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횡령 등에 대한 1심 선고에 이어 또 하나의 세기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재판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로 봤을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련한 뇌물공여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순실 씨의 사적 이익 추구 수단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 씨가 각 재단의 사적이익을 추구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관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대가로 재단을 지원한다는 묵시적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출연금과 관련해 적극적·능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는 점 ▲재단에 대한 설립 및 출연 과정이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던 점 ▲최지성 전 부회장과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진술에 의하면 대통령의 관심 사항에 따라 출연금을 어쩔 수 없이 납부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대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대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다는 얘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한 가지 혐의를 벗게 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가지 혐의를 더하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요·직권남용·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공갈 혐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이재용 재판에서 재판부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대해 '강압적', '어쩔 수 없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공갈에 의해 삼성의 지원이 이뤄졌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공갈죄는 사람에게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며 을러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죄로 형법 제350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강요죄보다 처벌수위가 높다.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쨌든 직무에 관련해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뇌물수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돈을 받는 방식도 공갈로 받았다는 게 오늘 더해진 것이다. 공갈과 뇌물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는 의미"라면서 "오늘 재판으로 봤을 때 박 전 대통령은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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