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줄 때에는 요행을 바라고, 요행이 찾아오면 그 기회를 최대한 자신의 기획사에서 누리고자 ‘프로듀스 101’을 비판하는 기획사들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인기를 얻은 멤버가 탄생했으나, 해당 멤버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 중소 기획사의 이런 반복적 비판은 다른 방향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결국 당장 써먹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에서 나왔을 것이다.

<프로듀스 101>은 현재 중소 기획사들의 전용 채널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최소 수개월에서 1년을 넘게 프로그램 프로젝트 전문 그룹으로 활약해야 하기에 기획사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즌1에선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약 8개월 활약했지만, 그 사이에도 문제는 많았다. 프로그램과 계약을 하고도 해당 기획사에서 준비했던 걸그룹 론칭에 참가하려다 대중의 반대에 활동을 못하자 연일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걸그룹 아이오아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이오아이’는 YMC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지먼트를 했지만, 시즌2에서 탄생한 ‘워너원’은 CJ E&M이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알게 모르게 불만을 표하는 중이다.

기획사가 아닌 방송사가 매니지먼트까지 손을 댄다고 하니 불만을 제기하는 것. 하지만 CJ E&M은 매니지먼트 사업을 이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음원사업을 시작하고부터 했으니 직접적인 불만 제기도 별 의미는 없는 상태다.

기획사 중 한 곳에서 매니지먼트를 맡았을 때 불만이 없다고 하는 것도 사실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한 기획사가 매니지먼트를 맡는 게 더 문제이기에 스타를 만들어 낸 방송사에서, 계약된 대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로 봐야 한다.

시즌2의 성공은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타는 탄생했고, 그렇게 ‘워너원’은 시장을 초토화시키며 연일 신기록을 달성 중에 있다.

모든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하고, 기존 대형 기획사 아이돌 태풍까지 모두 잠재우는 중이다. 11관왕. 모든 멤버가 트로피 하나씩 들고 인증을 해도 될 정도로 벌써 대형 아이돌 그룹의 기록을 깬 상태다.

시즌1 ‘아이오아이’보다 더 강력한 태풍급 ‘워너원’의 등장 때문에 중소 기획사뿐만 아니라 대형 기획사도 비상사태인 것은 당연한 상황.

매니지먼트 3개 단체가 갑작스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거라고 보면 될 터이다.

그들은 미디어 권력의 횡포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선 매니지먼트 단체의 요구를 들어주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이돌학교>의 경우는 타 기획사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어차피 해당 프로젝트 그룹이 대성공을 하면 또 그 매니지먼트를 못 맡은 기획사들의 불만 제기는 있을 것이기에 어느 쪽에도 맞추기는 힘든 게 방송사의 입장이다.

그룹 워너원이 7일 저녁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쇼케이스 겸 콘서트 '프리미어 쇼콘'에 참석해 데뷔무대를 꾸몄다. [HNSHQ 제공=연합뉴스]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대형 기획사는 차근차근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게 그들.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도 있고, 방송사 고유 PD 시스템은 이제 기획사 PD 시스템과도 연결되는 분위기여서 양쪽 모두 같은 수익창출의 모습을 보이려는 중이다.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은 사실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시장 교란의 영향도 있고, 기획사에서 준비하던 그룹이 엎어지는 것도 맞기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

하지만 중소 기획사 입장에선 이런 프로그램이라도 반길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획사 자체 브랜드도 알렸으니 반길 일이고, 11인에 들어 대표 선수를 한둘 얻는 것도 사실이기에 손해가 날 일은 없다.

문제는 당장 그 혜택을 보고 싶어 하는 기획사들이 있고, 마음이 맞는 몇몇 기획사들의 불만 제기에 따라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워너원’에 해가 갈까 걱정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애초 키우지 않을 것이라면 프로그램에 내보내는 것도 하지 말아야 했고, 그들이 컸다면 스타가 된 이후 조금은 불만족스럽더라도 팀을 알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이건 그들이 만든 룰이다. 룰을 자신의 현재 이익에만 맞춰 생각한다면 CJ E&M보다는 해당 중소 기획사에게 비판이 가야 할 문제다. 대표 선수로 키우는 단계로 생각하면 될 일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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