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은 23일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하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지난 5년간 MBC가 망가지도록 직간접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발버둥치는 것 같아 보기에 매우 민망하다.

MBC 기자, 아나운서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밝힌 경영진의 막가파식 폭거는 박정희 이래 자행된 언론 탄압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용마 기자는 ‘지금까지 MBC 실태는 경영권, 인사권을 내세운 부당노동행위가 일상이었다’고 외치고 있다. 최근 수년간 MBC 경영진은 인사권 등을 악마적으로 휘두르면서 조직원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철저히, 간교하게 파괴해 왔고 그것이 백일하에 폭로되고 있다.

방송출연·업무 거부에 돌입한 MBC 아나운서 27명은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상암 MBC경영센터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출연 방해·제지 등 아나운서 업무 관련 부당 침해 사례 등을 발표했다.

군사정권이래 언론 장악을 음모한 정치세력과 그 하수인들이 취한 수법은 시대에 따라 변천해 왔고 MBC의 경우 21세기형 언론탄압의 압권이라 할만하다. 박정희, 전두환의 언론 탄압은 공권력 등을 동원해 언론인을 언론사에서 불법 해직시키는 수법을 썼지만 오늘날에는 권력의 하수인들이 양심적 언론인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수법이 일반화되었다. 해직과 부당인사로 인해 그 피해자가 겪게 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동일한 것이다.

전두환은 광주항쟁 기간 동안 신군부에게 저항한 언론인을 국체부정이나 국시부정이라는 최고의 범법자로 정상적인 법적 절차 없이 낙인찍어 영구 취업불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치군인들은 해직언론인들이 언론사에서 쫓겨난 뒤 고통스럽게 살도록 강제하면서 현업 언론인을 겁박했다. 순종치 않으면 저 꼴이 된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살아 있는 상징으로 악용한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탄압은 정치군인들의 그것과는 방법을 달리했다. 정치권력이 직접 탄압을 하는 대신 낙하산 사장이나 청와대가 점지하는 야바위 언론인을 최고 경영인으로 앉혀 그들을 하수인으로 삼아 언론을 통제하는 방법이었다. 검찰이나 법원, 노동 감독기구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엎드린 상황에서 권력에 원격 조정된 사이비 언론 경영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처럼 인사권을 악용했다.

박정희 시대 이래의 공작정치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교묘하고 악랄하게 변형화되고 진화한 것이다. 언론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독재 세력의 목표는 소수 언론인의 희생으로 조직 내의 다른 다수 언론인들을 겁박해 언론을 청와대의 나팔수로 만드는 것이었다.

언론탄압 세력과 그 하수인들은 잔인하고 비열한 수법으로 인사권을 휘둘러 양심적인, 공정보도를 외치는 언론인들에게 가능한 최대의 고통과 수치심, 그리고 박탈감을 맛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공익 실천을 외치던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분노는 예나 지금이나 흡사했다.

김장겸 사장이 MBC 확대간부회의에서 뱉어낸 주장들은 양심, 수치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망발이다. 천하가 다 아는데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갖가지 범죄적 인사 폭거에 대한 공개적인 폭로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것은 엊그제까지 무소불위의 인사권 폭거를 자행하던 장본인이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진실 앞에 저항하는 파렴치한 모습이다.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와 43개 사내 직능단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본사와 16개 지역사의 전체 직원(임원 제외)을 대상으로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등 방문진 이사들의 거취’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미디어스)

인간의 감성 가운데 수치심은 후천적인 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동서양에 따라서 수치심을 느끼는 대상이나 그 정도가 큰 차이가 있는 것에서 이런 점이 입증된다. 한국 사회의 일부 정치권과 언론, 검찰, 정보기관 등이 보이는 파렴치함은 이 사회의 수치심 교육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되거나 은폐된 갖가지 권력형 범죄가 하나둘 그 진상이 드러나거나 그러는 과정에 있다. 촛불이 요구한 적폐 청산이 실천되고 있다. 적폐청산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욕구는 촛불 혁명으로 불타올라 마침내 박근혜를 파면했다. 그러나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나 최순실에 대한 재판, 그 연루자들에 대한 청문회, 우병우의 법치를 능욕하는 행위, 새누리당 친박 세력의 언행 등에서 파렴치의 극치가 자행되고 있다. 친일파 등에 뿌리를 둔 특정 계층이 심각한 사회적 해악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 사회의 적폐청산 대상들은 버틸 때까지 버티자는 식의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언론의 경우 MBC, KBS,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사의 파렴치한 경영진들이 언론노동자들의 적폐 고발과 퇴진 요구에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MBC 김장겸 사장은 물론 KBS, 연합뉴스 사장 등도 직원들의 퇴진 요구가 빗발치지만 귀를 틀어막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이미 적폐세력의 편이 아니다. 전 사회적인 적폐청산의 요구와 그 실천 행동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적폐청산을 자율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언론인들의 결의와 행동도 하늘을 찌를 기세로 분출하고 있다. 공영언론의 정상화를 외치는 시민사회의 성원과 격려도 나날이 힘을 더 하고 있다. MBC 김장겸 사장은 정신을 가다듬어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라도 빨리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특히 MBC 언론인들은 김장겸 사장이 하루라도 빨리 제 정신을 차리도록 공정보도, 진실보도를 위한 투쟁의 강도를 배가시켜야 한다. 김 사장이 어떻게 공조직을 파괴시키기 위해 조직원들을 부당하게 괴롭히고 수치스럽게 만들고 자존감을 파괴토록 했는지 똑똑히 알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공영언론에 앞으로 그런 부당행위가 발 못 붙이게 해야 한다. 나아가 진정한 언론자유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통일에 MBC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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