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주 BTS 멤버 RM이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와 가진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케이팝 시스템의 비인간성과 한국 문화의 특성에 관한 질문에 RM은 일정 부분 수긍하면서도, 그런 점들 때문에 케이팝의 퀄리티가 특별하며 한국은 70년 전 아무것도 없었지만 국민들 노력으로 발전했다고 답했다. 그런 후 식민지를 두며 부강해진 서구 국가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물었다. 한 일간지 칼럼에선 이 인터뷰를 향한 언론과 지식인들의 찬사에 이의가 제기됐다(‘‘그쪽이야말로주의’를 넘어서’, 한겨레). RM의 대답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뉴진스의 ‘Ditto’ 뮤비에는 뉴진스 팬을 표상하는 반희수란 인물이 등장한다. 반희수는 교정을 거닐며 뉴진스 멤버들을 캠코더에 담고 틀어 보기도 하며 현실인 듯 환상인 듯 멤버들과 친밀한 교감을 나눈다. 영화평론가 김병규의 지적대로 반희수는 기록자이자 회고의 주체이며 다양한 정체성으로 소묘되어 있지만(‘반희수는 어디에 남아 있을까’, 씨네21), 반희수는 오늘날 케이팝 팬덤의 자화상을 담기엔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이고 지나치게 통념적이다. MV를 처음 볼 때 다소 놀랐을 정도로 반희수엔 케이팝 ‘오타쿠’에 대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문을 닫는 영화가 많을까, 문을 여는 영화가 많을까. 문을 닫는 영화는 대체로 부정한 외부인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함이 많다. 에서 아이언맨은 치타우리의 침공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우주로 날아가 핵폭탄을 터트리며 로키가 연 차원문을 닫았다. 문을 여는 영화들은 부조리하거나 억압적인 현재에서 벗어나는 플롯이 많다. 에서 트루먼은 위장된 인생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쇼에서 탈출한다. 두 가지 중 어떤 영화가 더 많은지 셀 수는 없다. 하지만 공통점은 찾을 수 있다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자율규제란 보통 타율규제에서 피규제자라 할 수 있는 개인, 기업, 업계 등이 규제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타율규제의 부적당성을 극복하고 효율성을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업계가 준수해야 할 행동강령을 스스로 제정하고 위반행위를 점검하는 방식을 취한다. 자율규제는 사회 여러 부문에서 타율규제의 보완책으로 빈번하게 언급된다. 그 목적은 어떤 규제의 틀을 해체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행위자를 바꾸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탈규제 혹은 비규제와는 구분된다 하겠다.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SM과 SM을 인수하려는 하이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계관’이란 개념이다. SM이 엑소와 에스파를 통해 세계관 개념을 급진적으로 제시했다면, BTS 역시 BU(BTS Universe)라 불리는 세계관과 분리해서 말할 수 없다. 이는 BTS와 ARMY라는 글로벌 팬덤의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케이팝에서 세계관은 개별 회사와 그룹의 기획 노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성급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감추지 않는다면, 세계관 도입은 케이팝 역사의 한 전환점 같은 페이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미디어와 광고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광고는 광고주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브랜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용자에게 전달하여 구매활동을 유발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광고주에게는 제품판매 및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수용자에게는 정보전달 및 구매촉진 채널로 기능해, 소비수요를 진작하고 내수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광고주를 수용자와 연결하는 매개체는 미디어이다. 미디어는 콘텐츠에 대한 수용자의 관심을 구매하는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특히 콘텐츠 이용에 대한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는 미디어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네이버 영화 소개 중에서)어떤 배우는 영화의 미장센이자 몽타주가 된다. 은 브렌든 프레이저의 영화다. , 시리즈를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했지만, 영화계 유력인사의 성추행으로 인한 충격, 이혼 등으로 10여 년간 커리어가 정체된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배우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이 눈덩이처럼 굴러간다. 