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최근 걸 크러시와 중국을 키워드로 한 논문 한 편을 읽었다(‘중국에서의 K-팝 여성 아이돌 그룹의 걸 크러시(Girl Crush) 현상에 대한 연구’, 왕빙기, 2022. 2) 이 논문을 읽으며 중국 시장에서 걸 크러시 콘셉트가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나아가 몇 년 전부터 여성 아이돌 산업의 메인스트림이 된 ‘걸 크러시’가 이 산업에 무엇을 주었는지 상상해 볼 착안점을 얻었다.걸 크러시는 흔히 강하고 멋진 여성상을 표현하는 스타일적 요소로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이 개념은 좀 더 넓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10월 29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6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습니다(1일 오후 3시 기준). 큰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가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나면서 많은 시민들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그중에서도 이태원 참사 현장 사진과 영상이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퍼지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습니다.문제는 SNS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참사 사진‧영상을 공유하는 시민들에 성숙한 윤리의식을 주문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SNS나 온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벌어진 참사로 온 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유가족과 시민들이 사고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돕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하지만 사건 초기 많은 정보가 뒤섞인 상황에서 언론의 신중하지 못한 보도는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단편적인 정보만 갖고 누군가를 특정해 사고의 원인을 찾는 듯한 보도는 시민들의 슬픔과 분노의 방향을 잘못 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 21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돌 연구소’ 실제 소유주라는 기사가 나왔다(JTBC, ‘[단독] 카카오엔터, 저작권침해 온상 '아이돌연구소' 페이지 실제 소유주'). ‘아이돌 연구소’는 케이팝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페이지로서 팔로워가 130만 명이 넘는다. 기사에선 해당 페이지가 언론 방송사 저작권을 침해해 왔다는 점이 추궁되었지만, 좀 더 의미심장하게 읽은 대목은 카카오엔터가 “'아이돌 연구소' 페이지를 자사 콘텐트 마케팅 활용 등을 위해 인수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뮤직 마케팅팀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며 일어난 파장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강원도의 채권 지급보증 거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사업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불거졌는데요. 사실상 지급보증 거부로써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금융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게 됐다는 것이죠. 그런데 또 다른 원인으로 은행의 은행채 발행과 더불어 한전의 한전채 발행이 지목됐습니다. 한전이 적자를 이유로 대규모 발행한 한전채가 금융시장에 흐르는 자금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10월 27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삼성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3대째 반복된 재벌승계 과정의 수많은 위법 및 국정농단 연루에도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유전무죄’와 ‘법치주의 파괴’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지만, 언론은 이번 삼성 회장 취임 역시 ‘책임경영’ 등 수식어를 붙여 긍정적 의미를 대대적으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거취에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 주가가 상승했다는 식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삼성 발표 받아쓰기, ‘미등기 이사 회장’ 지적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남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10월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통과했습니다. 현행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으로 ‘쌀 생산량이 3%를 초과하거나 쌀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생산량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사들여 쌀값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입니다.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벌어지고, 과잉 공급물량은 결국 폐기해야 하고, 농업재정의 낭비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10월 15일 오전 6시 20분께 경기 평택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 SPL 빵반죽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끼임 사고는 기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컸는데요.사고 당일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SPC그룹이 사고 직후에도 공장 일부를 가동하고, 숨진 노동자 장례식장에 SPC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빵을 보내는 등 부적절한 대응에 시민 분노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고 1주일 뒤인 10월 21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이 주 전 ‘케이팝 기획사들이 미야와키 사쿠라를 활용하는 관성’이란 글을 썼다. 요점을 간추리면, 아이즈원을 운영한 CJ도 르세라핌을 운영하는 하이브도 사쿠라가 지닌 큰 팬덤과 일본에서의 영향력을 이용은 하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글에 잠재된 논점은 아이돌 멤버 개인의 처우에 관한 주장을 넘어선다. 개별 아이돌이 얻는 ‘분량’이란 것은 시시때때로 이 산업의 평화를 깨트리는 뇌관이다. 