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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으로 산다는 것 VS 스튜핏 ‘라디오스타’[이주의 BEST&WORST] SBS 스페셜- 82년생 김지영 , MBC <라디오스타>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7.09.02 10:59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82년생 김지영으로 산다는 것 <SBS 스페셜> (8월 27일 방송)

지난 27일 방송된 SBS <SBS 스페셜-82년생 김지영>(이하 <김지영>) 편은 크게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80년대생 여성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싱글부터 전업맘, 워킹맘, 육아휴직 중인 워킹맘 등 다양한 유형의 지영이들을 나열했다. ‘그래서 다음은?’ 같은 해답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김지영>은 특별한 다큐멘터리였다. 해답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찾지 못한 답을 다큐멘터리 한 편으로 찾을 순 없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카테고리로 뭉뚱그리지 않고, 미혼과 기혼, 그리고 기혼 중에서도 전업맘과 워킹맘으로 나눠 그들이 각각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촘촘하게 들여다봤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였다.

<김지영>에 출연한 대부분의 ‘김지영’들은 임신과 출산, 육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원하는 만큼 공부해서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까지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김지영’은 딱 한 명이었다. 그녀는 유일한 미혼이었다. 그렇다. 남자와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똑같이 일할 수 있는 사회로 변했다 할지라도,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장벽은 여전히 ‘김지영’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싱글 김지영마저도 사회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극복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김지영과 미혼인 덕분에 아직까지는 커리어를 잘 쌓고 있는 김지영을 단적으로 비교하면서, 출산과 육아가 김지영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잘 보여줬다. 그렇다고 마냥 싱글 김지영의 삶을 부러워하고 ‘결혼하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같은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싱글 김지영 나름의 고민까지도 신중하게 담아냈다. 단순히 산후우울증 혹은 육아의 고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로서, 나아가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서 깊이 고찰한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결혼하지 않아야 계속해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사회라는 슬픈 사실을, 비교적 자유롭게 꿈을 펼치는 싱글 김지영마저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극복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김지영>이 증명해보였다. 

이 주의 Worst: <라디오스타> 스튜핏!! (8월 31일 방송)

김생민 섭외는 욜로 인생을 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일까. 김생민의 절약정신은 그 자체로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이용됐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국진은 “조금 덜 쓰면 어떻고 조금 더 쓰면 어떠냐. 결국 인생은 자기가 행복하면 된다”는 말로 방송을 마무리했지만, 정작 본 방송에서는 ‘조금 덜 쓰면 불행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 격하게 몸부림쳤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염전에서 욜로를 외치다" 특집|

이날 <라디오스타>는 조민기와 손미나를 ‘욜로족’으로, 김응수와 김생민을 ‘짠돌이’ 콘셉트로 섭외했다. 극과 극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두 개의 삶을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삶으로 나머지의 삶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MC들은 욜로족의 여유로움과 비교해 짠돌이의 인생을 평가하고 판단하기에 급급했다. 그것이 지금 김구라를 비롯한 <라디오스타>가 비난받고 있는 이유다. 조민기가 피규어를 모으는 재미나 손미나가 전 재산을 털어 스페인 유학을 떠난 성취감에 대해서는 굉장히 궁금해 한 반면, 김생민이 돈을 모으는 재미나 성취감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았다. 아예 질문 자체를 하려 들지 않았다. 김생민은 이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본능도 없는” 무미건조한 존재가 되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염전에서 욜로를 외치다" 특집|

손미나, 조민기의 경험담과 관련해서는 MC들이 질문을 던진 뒤 직접 게스트에게 에피소드를 상세히 듣는 식이었다. 반면 김생민 순서가 되면, MC들이 질문을 던지고 김생민이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판단하고 평가했다. 그런 식으로 김생민의 입을 막았다. 김생민의 짠돌이 인생은 김생민 본인이 아닌 타인에 의해 규정됐다. 비싼 물건을 모으는 조민기의 고집은 용기 있는 신념으로, 하고 싶은 것은 딱히 없고 돈 쓰는 순서에 따라 돈을 모은다는 김생민의 고집은 본능 없는 아집으로 몰고 갔다. 

그래서 지금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비단 김구라만이 아니다. 그가 직접적인 독설로 김생민의 짠돌이 인생을 깎아내린 건 사실이지만, 이런 분위기를 형성한 건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출연진들이었다. 그러니 이건 모두의 책임이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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