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명운이 걸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이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표팀은 이른바 ‘신태용호 1기’로 신태용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6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K리그 11명, 유럽파 5명, 중국파 5명, 일본파 4명, 중동파 1명 등으로 꾸려진 이번 대표팀은 이번 이란전뿐만 아니라 다음달 5일에 있을 우즈베키스탄 원정에도 나서게 된다.

이란은 한국 축구에게 참으로 많은 아픈 기억을 안겨준 팀이다. 알리 다에이를 막지 못하고 당했던 아시안컵 2-6 참패의 기억과 케이로스 현 감독의 ‘주먹 감자 사건’ 등 축구 자체적으로나 축구 외적으로나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이란은 한 번쯤 시원하게 이겨줬으면 하는 상대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에 이름을 올린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과 이란 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란은 정말 만만치 않다.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수비력은 가히 난공불락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현재까지 8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란은 모두 ‘클린 시트’였다.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채 승점 20점을 모아 일찌감치 러시아행 티켓을 손에 쥔 상태다.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이란을 상대로 이기는 것 이전에 이란에게 9경기 만에 첫 실점을 안기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상황이다.

이란전에 임하는 우리 대표팀이 일단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기성용의 부재다. 이번 이란전에서 대표팀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대신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수를 조율하게 됐다.

악착같은 대인방어능력과 정확도 높은 패싱 능력, 경기 전체를 보는 시야와 골 감각까지 두루 겸비한 구자철은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이란전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사흘 앞둔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수비라인과 공격진의 연결고리로서 현재 대표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팀 스피드를 높이는 데 있어 구자철의 스피드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가는 빌드업 과정에서 구자철의 빠르고 정확한 볼배급이 이른 시간 안에 이란의 골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란을 상대하는 신태용호의 경기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이동국(전북현대), 이근호(강원FC) 등 소위 ‘중동 킬러’’로 불리는 선수들과 현재 소속팀에서 연일 골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황희찬(짤즈부르크), 그리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주로 후반 조커로 활용됐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현대) 등 공격진 가운데 누가 팀을 승리로 이끄는 골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다.

물론 우리 공격진에는 손흥민(토트넘 핫스퍼)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지만 손흥민이 노련한 이란 수비진에 의해 고립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위협적인 공격수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선제골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 초반 이란의 전열이 모두 갖춰지기 전에 누군가 골을 터뜨려만 준다면 승리의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한국의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언론들은 일단 신태용 감독이 일단 손흥민과 함께 저돌적인 돌파력과 폭발력 있는 골결정력을 과시하고 있는 황희찬을 선발 출전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신태용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이란전에 나설 선발 라인업을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예상치 못한 깜짝 선발 기용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 이란과의 경기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관전 포인트가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상태가 고르지 않다는 점, 갑자기 추워진 날씨, 그리고 6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보이는 홈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등이다. 잔디 상태는 일단 우리에게 특별하게 유리할 것이 없는 변수지만 날씨와 우리 홈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낮과 아침저녁의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만큼 우리 대표팀이 경기 초반 몸이 덜 풀린 이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의외로 빠른 시간 안에 선제골을 뽑을 수도 있다.

또한 이날 이란전 입장권이 이미 5만여 장이 동났고, 나머지 1만장 정도 되는 티켓도 매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만약 경기장에 운집한 6만 관중이 일방적으로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면서 이란 선수들의 기를 높여 놓는다면, 이란 선수들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상당수 한국 선수들이 경험했던 위압감 내지 위축감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신태용호를 응원하는 우리 관중들이 열두 번째 선수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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