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가 4일 9년만에 본관계단을 점거하고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KBS경영진은 지난 9년간 KBS본부가 본관 계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이날도 KBS본부가 출정식을 앞두고 본관 계단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사측은 차량을 배치해 출정식을 방해했다.

4일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KBS본부는 오후 3시 총파업 출정식 <우리가 이긴다>를 열고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결의했다. 출정식에는 KBS본부와 각 지역지부 조합원 총 500여명이 모였다. 이 외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 정의당 추혜선 의원, 윤소하 의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등 KBS·MBC 총파업을 지지하는 정계·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4일 오후 3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결의했다(미디어스)

총파업을 진두지휘하는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본관 계단은 우리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시청자들의 것"이라며 "(본관계단의 차량은) 우리의 파업출정식을 조금이라도 방해해보려는 찌질한 고대영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규정했다. 성 본부장은 "저는 지금 이 순간 고대영 체제가 끝났음을 감히 선언하고 싶다"며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확인했듯 고대영 사장은 앞으로 1분 1초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대영 사장은 지난 1일 방송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본부 조합원들의 눈을 피해 '셀프감금'을 자처한 바 있다.

성재호 본부장은 7일 총파업 동참의사를 밝힌 KBS노동조합에도 적극적인 파업 참여를 촉구했다. 성 본부장은 "지난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민은 언론인에게 언론적폐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주었다"며 "기자냐, PD냐, 기술직이냐 이런 직종의 문제가 아니다. KBS노조가 함께 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기술직 위주로 구성돼 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총파업 출정식을 열며 "우리의 요구는 다섯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법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한다"며 "법 그대로 고대영, 김장겸에게 적용하라"고 방통위의 조치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고대영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싸움의 첫 발걸음일뿐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것은 신문·통신 등 모든(언론분야에서) 적폐세력을 몰아내고 민주언론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역시 공영방송 정상화와 관련해 검찰과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정통성도, 정당성도 없는 정권의 낙하산으로 임명된 고대영과 이인호가 공영방송을 파괴했다"며 "언론적폐 청산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특히 "고대영 사장은 2011년 민주당 도청사건 녹취록 유출 피의자로서 고발당한 자"라며 "검찰은 신속하게 고대영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은 지난 2011년 KBS 기자가 민주당 대표 회의실을 몰래 녹음해 그 내용을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건의 핵심관계자인 임창건 당시 KBS보도국장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KBS가 관련 문건을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회사의 업무 성격상 대외 업무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관장했다” 등의 발언을 해 사건이 재점화됐다. 검찰은 3일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KBS본부는 총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KBS본관과 신관을 돌며 구성원들에게 파업동참을 유도할 계획이였으나 사측의 안전요원들이 본관 입구를 봉쇄해 마찰을 빚었다 (미디어스)

한편, 총파업 출정식을 마친 KBS본부 조합원들은 KBS본관과 신관을 돌며 파업 동참을 유도하고 홍보할 계획이였으나 사측의 안전요원들이 본관 입구를 봉쇄해 마찰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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