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당선과 함께 정계개편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중도 정책연대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바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재신임' 선택한 국민의당 '당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는 온라인·ARS 투표 합산 2만9095표로 51.09%의 지지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 경선 승리를 결정지었다. 정동영 의원은 1만6151표(28.36%), 천정배 의원 9456표(16.6%), 이언주 의원 2251표(3.95%) 순이었다.

이번 전당대회는 앞으로 국민의당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 짓는 경선으로 관심을 모았다. 안철수 대표가 '극중주의' 노선을 국민의당의 가치로 내세운 반면 정동영, 천정배 의원은 '선명성'에 방점을 두고 개혁 야당을 외쳐왔기 때문이다. 안 대표와 정, 천 의원의 상반된 노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국민의당 당원들은 안철수 대표를 선택했다. 실제로 당 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안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장진영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경기도당위원장과 함께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고, 전국청년위원장에는 당직자 출신인 이태우 위원장이 당선됐다. 이 위원장 역시 이번 전당대회 기간 안 대표와 행보를 함께 해 온 인물이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안철수계로 구성됨에 따라 정치권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3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문에 답이 있다. 당시 안 대표는 "저의 정치적 그릇을 크게 하고, 같이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밝혔다.

▲악수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연대 가능성은?

정치권 곳곳에서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제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안 대표와 유사한 노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언주 의원은 "정책연대와 별도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선거를 위해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를 관철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지기반 자체가 확실하지 않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동병상련'의 상황도 이 같은 논의에 힘을 싣는다.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지역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호남 민심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바른정당도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 자유한국당에 밀리는 모양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중형 선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TK에서 바른정당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즉 지역기반이 애매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공생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압박도 바른정당과의 연대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극중주의를 새 좌표로 선택한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 시 안철수-유승민 단일화 등 바른정당과의 정치 이벤트를 통해 컨벤션효과를 누리는 등의 개연성이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안철수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좌표로 중도를 선택했다"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기반이 애매해진 상황에서 안 대표의 움직임은 바른정당 연대론과 맥이 닿아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논의가 당장에 현실화 될 지는 미지수다. 당 내부의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정배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바른정당조차도 합리적 보수의 경계를 넘어선 적폐 쪽에 가까운 사람도 많다"면서 "바른정당조차 냉전적 안보관이라든가 영남 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철수 후보가 그 사람들하고 결합하면서 개혁노선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지난 18일 선거연대 가능성을 제기한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은 내부 정리부터 하는 게 급선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든든히 두 발로 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는 만큼 선거연대에 곁눈을 두지 않겠다. 선거에서 이합집산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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