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단식이라는 건 극단적인 전술이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동원한다. 보통 독재 정권 시절 야당 정치인의 사례를 말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형참사 희생자 유족의 사례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말 그대로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단식을 했다. 단식을 그만둘 방편이 없으니 40일, 50일, 60일까지 기록도 늘어난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 살 수 없으니 소금이나 효소를 섭취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를 한다. 생명은 유지되지만 몸은 비쩍 마른다. 그러한 장면에서 나오는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한국조폐공사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조폐공사에서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어 서비스를 한다는 내용이다. 서비스 내용은 NFT 전시, 오롯디윰관(조폐공사 플래그십 스토어), 세미나 및 회의실, 체험형 교육실, 홍보 및 특별전시 등이다. 메타버스 역시 공간이니까 회의실, 교육실, 전시 등의 서비스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요즘 메타버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아 실제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공공기관으로서는 해볼 만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NFT를 만들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 관련 뉴스는 다 예상대로다. 한일 양국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지만 방사성 물질의 농도 등은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을 반복할 것이고, 야당은 양국 정부에 항의하는 캠페인에 집중할 것이며, 여당은 그런 야당을 향해 ‘방탄’, ’괴담’ 타령을 계속할 것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은 이런 구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예상 가능한 일이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항의하면서도 적절한 대안을 정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저녁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여학생 둘이 길에 서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낮에 카페에서 보았던 여학생들이었다. 시험 기간이었는지 카페에 앉아 역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시험 준비를 마친 듯 여학생들은 길에 서서 역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학생 중 A가 한창 공부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대화의 모양새가 좀 이상했다.여학생 B가 대화에 낄 사이 없이 일방적으로 A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B는 ‘맞아, 그래’라는 말을 중간중간 추임새처럼 넣으며 말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여러 명이 대
[미디어스=명숙 칼럼] 요즘 유행하는 말 중 하나가 무정부상태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서현역과 신림동 무차별 분노범죄(이상동기범죄) 등 연일 사건이 발생하는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말이다. 재난안전의 의무, 범죄로부터의 생명의 안전 등은 국가의 기본 의무다. 최소한의 역할만 했어도 막았을 것이다. 112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고, 민생치안보다는 시국치안에 경찰력을 대부분 배치하고 있으니 한탄이 절로 나온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니 무정부상태라는 것이다. 최근 호신용 도구를 구매에 열을 올리는 현상 자체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매스미디어나 소셜미디어에서 인기가 높았던 가상인간 또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삼일회계법인 경영연구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Industry Issue Report 8월 2주’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몇 년 간 국내에 소개된 가상인간은 150명을 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로 ‘로지’를 들고 있다. 2021년 신한라이프 TV광고에 등장해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로지는 2021년에는 5편, 2022년에는 6편의 광
[미디어스=박민군 칼럼] 정부는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공표하였다. KBS는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송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공영방송의 존폐가 달려 있다. 공영방송의 수신료 재원이 보장되어야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되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TV수신료는 시청자가 방송매체를 수신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부담금으로 1994년부터 한전이 전기요금과 함께 통합징수하여 공영방송이 공적 역할을 하는 주요 재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TV수신료의 전기료 통합징수 체계는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민주주의란 뭘까? 인류 역사의 대강을 짚어보면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왕이 국정을 마음대로 하지 않는 체제라는 게 그것이다. 국가적 결정에는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거다.물론 모든 사람이 국정을 자신의 현안으로 여기고 통치에 참여하는 이상을 달성하는 것은 오늘날의 사정으로는 어렵다. 그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민주 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에서 자신의 대표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 통치의 방향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난 8일 AI 편향성에 관련된 재미있는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카네기멜런대·워싱턴대·시안교통대가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마다 정치 경제적 성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논문 연구자들이 14개의 대규모 언어 모델에 대한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OpenAI의 ChatGPT 및 GPT-4가 가장 좌파 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였고 Meta의 LLaMA가 가장 우파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니면 주주에게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만 존재합니까?”라는 질문뿐 아니라 페미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김은경 혁신위의 대의원제 관련 제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다고 한다. 수용해도 문제, 거부해도 문제란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실어준다고 한 바도 있어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듭을 지으려면 못 지을 것도 없다. 다들 관심이 다른 데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한다.김은경 혁신위가 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지난주 제안한 내용은 제도에 관한 것으로 좁혀서 봤을 때는 합리성이 없는 안이라고 할 수 없다. 