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MBC 총파업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KBS 기자들도 제작거부를 시작하며 공영방송 적폐청산을 위한 투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28일 KBS기자협회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 출정식을 열었다. 공영방송 적폐청산 투쟁과 더불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논의도 부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에 발의돼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시작된 이 논의는 적폐청산과 함께 한국 공영방송의 미래를 결정지을 또 다른 논점이다. 미디어스는 KBS기자협회 제작거부 출정식 현장에서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열린 KBS기자협회 제작거부 출정식. ⓒ미디어스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최선의 사장을 뽑는 법이 아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발의돼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이 분명 부족한 부분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하게 정치 권력이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사실 현재의 공영방송 시스템에 언론장악방지법을 적용할 경우 양쪽에서 비판 받지 않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우려는 언론노조 내부에서도 진작에 얘기를 했던 부분이다. 언론장악방지법이 여야 7대6으로 공영방송 추천이사를 정하는 것인데, 의회 역시 정치권력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언론노조가 언론장악방지법에 찬성했던 것은 새롭게 논의를 진행하면 시간이 지나치게 소모되기 때문에, 지난 2013년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것을 받아 안았던 것이다.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과도하게 기울어진 것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실제로 새누리당도 서명하기 직전까지 가지 않았었나.

언론장악방지법을 추진하다가 입장을 선회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입장을 바꾸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제가 보기엔 정치권이 방송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올라가 있는 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발의된 언론장악방지법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이고, 이용마 기자 안도 있다. 국민추천제까지 놓고 논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러한 노력들에 대해 더 확실하게 방송장악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법안 내용을 논의하는 데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말로 이래서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전국언론노조 홈페이지)

KBS·MBC 경영진과 이사회 퇴진에 걸리는 시간 동안 논의하겠다는 의미인가

적폐인사 청산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 적폐인사 청산은 청산대로 가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이것대로 가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적폐인사 청산은 아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적폐청산 이후 입법을 통해서 돼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과연 지금 발의된 법안이 최선인가. 그건 아닐 수 있다.

어차피 공영방송 적폐청산이 마무리 돼야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진정성 있게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현재의 KBS·MBC 경영진 임기보장, 임기보장이 어렵다면 가능한 그 자리에 더 있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안 논의가 겉돌 수밖에 없다. 적폐청산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한국당도 논의에 들어올 것이다.

민주당은 조만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관련한 내부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언론노조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우리는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의를 감춰놓고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용마안, 추혜선안, 현재 발의돼 있는 언론장악방지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를 하자는 취지다.

이효성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를 만난 자리에서 "방송은 어느 권력에서나 비판적이어야 하고 이번 방통위가 개혁하는 것의 목표는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지금 정부에 줄 서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언론노조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이 위원장의 말 대로 가지 않으면 KBS·MBC에 대한 정치권의 방송장악은 계속 벌어지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