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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이대로 좋은가?유럽연합 노동법 도입으로 노동현장의 제도적 평등화 추진해야
고승우 민언연 이사장 / 언론사회학 박사 | 승인 2017.08.31 08:53

새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일선 학교 등에서 노노갈등이 빚어지는 등 그 대책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새 정부의 정규직화 강조는 공기업 등에서 부분적으로 상황이 개선되는 효과는 있지만 민간 기업에까지 확산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은 비정규직 1천 만 명 시대가 되면서 결혼 및 출산 기피, 자살률 급증 등의 심각한 사태가 줄을 잇고 있어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공기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 중이다. 전체 기업에 대해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는 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정부가 기업의 결정에 매달리는 꼴이 되어 전체 노동 현장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행 고용 관련법 중 비정규직에 대한 규정이 기간직, 무기계약직, 인턴, 일용직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일률적인 정규직화가 지연되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이나 청년 취업 기회 축소와 같은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노동현장의 노동자 신분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별하고, 비정규직도 다양한 직군으로 세분시켜 놓는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빚어지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적용 과정의 문제점과 대정부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실적으로 동일 직장에서 동일노동을 해도 차별적 대우가 가능케 만든 법제가 다수 존재하고 이런 현실이 방치되면서 새 정부 조차 노동현장의 불평등을 제도화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고치겠다는 의사가 있느냐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평등이 보장되는 법제화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당위성이 힘을 얻고 있다. 즉 노동현장의 평등화를 법제화하는 것이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며 이는 유럽연합(EU)의 노동법에 그 해법으로 제시된다.

EU회원국들의 기업은 자율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형식으로 노동력을 고용을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단지 고용기간만 차이가 있지 급여나 휴가, 보험 등 모든 면에서 동등하게 대우한다. 28개 EU회원국 국가별로 경제적 격차가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 EU회원국 노동자들은 EU회원국 어디든지 선택해 취업할 수 있다. 하지만 EU노동법에 의해 임금 착취나 부당노동행위 등은 거의 발생치 않는다. 아프리카나 중동 난민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것은 바로 EU노동법에 의해 노동자들이 법적 평등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정규직화 방안은 고용을 하는 주체인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받아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고 특히 자본주의 시장경쟁체제에서 기업이 모든 고용을 정규직으로 한다는 것부터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나 경기의 등락에 따라 고용을 탄력적으로 하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에 대해 중요 포스트의 고용을 정규직으로 하라는 지침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자본주의 체계속의 경제 정책은 결국 기업의 수용 여부가 그 성패를 결정한다. 기업은 수익 창출이라는 가장 중요한 측면에 입각해서 고용이나 해고 등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하는 것은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생산의 주요소의 하나인 노동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기가 좋고 이익이 많아지면 고용을 늘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용 감소로 불경기에 대처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EU는 1,2차 대전을 겪은 국가들이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 경제 공동체 추진에 이어 정치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발족됐다. 특히 EU의 경제 공동체 추진이 가능했던 것은 회원국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 경제 정의 실현 등이 첫 걸음이 된 것은 물론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정상화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살인적 2중 구조를 해소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남북이 체제 차이를 감안하면서 경제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EU 노동법 등에 대해 더 살펴보기로 한다. 

EU 창립 목적은 유럽 내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단일통화를 실현하여 유럽의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유럽시민권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 국민의 권리와 이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노동자 권익 보호, ‘자유·안전·정의’ 실천을 공동의 목표로 실천하고 있다.

EU는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가 1951년 만든 ‘동일 급여’ 선언을 EU 인권 헌장과 노동법에 포함시켜 ‘유럽 연합 소속 국가 노동자들은 EU 내 어느 곳으로든지 이동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노동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했다.

EU노동법은 노동 현장에서 능력, 성, 종교와 신념, 연령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은 고용주가 동일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작업장소를 빈번하게 바꾸는 것도 금지했다.

그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동일 직장에서 동일 시간을 노동할 경우 고용 기간만이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급여 제공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규정은 EU 회원국이나 기업간의 불공정 경쟁을 막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제안돼 영국, 독일 등은 2008 - 2010년 수용했다.

오늘날 EU 소속 국가 노동자들은 국경을 넘나들면서 국적, 성, 종교 등의 차이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고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어,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경제적 착취 등의 고통에서 해방돼 있다. 

한국은 비정규직이 저임금과 노동 착취 대상이 되어 노동 노예와 같은 신분이지만 제 3세계 노동력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1백 만 명 이상이 입국해 있는 주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효과는 거뒀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 노동자 현실에 대한 분노와 비판 등이 거세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국가 대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단점이 방치되어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유입으로 내국인의 취업기회가 축소되는 부작용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실정이다. 해외 노동력 급증에 따른 갈등 심화도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에서 그 해결책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분단국의 고통과 모순이 깊은 한국이 깊이 살피고 도입해야 할 제도의 하나가 EU 노동자 권익 보호조치다. 탈북자의 정착 문제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로 해소할 수 있고 먼 훗날 통일될 경우 남북 노동자 차별 요인을 해소할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한국은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그런 노동환경이 되어 버렸다. OECD가 16개 나라를 대상으로 비정규직이 1년 뒤에 정규직이 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최하위였다. 과거 정부는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무기 계약직도 정규직과는 신분상 차이가 있어 노동자간 괴리감의 해소를 통한 인권 보호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의 비정규직이 당하는 엄청난 고통과 손실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EU 노동법과 같은 법제화를 통해 제도적으로 노동현장의 평등을 실천해야할 것이다. 노동현장의 불평등은 전체 사회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각종 적폐가 누적되는 심각한 사회악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 근본적 해결이 시급히 모색되어야 한다. 

고승우 민언연 이사장 / 언론사회학 박사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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