대다수 언론들은 ‘대의원제 폐지’라는 제목을 달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카페 넓은 창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평화롭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그늘진 나무 아래의 빛은 적당히 따사롭고, 적당히 안락하다. 쾌적한 공기 상태와 온도가 유지되는 카페에 앉아 있으면 세상은 살만해 보인다. 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어버렸다는 뉴스는 모두 가짜 같다. 이 정도 날씨에, 이 정도 온도라면 몇백 년, 몇천 년도 지금 이대로 살아도 될 것 같다.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디디는 순간 생각은 화르르 타버린다. 밖은 사정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에 숨도 쉴 수 없을 지경이다. 숨이 턱 막힌다는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을 걷던 MBC가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한 달 동안 ‘TV수신료 분리 징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감사’, ‘공영방송 이사 해임 추진’ 등 공영방송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그리고 9일 조선일보는 KBS 이사장에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이, MBC 방문진 이사장에 차기환 전 MBC·KBS이사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차기환은 이미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지냈고, KBS 이사도 한 차례 지낸 적이 있다. 그는 5·18 북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얼마 전 중국 AI에 관한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지난 2월 중국에서 개발된 첫 대화형 인공지능 챗위안 (ChatYuan)이 출시 며칠 만에 중단된 배경에 관한 이야기다. 챗위안에게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3연임)에 대한 평가는?”이라고 물었고 챗위안은 “질문에 규칙을 위반하는 용어가 포함됐다. 다시 입력해 달라”고 답했다. 챗위안이 계속 이렇게 ‘모범답안’을 제출했으면 숙청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쉽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그만 반정부 발언을 하고 말았다.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잼버리 대회 파행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씨름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서로의 탓을 하다 급기야 성범죄 우려 등을 제기하며 퇴영을 결정한 국내 참가 단체에 대해 “누구의 사주로 그런 반(反)대한민국 결정을 했는지 정치적 배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의원까지 나타났다. 가짜뉴스를 유포해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그 대가로 음모론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전형적인 21세기 극우 포퓰리즘의 방식이다.백보 양보해 득표 논리를 따지는 각 정당이야 그렇다 치자. 파행의 책임을 따지는 언론에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라는 말이 있다. 법조계와 관련된 오래된 격언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는 의미다. 재판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 사이 피해자의 상처가 더 깊어지고 때로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돼 재판 승소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적 환경으로 바꿔 다시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작은 소망이 오히려 법원에 의해 좌절당하는 경우가 빈번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올 것이 왔다고 해야 할까,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결국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정치권의 극한대립은 이미 시작됐다. 언론계 전반은 전쟁터가 될 것이다. 정권이 왜 이런 선택을 끝끝내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동관 후보자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권 당시의 ‘방송 장악’ 등을 기획하고 실행한 인물이다. 그 결과로 당시 만들어진 언론환경이 모범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정권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아무리 내심으로는 선거 앞두고 언론을 손봐야 한다고 보더라도 겉으로는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서울시 교육청이 올 하반기에 일부 학교부터 급식로봇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급식로봇 도입은 학교 급식실의 노후 환경 등으로 급식실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해 인력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근무 중인 종사자들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는 발표가 나오자 서울시 교육청에서 내놓은 보완책 중 하나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5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3년도 대규모 로봇 융합모델 시범사업(푸드테크 대량조리 분야) 지원과제’에 응모해 선정되면서 급식로봇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교육부가 지난 3월에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직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계기로 학교판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저런 입법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교권 침해’ 사례를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한다거나 합법적 생활 지도 활동에 아동학대죄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내용이 언급된다.당장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한 법적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도록 해야 한다.가령 학교판 ‘악성 민원인’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일부 교사들이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는 학교가 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다. 까마득하게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학교에 첫발을 내디디던 순간을 기억한다. 3월이었지만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단단히 입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말씀대로 눈밭에 굴러도 춥지 않을 정도로 입었지만 까슬한 볼은 빨갛게 얼었다.초등학교 입학식은 나에게도 중요한 날이었지만 엄마, 아빠에겐 뜻깊은 날이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아이가 나만이 아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 오빠까지 온 가족이 함께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미국 할리우드의 작가와 배우 양대 노동조합이 파업을 시작했다. 5월 할리우드 작가조합(WGA)의 파업 결정 후 수만 명이 LA·뉴욕 등에서 두 달째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고 16만여 명이 소속된 미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지난 14일 자정을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작가와 배우·방송인 조합의 동시 파업으로 할리우드의 콘텐츠 제작은 중단됐다. 파업의 이유는 스트리밍 수익 공유, 급여 인상, 연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AI에 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AI를 적극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