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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안철수, 정체성 분명히 해야현상 유지하자는 '중도개혁'은 실패 반복할 뿐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8.28 08:11

안철수 전 의원이 국민의당 대표로 돌아왔다. ‘창업주’가 자기가 만든 당의 대표가 됐다는 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안철수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맥락이 좀 묘한 것은 사실이다. 안철수 대표가 얻은 득표와 당선 직후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그렇다.

안철수 대표는 27일 전당대회에서 51.09%를 얻어 ‘턱걸이’로 당선됐다. 아슬아슬한 결과다. 과반 득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1위 후보와 2위 후보 간의 결선투표가 진행됐을 것이고, 그러면 불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대표가 지난 대선 패배의 당사자이고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제보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재기할 정치적 발판을 무너뜨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러나 나머지 세 후보의 득표를 더해도 안철수 대표가 얻은 표에 미달한다는 사실은 어쨌든 결선투표가 진행됐더라도 승자는 안철수 대표였을 거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을 완벽하게 장악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반대파가 역습에 나설 만큼의 기반을 마련한 상태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당권이 일순간 진공상태에 놓일 가능성이다.

여의도의 호사가들이 화제에 올리는 것은 당의 진로를 놓고 국민의당 내의 노선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다. 안철수 대표에 가까운 인사들은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 및 통합을 추진하길 바라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비안철수계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사실상 복귀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출마를 기정사실화할 무렵 동교동계 인사들이 ‘탈당’을 거론하고 대표 경선 초기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이 논란거리였다는 점을 보면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해서 여당의 길이냐 야당의 길이냐의 선택을 목전에 두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철수 대표는 ‘선명야당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도 정부 여당과 싸우겠다는 취지의 말을 십 수 차례 반복했다. 앞서의 표현으로 보자면 이는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고 정계개편의 논리로 보자면 바른정당과 일을 도모하는 것에 가까운 주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언론은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일부 인사들이 국민의당 인사들과 학습모임을 추진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이런 행보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호남여론’이다.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제3당의 지위에 올려놓은 당사자들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은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라는 사실이다.

호남지역 유권자들에게 제3당으로서의 국민의당은 메리트가 반감된지 오래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한 것은 안철수 대표가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국민의당에 투표한 사람들은 그 다음해로 예정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안철수 대표가 보수정당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대선은 이미 끝났고 정권은 교체되었기 때문에 이런 계산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때문에 호남 지역 유권자들은 빠른 속도로 여당화 되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존재의 이유를 새롭게 증명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안철수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중도개혁정당’이다. 불분명한 개념이지만 굳이 정리를 하자면 뭔가 답답한 정치 현실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개혁’을 포기하지는 않으나 이념적으로 중도적인 방법론을 택하겠다는 의미다. 기성 정치의 실체를 극단적 이념을 고집하는 양자의 대립구도로 보고 자신들은 탈이념을 내세우며 여기에 ‘실사구시’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이런 캠페인은 도리어 ‘반(反)정치적’이란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새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접근의 성공 사례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진하는 공화국’이란 이름의 단체를 통해 정계개편을 주도하며 이전 정권에서 집권한 사회당을 완전히 몰락시켰다. 이는 전적으로 ‘개혁’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임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 역시 2012년 ‘1유로 투표권’을 통해 개혁의 여망을 안고 당선됐으나 법인세 인상 등 개혁에 실패했고 ‘현상유지’에 그치는 원래의 사회당-우파 노선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프랑스인들의 마크롱을 향한 지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를 일소하기 위해 반정치적 메시지를 택한 결과였다. 문제는 이 ‘반정치’라는 것의 실체는 결국 현상유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변화 추동하는 극우정치와 현재의 체제를 지키겠다는 신자유주의가 맞붙는 상태인 유럽 전반의 정치구도가 프랑스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지지율 하락이 가시화되는 것은 이런 한계 때문이다. 무언가를 ‘바꾸자’는 주장의 반동적 실체가 드러나자 대중은 새로운 세력이 내세우는 정치적 해법 보다는 이런 저런 스캔들과 이에 관한 주변적 논란을 찬반의 주요 대상으로 삼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화장품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했다는 폭로나 지나친 권위주의적 태도 논란, 영부인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혼란이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건 같은 맥락이다. 요컨대 대중은 애초에 마크롱의 ‘깃발’을 보고 따라 나섰으나 그게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간파하자마자 정치를 대하는 일상의 냉소적 태도로 다시 복귀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지난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 이미 겪은 일이다. 그러므로 “중도개혁정당을 하겠다”고만 말하는 것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도개혁정당을 하겠다”는 말보다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은 바른정당과의 단일세력 형성이 현실화되느냐 이다. 이는 안철수 대표가 내세우는 ‘중도개혁’의 실체가 ‘합리적 보수’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심정지인 사람에게 누구랑 연애할래 라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라며 답변을 애써 피해갔지만 조만간 이 질문에 직면하게 되는 건 필연이다.

바른정당의 현재 상태를 봐도 안철수 대표가 답을 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바른정당의 지도부는 ‘자강론’을 연일 외치고 있으나 외부에서의 원심력은 심상찮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론에 불을 붙이는 와중에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은 지난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른바 ‘친박8적’에 대한 인적청산을 조건으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바른정당으로 가려다 자유한국당에 남았던 나경원 의원도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밑바닥 수준에서 뭔가 ‘이심전심’이 있는 듯한 그림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그렇듯, 보수정당끼리의 통합도 여전히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정두언 전 의원 같은 이들은 아예 ‘분당’을 말한다.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함께하자는 쪽과 자유한국당과 함께하자는 쪽으로 찢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지방선거 전에 이런 일이 현실화되면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양쪽 모두 “찢어질 수 있다”는 평가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늘상 말하는 대로의 정계개편 그림을 또 상상하게 한다. 결국 돌고 돌아 더불어민주당 대 자유한국당의 양당 구도가 다시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거다. 물론 이런 저런 정계개편 시나리오 중 이 경우가 현실이 되는 건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묻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상황이 될 경우에 안철수 대표가 서는 곳은 어디냐는 거다. 이 극단적 경우에 대한 답을 지금 갖고 있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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