 활발한 공격본능을 일깨운 사건이었습니다. 올 초 아스날 전에서 세웠던 첫 골 이후 이렇다 할 등판 기회도 없었던 지성은 큰 경기 위주의 로테이션 플레이로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미드필더 진들의 대폭적인 보강으로 2009-2010 시즌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지성의 능력들을 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지성과 함께 리그 초반 출전과 관련되어 설왕설래가 많았던 나니가 힘겨움을 딛고 차츰 살아나며 무한 경쟁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탐내며 데려왔던 발렌시아가 퍼거슨의 호응에 걸 맞는 활약으로 윙어 한 자리를 꿰차며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동안은 나니의 몫이었습니다. 상황에 따른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진행되던 맨유에서 지성-나니-발렌시아의 조합은 지성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터였습니다.

▲ ⓒwww.manutdpics.com

밀란 전에서도 중앙에서 공격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지성은 공격 본능뿐 아니라 밀란의 핵인 피를로를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공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치러진 풀럼과의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지성은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서 중앙에서 완벽한 적응을 보였습니다.

초반 리버풀 공격의 핵인 토레스가 카윗이 오른쪽 사이드에서 어렵게 올려준 볼을 가볍게 헤딩슛을 넣으며 쉽게 앞서갔습니다. 아무도 토레스를 방어하지 않는 가운데 마치 연습이라도 하듯 완벽하게 갖춰진 상황에서 손쉽게 얻어낸 골은 맨유에게는 힘겨운 상황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라이벌전에서 선제골이 가지는 상징성은 클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계속적으로 지적 받아왔던 수비진이 공격의 핵인 토레스를 놓쳐서 생긴 선제골은 전반전 내내 맨유를 괴롭힐 뻔 했습니다. 그러나 폭풍질주를 하던 발렌시아가 만들어낸 페널티 킥을 루니가 넣어 균형을 맞추며 라이벌전다운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공간 창출과 볼 배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성에 대한 리버풀의 대비는 거의 완벽했습니다. 전방에서 볼을 잡는 지성에게 두 명의 선수들이 매번 타이트하게 달라붙으며 지성의 발을 묶어 맨유의 공격을 힘들게 했습니다. 원톱인 루니 쪽으로 배급되어야 할 공들이 지성을 묶음으로서 초기 차단되며 시원스러운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루니와 적절하게 포지션 체인지를 하며 공격에 욕심을 내던 지성은 후반 초반 두 명의 수비수들을 제치고 슛을 쏘는 등 골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온건 후반 15분경이었습니다. 루니가 오른 쪽에 위치해 있던 플레쳐에게 연결하고 앞쪽으로 공을 몰고 오던 그가 중앙으로 낮고 빠르게 연결하면서 멋진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올 시즌 왕성한 골 러쉬를 보이는 루니에 대한 철저한 마크로 뒤로 빠진 공은 지성의 몫이었습니다. 루니의 뒤에서 들어오던 지성은 낮게 깔려 오는 센터링 볼을 슬라이딩 헤딩골로 만들며 극적인 역전을 이끌었습니다. 한편의 그림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몸을 내던져 헤딩골을 넣은 지성은 수비수와 경합으로 피를 흘리는 아픔을 맛봐야 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승점 3점을 올릴 수 있는 멋진 역전 헤딩골을 넣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헤딩슛을 노리던 지성으로서는 오랜 시간 기억되어질 멋진 골로 맨유가 다시 1위에 올라서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습니다. 첼시가 두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거둔 1위(첼시가 모두 승리한다면 1점 차이) 자리이지만 4월초 치러질 맨유vs첼시의 라이벌전 승자가 우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지성의 결승골은 그래서 의미 있었습니다.

시즌 초보다는 후반 골이나 경기력들이 최고로 올라서는 지성의 패턴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합니다. 긱스와 스콜스를 넘어서 중앙을 차지한 박지성이 좌 나니 우 발렌시아, 원톱 루니의 정점에서 펼치는 맨유의 경기는 새로운 조합 실험의 결정판이 되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중앙으로 나서며 보여주었던 급상승한 공격 본능과 팀 상승세는 향후에도 윙어보다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부족한 공격 자원의 적극적인 활용 방식으로 맨유의 승리 공식에 중요한 키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볼튼 공격의 핵심이 되어버린 이청용과 스코틀랜드에서 활약 중인 기성용과 함께 만들어낼 대한민국 대표 팀의 미드필드 진은 상승중인 박지성으로 인해 월드컵에서 막강한 힘을 선보일 듯합니다.

왼쪽 윙어로 활약하던 지성이 맨유에서의 실험처럼 중앙을 본다면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공격 라인들이 형성되어, 보다 효과적인 라인업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도 보입니다. 더욱 월드컵에 맞춰 조금씩 공격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맨유의 치열한 우승 경쟁과 챔스 우승 도전에도 모두 도움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박지성의 골은 단순한 한 골을 넘어서서 맨유로서는 루니 외에는 믿을 수 있는 공격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2선 침투에 이은 득점은 새로운 승리 방식이 되어 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더불어 챔스 리그에 강한 지성이 공격 본능마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선수 운용에 힘겨웠던 퍼거슨에게는 행복함일 듯합니다.

대한민국 축구역사에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록되어질 수밖에 없는 박지성의 활약은 언제나 흥겨움으로 다가옵니다. 쉽지 않은 경쟁에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최선을 다하는 그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운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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