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맞는 목소리를 내기위해 제작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경영진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천재지변이었다" - KBS라디오 윤성현 PD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9월 4일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오전 11시 총파업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이유와 목표, 투쟁 방안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아나운서국, 라디오국, 보도국, 드라마국, 보직간부 등 각 부서를 대표하는 KBS구성원들이 참석해 총파업에 임하는 결의를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4일 오전 11시 총파업돌입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아나운서국, 라디오국, 보도국, 드라마국,보직사퇴간부 등 각 부서를 대표하는 KBS구성원들이 자리해 총파업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이번 싸움을 생존권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총파업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성재호 본부장은 "단순히 프로그램이 망가져서, 정권이 바뀌어서 사장 교체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조직, 인사, 방송이 전부 망가져 구성원들은 희망을 잃고 미래를 빼앗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무너지고나면 그 주인인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며 "우리의 생존권과 국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평기자들의 심정을 전하기 위해 자리한 보도본부 사회1부 이슬기 기자는 "저희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며 "저를 비롯한 다른 기자들 역시 5년 전인 2012년부터 싸워왔다. 선배들은 그 이전에도 투쟁의 불씨를 꺼트린 적 없다"고 강조했다. KBS·MBC 정상화 움직임이 총파업으로 확산되자 일부 야당과 언론은 '정권의 언론장악'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KBS·MBC 구성원들에게는 '정치투쟁 아니냐', '정권의 사주를 받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이슬기 기자는 "기자로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같은 이런 큰 뉴스가 있을 때 제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마음 아프고 불편하다"며 "그럼에도 KBS뉴스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 (파업에)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역사저널 그날>, <이웃집 찰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원정 아나운서는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일하는 아나운서들은 대중의 지지가 근본이 되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더 무거운 마음으로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며 "지난 9년간 아나운서들이 느꼈을 자괴감이 어느 직종보다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원정 아나운서는 "KBS아나운서국에도 나름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며 "아나운서국 결정으로 방송 출연이 정해지는 경우 새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밝혔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자신에게도 "2회연속 저성과자 인사고과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라디오국을 대표해 참석한 윤성현PD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업무복귀명령을 내린 사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성현 PD는 "사측이 말하는 천재지변에 대해 이렇게 반박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성현 PD는 "지난 9년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영진을 상대로 일반상식과 합리성을 가지고 싸우는 일이 얼마나 막막하고 무력한 일인지 깨달았다"며 "권력에 맞는 목소리를 내기위해 제작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경영진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천재지변이었다"고 토로했다. 윤성현 PD는 "야만·불합리성·몰상식과의 싸움을 더는 하고싶지 않다"며 "그 싸움을 끝내고 정상화된 방송에서 다시 한 번 저희들의 역량과 창의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KBS는 4일 기준, 1900여명에 달하는 구성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7일에는 KBS의 다른 노동조합인 KBS노동조합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으로 총파업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이로써 뉴스를 포함한 각 분야 프로그램들 제작에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KBS뉴스9>를 비롯한 보도·시사·교양·스포츠 프로그램 대부분이 축소되거나 결방을 앞두고 있으며 사측은 아나운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대부분의 진행자를 KBS 소속 성우와 외부인사 등으로 돌려막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