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대영 KBS사장이 총파업 사태와 관련한 임시이사회를 회피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평창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고대영 사장은 평창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을 마주쳐 차 안에 스스로 갇혔다. 고대영 사장은 지난 1일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도 KBS 구성원과 기자들을 피해 ‘셀프감금’을 자처한 바 있다.

같은 시각, 임시이사회에서 총파업 사태와 관련해 노조 측의 얘기를 듣기로 결정한 이인호 KBS이사장은 말을 바꾸고 언론노조 KBS본부 부위원장의 이사회 참석을 막았다. KBS 총파업사태가 경영진과 이사장의 이같은 행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6일 KBS이사회는 총파업사태와 관련해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고대영 사장의 임시이사회 출석이 유력시 되었으나 고대영 사장은 평창 경기장을 방문했다.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의 두 번째 ‘셀프감금’ 현장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현장에서 성재호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의 차량 앞에서 “그래도 사장 아닌가, 뭐라도 한 마디 해보라”, “평창올림픽 잘 치르자고 하는 사람이 직원들 다 파업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치르려고 하나”, “얼마나 KBS를 더 망치려고 하나”, “국민들이 보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나”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고대영 사장은 끝까지 차 안에 머무르며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고대영 사장의 차량이 현장을 빠져나간 뒤 성재호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이) 본인이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며 “이미 고대영은 KBS 사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고대영은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63빌딩에서는 ‘셀프감금’하더니 오늘은 차에 앉아 창문조차 내리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각 이인호 KBS이사장은 임시이사회에서 노조 측의 얘기를 듣겠다던 말을 바꾸고 언론노조 부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의 이사회 참석을 막았다. 임시이사회가 예정된 KBS 본관에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KBS 오태훈 부본부장과 KBS 김서중, 권태선 이사의 이사회 참석을 방해했다. 본관으로 통하는 1층 출입구와 2층 엘리베이터 부근에서는 안전요원들과 KBS본부 조합원들 사이 마찰이 고조됐다.

KBS 이인호 이사장은 6일 임시이사회에서 총파업사태와 관련해 노조측의 얘기를 듣기로 했으나 당일 말을 바꿔 노조 출입을 막았다 (미디어스)

권태선 이사는 안전요원에게 항의하며 “오태훈 부위원장을 이사회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이사회에 허가 받았다”며 “노조가 어떻게 할 것인지 이사회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왜 막는 건지 설명을 하라. 내부 사람을 막는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토로했다.

김서중 이사는 “왜 통행을 못 하게 하고 있는 건지 얘기하라”며 “누구의 지시를 받았느냐”고 보안팀에게 물었다. KBS보안팀장은 “이사회 사무국 협조 요청”이라며 “아직 이사회에서 (올려보내라는) 연락이 없으니 안 된다”고 말했다. KBS본부 조합원들은 “그걸 왜 보안팀장이 판단하느냐”며 즉각 반발했다.

오태훈 부본부장은 “KBS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뭐든지 막는다. 그런데 누가 지시했는지(물어보면) 모른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KBS본부와 이인호 이사장과의 통화 끝에 오태훈 부본부장을 제외한 KBS이사들만이 임시이사회에 참석하게 됐다.

앞서 KBS사측은 오후 2시 본관에서 진행된 KBS 총파업 3일차 집회에도 안전요원들을 배치하고 "KBS직원들만 출입할 수 있다", "사내집회는 취재를 허용할 수 없다"며 언론노조 관계자와 외부취재진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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