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총파업’ 이틀째를 맞는 5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사장이 고용노동부에 자진 출석하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사장은 5일 오전 9시48분쯤 서울 공덕에 위치한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모습을 드러내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이 많다"며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장이, 정권의 편인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김장겸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언론노조와 힘을 합쳐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국회 보이콧을 진행하고 있지만 명분이 없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발언하는 김장겸 MBC 사장(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2017.9.5 saba@yna.co.kr (끝)

법원은 지난 1일 김 사장이 서부지청의 소환 요구에 5차례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일 ‘방송의 날’ 행사 이후 두문불출하던 김 사장은 4일 MBC에 기습출근,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을 격려했다. 같은 날 서부지청 근로감독관들이 MBC를 방문, 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김 사장은 5일 오전 10시까지 자진 출석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청은 김 사장의 조사를 마치는 대로 귀가시킬 방침으로 전해졌다.

파업 이틀째를 맞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 MBC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김 사장의 서부지청 출두 현장’을 공유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노조에서 파견된 박종욱 기자가 틈틈이 현장 분위기를 전했고, 이동경 기자는 김 사장의 현장에 나타나자 바로 옆에 붙어 질의를 하다가 MBC 안전관리부 직원들에게 밀려나 계단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MBC사옥 앞 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1500여명의 조합원들의 모습.(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박종욱 기자는 허일후 언론노조 MBC본부 교육문화국장과의 현장 연결 통화에서 “김 사장 출두 과정에서 장소가 협소해 포토라인이 붕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김 사장이 건물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따라붙었지만 사측의 안전관리요원들이 몸으로 막아섰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김 사장 출석 이후 태극기 부대를 비롯한 김 사장 지지자들과 김 사장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 국장은 박 기자와의 현장 연결을 마친 뒤 “뉴스를 전하며 기자와 대본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오랜만”이라며 “MBC에는 뛰어난 취재기자들이 많았는데 그 기자들을 제 자리에서 일할 수 없게 만든 것이, MBC뉴스를 망가지게 한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5일) 오후 취임식을 갖는 송일준 31대 한국PD연합회장(MBC PD협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우리의 파업은 승리 말고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없다”면서 “이번 파업은 이명박·박근혜 시대 지난 9년 악랄하고 잔인한 탄압을 견디고 살아남은 우리들은 그 좌절과 억울함 그 분노를 씻어내는 씻김굿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 협회장은 “김장겸과 그 수화들은 패주할 것이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우리는 MBC를 국민들이 사랑하는 마봉춘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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