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종종 미니를 통해 라디오를 듣고는 합니다. 저녁 10시 시간대는 별로 듣지 않지만 어제 간만에 미니를 듣는데 게시판이 난리더군요. 무슨 일일까 해서 찾아보니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부산 여중생 살해범 김길태로 인해 사회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무개념은 도를 넘어선 막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DJ 김범수와 살인범 김길태 사이

부산 여중생을 살해한 김길태로 인해 다시 한 번 사회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빠른 수사와 바른 수색이 있었다면 살릴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들과 함께 항상 반복되어 이야기되는 초동 수사의 문제점과 사회가 버린 살인마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자신의 꿈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어린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한 범인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이루어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런 유사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들이 강구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회가 방치한 인물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면 이런 유사 사건들에 대한 사회적 대비책들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김길태 팬클럽’이 만들어져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살인자들이 잡혔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만들어지는 행태의 새로운 반복일 뿐이기는 합니다. 그들이 진정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면 팬클럽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겠지요.

마치 세계적 살인마 찰리 맨슨을 추종하는 집단들을 떠올리는 듯한 그들의 행동들은 살인마 이상의 문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어떤 살인도 정당화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리고 여린 여학생을 살해한 살인마에게 팬덤을 적용해 찬양하고 이에 합류한 수백 명의 회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일부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가입한 이들도 있고 취재를 위해 잠입한 이들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살인을 동경하고 하나의 게임이나 되는 듯 영웅시하는 이들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단순한 인기를 끌어 보기 위한 치기로 보여 질 수도 있겠지만 매번 반복되는 현상이라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 토요일 MBC FM '김범수와 꿈꾸는 라디오'에서 황당한 이야기가 전파를 탔습니다. 다름 아닌 DJ인 김범수가 자신의 과거라며 어두운 골목을 걷는 여인을 놀래주는 상황이 재미있다고 털어 놓은 충격적인 이야기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걸 가끔씩 옛날에 좀 즐긴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 이렇게 괜찮은..
어우~ 딱~ 처자가 딱 가잖아요 밤늦게. 골목 딱~ 어귀에. 그럼 제가 일부러 속도를 조금 더 빨리합니다.
이렇게 가면 그 여자분 속도가 점점 빨라져요 그럼 재밌잖아요
(추격전이요 예)
그럼 제가 점점 더 빨리 이렇게 가면 그분의 어깨가 들썩 들썩이게 긴장하고 있다는 거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제가 점점 이렇게 빨리하다가 빠른 걸음으로 거의 경보수준으로~ 가다가 뛰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분이 악~!하면서 갑자기 막 도망가요. 너무 재밌더라구요
(사과 하세요 빨리)
죄송합니다. 어렸을 때 철없는 시절
(여동생 있으세요?)
아니요
(없으니까 이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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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꿈꾸라 홈페이지에서도 토요일 방송분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어두운 밤길 혼자 걷는 여인을 뒤에서 쫒는 것이 재미있어 자주 했었다는 김범수의 고백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저 재미로 그랬다는 그의 궁색한 답변도 문제이지만 그저 어린 시절 했었던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강도가 심각했습니다.

이 방송을 들었던 이들이라면 과연 김범수라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을 듯합니다. 더불어 과연 그가 뒤에서 추격전만 했을까란 과도한 상상도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저 어렸기에 더한 짓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자기 고백이었습니다.

노래방에서 참 많이도 불렀던 '보고싶다'를 부른 가수가 심야 라디오 방송의 새로운 DJ가 되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운 일이었을 듯합니다. 더욱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었겠지요. 그런 팬들에게 혹은 애청자들에게 그의 이 발언은 씻을 수 없는 망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윤종신의 여자를 회에 비유한 발언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자기 체험 고백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과연 모든 남자들이 어렸을 때 김범수처럼 야심한 밤에 여자 뒤나 쫓는 인물이었을까요? 괜히 뒤에 가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오해를 받아 기분 상했던 많은 남성들에게 지독한 낙인만 찍은 김범수의 만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김범수의 말에 부화뇌동해 거드는 출연진도 문제이지만 적절하게 정리하고 사과를 요구한 출연진으로 인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디오 방송 사상 최악의 자기 고백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듣는 라디오라는 특성을 봤을 때 김범수의 자진 사퇴는 당연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리를 보존한다는 것은 더욱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이를 방치하는 제작진들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방송 사고에 가까운 그의 막말에 사과도 없이 주말을 보낸 그들은 더 늦지 않은 시간에 사과와 이후 대책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노래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했던 김범수를 더 이상 가수 김범수가 아닌, 밤길에 여자를 농락하는 것을 재미로 삼는 파렴치한 김범수로만 기억되어질 듯합니다.

해도 되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습니다. 더욱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막말을 일삼는 디제이가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적인 도덕 불감증이 이렇게 발현되는 것은 아닌 가 무척이나 씁쓸했던 소식들이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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