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보도국장단(보도국장과 주간단)이 댓글공작사건과 관련해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전직간부의 폭로인터뷰를 기획한 기자의 취재·방송 요청을 막았다. 보도국장단은 "물증 없이는 보도할 수 없다"며 관련 아이템의 취재·제작·보도 일체를 불허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3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해당아이템을 기획단계에서 저지한 KBS보도국장단을 고발하는 한편 530심리전단 전직간부 김기현 씨(군무원3급/2015년 12월 정년퇴임)의 폭로 내용을 파업뉴스로 제작해 발표했다.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BS보도국장단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특종을 막았다고 폭로했다

KBS본부는 "KBS 이재석 기자가 8월 8일 해당아이템을 뉴스에 방송해 줄 것을 KBS보도국장단에 요청했으나 보도국장단은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방송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도국장단은 폭로자가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안보특보'로 선거운동했던 경력을 문제 삼았다"며 "이번 보도가 방송될 경우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전했다.

해당아이템을 기획한 KBS 이재석 기자는 "기자협회장을 통해 보도국장에게 정식으로 TF팀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며 "때문에 파업뉴스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2011, 2012년 댓글조작 사건은 하나의 삼각형(청와대-국정원-군사이버사령부)을 그리고 있다"며 "530심리전단 댓글공작사건에 대한 관심이 국정원에 비해 적어 최초 실명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이버사령부와 청와대, 국정원, 군 수뇌부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엄경철 기자는 "KBS 경영진은 진실과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며 "정치적 프레임을 통해 진실을 상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 기자는 "이런 경영진의 태도가 KBS뉴스를 망치고 있다"며 "고대영 체제가 물러나지 않으면 KBS뉴스는 근본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KBS본부는 해당아이템을 파업뉴스로 제작해 공개했다. 파업뉴스를 통해 김기현씨는 본인도 직접 댓글공작에 가담했다고 고백하고 청와대 보고 상황, 국방장관-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 보고, 국정원과의 관계, 부실한 수사 등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제작한 군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전직간부 인터뷰 뉴스 (캡쳐=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유튜브채널)

KBS기자에게 폭로를 결심한 김기현씨는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1과장)직을 맡았었다.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가 창설할 때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에 임명됐다. 총괄계획과장은 530단의 인사와 예산, 보안 등 각종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로 김 씨는 직급이 높아 단장 부재시 직무대행을 하는 등 사실상 부단장 역할을 수행했다.

KBS본부측이 공개한 김기현씨 인터뷰에 따르면 530심리전단의 댓글공작 보고서는 매일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 보고됐다. 내부 '온라인 보고' 체계로 아침 7시쯤 보고서가 전송됐다. 김 씨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에게도 댓글공작 결과가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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