거기엔 아이돌 개인의 가치와 정체성은 물론, 팬덤의 수요와 기획사의 이해관계, 산업의 그늘진 뒷면이 얽혀 있다.누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마술쇼를 보러 가서 트릭을 알아내겠다며 팔짱 끼고 앉아있는 것처럼 깐깐해질 때가 있다. ‘B급 유머, 재기발랄’이란 키워드로 영화가 호평받을 때다. 특히 B급 유머는 주성치의 영화로 졸업했다고 생각한 내게 올해 3월에 처음 공개된 (이하 에에올)는 깐깐하게 평가할 조건에 부합했다. 그럼 허점을 발견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마술쇼를 보러 간 깐깐한 평론가는 어떻게 됐을까. (* 이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미국에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를 대표하는 이론가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은 ‘대중문화’가 단순히 지배 이데올로기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저항이 동시에 일어나는, 그렇기에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한 살아있는 정치적 공간이라 여겼다. 대중문화 텍스트와 수용자 경험 간 관계는 ‘코드화(encoding)’와 ‘해독(decoding)’으로 설명된다. 코드화가 다양한 코드(code)를 활용해 텍스트를 생산하는 행위라면, 해독은 수용자가 적절한 코드에 의거해 텍스트를 해석하고 이해하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일부 언론에서 5·18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2022년에도 언론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알리고, 광주항쟁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관련 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 2021’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 밀착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교육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초학력 진단체계를 마련하고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전수평가’라는 윤 대통령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제고사나 전수평가를 부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케이팝은 세계화의 또 다른 챕터에 들어선 상태다. 크게 보았을 때 케이팝이 세계화된 시기를 몇 개의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00년대에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1기,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중반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남미 등 비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한 2기, 2010년대 중후반부터 BTS가 북미에서 스타가 되며 서구 시장이 열린 3기, 그리고 2020년 팬데믹이 도래한 이후 지금까지의 시기다.이 시기 동안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가 메인 상품이 되며 해외 시장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케이팝의 글로벌 전략 중 하나는 국적의 다원화였다. 이는 케이팝이 아시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글로벌화 된 2000년대 말 이후부터 외국인 멤버를 발탁하는 것으로 진행됐고, 케이팝 그룹 자체의 글로벌 성격이 정초된 후에는 아시아 각지에서 현지화 그룹이 제작되고 있다. 세계 대중문화의 패권 국가 미국은 다인종 국가인 데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지위가 확고해 이질적 문화를 흡수하고 자국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해 왔다. 반면 한국은 단일한 계통의 언어와 인종으로 구성된 변방 국가다.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동시에 타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2000년대 중후반 국내에 본격 소개된 후, 20년도 지나지 않아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digital media platform, 이하 ‘플랫폼’)은 기존 미디어 산업을 재편하는 키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포털 서비스(이하 ‘포털’)는 검색, 메일, 커뮤니티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언론사별 뉴스를 실시간으로 한데 모아 확인할 수 있는 가판대 역할을 한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는 일기장부터, 메모, 편지, 전화 등의 기능 일부를 대체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는 어떤 영화인가. 작년 겨울 진행된 왕가위 4K 리마스터링 특별전에서 가 상영되기 전에 왕가위 감독이 영화를 설명하는 특별 영상이 추가됐다. 왕가위 감독은 를 ‘비밀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어떤 비밀인가. 여러 비밀이 후보군에 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사랑에 관한 비밀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우(양조위)와 첸 부인(장만옥)의 배우자들이 불륜을 시작하게 된 비밀이다.일단 영화 바깥에서 비밀을 파고든다면 이런 의견이 있다. JTBC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한국 축구에 관해선 늘 말이 많다. 축구는 모든 운동 종목 중 내셔널리즘이 가장 강렬하게 투여되는 종목이다. 단일 종목 국가 대항전으로서 월드컵만큼 규모가 큰 대회는 없다. 벤투가 이강인을 쓰지 않는다, 관중들이 경기장에서 이강인을 연호하며 출전을 촉구했다, 손흥민이 이강인만을 위한 대표팀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카메룬 평가전에서 나온 광경은 월드컵 시즌마다 국가적 들썩임으로 난무하던 이 말 저 말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은 없다. 그럼에도 아직 유망주에 불과한 어린 선수 때문에 관중들이 대표팀 감독
[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를 지속해서 큰 폭으로 올리며 긴축을 시사하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한국 역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한 환율을 비롯해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지고, 무역수지가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무역적자까지 악화하며 복합적 경제위기 우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언론에도 경제위기를 강조하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고환율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