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장 앞, 오는 4일 ‘총파업’ 돌입이 예정된 200여명의 KBS·MBC 기자·PD·아나운서 등이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특히, 김장겸 MBC 사장이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수백여 명의 취재진이 경호원과 대치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고대영 사장은 정식 출입구가 아닌 뒷문으로 들어와 언론노조 성재호 본부장에게 “부끄럽다. 사장이 뒷구멍으로 도망다니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며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방송 90주년 기념으로 ‘방송진흥유공 포상 수여식 및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장에는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등과 유관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기로 돼있었지만,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사들이 불참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총파업’ 돌입 예정인 KBS·MBC 구성원들의 불참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고대영 한국방송협회 회장(KBS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에서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고대영 한국방송협회 회장(KBS 사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이 땅에 첫 전파가 나온 뒤로 일제 강점기를 거쳐 반세기 가까이 지나는 동안 방송은 늘 근현대사의 아픔과 함께했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해외 시청자까지 사로잡아 국가 문화 전반에 큰 파급력을 주고 있다. 우리 지상파 방송인들은 전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문화 발전과 사회의 소통에 기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문화훈장 5명, 문화포장 6명, 대통령표창 13명, 국무총리표창 13명 등 총 37명이 정부포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방통위원장표창은 14명, 과기정통부장관표창 5명, 문체부장관표창 15명 등 총 34명이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MBC 아나운서들이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장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하는 모습

고대영 사장의 권한 하에 수여할 수 있는 한국방송협회장 표창에는 적폐인사가 이름을 올리며 전날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특히, ‘MBC아나운서 잔혹사의 중심’으로 지목된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이 해당 표창에 이름을 올려 논란을 심화됐었다. 하지만 신 국장은 이날 시상식에 불참했다.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시상식 말미 소감 발표에서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방송의 주인은 정부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닌 시청자인 국민이라는 점”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은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방송인 스스로 외면하지 않았나 성찰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부위원장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방송만이 우리 방송이 나가야 할 길이다. 방송이 국민적 기대에 걸맞는 공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의 신뢰 위에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자율성을 회복하고 더욱 신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권한과 책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대영 한국방송협회 회장(KBS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를 마친 뒤 행사장 옆방에 들어가자 취재진들이 방 문 앞에서 고대영 회장이 나오길 기다리는 모습.

시상식이 끝나자 취재진들이 김장겸 사장에게 MBC총파업 관련 질문을 시도했지만 경호원들이 가로막았고 김 사장은 침묵한 채 비상출입구를 이용해 빠져나갔다. 고대영 사장은 행사장 옆에 있는 방안에 들어갔지만 KBS조합원들이 문 앞에서 고 사장과 대화를 요청하자 방 안에서 40분가량 나오지 않아,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고 사장은 고 사장 측이 부른 경찰과 KBS시큐어리티들의 경호 아래 방 밖으로 빠져나와 같은 건물 2층에서 개최되는 ‘방송의 날’ 기념행사장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KBS 구성원·취재진들과 대치하며 극심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한편,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방송의 날’ 행사장 앞인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7번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행사에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YTN복직기자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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