이번 주엔 프로포폴, 대마에 더해 코카인과 케타민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혀졌다. 유아인 스캔들은 언론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이 보도되는 양상과 맞물려 가십에 불이 붙었다. 프로포폴과 대마 복용 사실이 쟁점이 된 와중, “제3의 마약”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수수께끼 같은 키워드가 던져졌다. 이것이 일종의 ‘티저 이미지’로 발표되면서 사람들 호기심을 달구었고, 코카인 양성 반응 단독 보도가 뜨며 클라이맥스가 연출됐다.유아인처럼 코카인 같은 경성 마약을 포함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SM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이전투구가 갈수록 볼만하다. 두 회사의 지분 인수 경쟁에 대한 관측은 경제신문에서 읽기를 권한다. 여기선 케이팝 산업의 행간에서 일련의 상황을 짚어보려 한다.현 상황에선 두 가지 구도가 눈에 띈다. 하나는 이 싸움의 전선이 SM 대주주이자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을 중심으로 그어졌다는 것이고, 하나는 카카오는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SM과 하이브의 대결처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싸움은 SM 임원들이 지난 1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먼트가 요구한 지배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타노스에게서 지구를 구한 앤트맨(폴 러드). 이전에 해고된 배스킨라빈스에서 이 세기의 우수사원상을 받고, 자서전까지 집필한 스캇은 유명 인사가 됐다. 행복한 삶을 살던 어느 날, 스캇은 딸 캐시가 유치장에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노숙자를 도와 경찰을 골탕 먹였다는 것. 스캇은 캐시에게 평범한 삶을 살라고 당부하지만 캐시는 영웅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한편 캐시는 스캇 모르게 양자 영역을 연구하고 양자 영역을 스캔하는 지도를 만들게 되는데…(이하 앤트맨3)의 현재 로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르세라핌이 일본 데뷔 싱글 ‘FEARLESS(Japanese ver.)’로 거둔 성적은 특별하다. 초동(발매 후 첫 일주일 음반 판매량) 음반 판매 222,286장이고, 이는 역대 케이팝 걸그룹 일본 데뷔 초동 신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르세라핌 멤버 사쿠라와 김채원이 속했던 아이즈원이 가지고 있었다. 르세라핌의 기록은 6년 전 트와이스, 4년 전 아이즈원에 이어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걸그룹이 나타났음을 가리킨다.이런 성적을 거둔 동력은 무엇일까. 아이즈원에서 일본 인기가 많았던 멤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게임사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넥슨 재팬이 2022년 1월 미국 할리우드 영상제작사 AGBO에 4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고, 11월에는 AGBO의 최대 주주가 됐다. AGBO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 루소 형제(Anthony and Joe Russo)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Mike Larocca)가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설립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이하 ‘엔터사’)로 넷플릭스, NBC 유니버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이 글의 부제는 케이팝적 리얼리즘의 탄생이다. 이 말은 일본 문화평론가 아즈마 히로키의 저서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에서 빌려왔다. 15년 전에 나온 책을 끌고 오는 이유는, 이 책의 개념과 분석틀이 여전히 유효하고, 그를 통해 케이팝을 새로운 일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요즘 시끄러운 뉴스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이자 대주주 이수만 씨는 회사 경영권을 두고 주주들과 분쟁에 빠졌다 자신이 가진 지분을 하이브에 양도했다. 뜻하지 않게 퇴진하는 처지가 됐지만, 이수만 씨는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은 데미안 셔젤 작품세계의 집대성이자 동시에 앞으로의 가이드라인이 될 영화다. 셔젤의 전작들은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로 동일한 테마를 변주해왔다. 꿈을 향한 도전 과정에서의 딜레마다. 는 최고의 드럼연주자가 되기 위해 인성을 포기했고 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운명적인 사랑을 보냈으며 은 첫 번째 달착륙을 위해 가족과 멀어졌다.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지만 외로움 속에 남는다. 은 여기에 광기, 방황, 두려움을 연료 삼아 ‘품위’에 대한 탐구로 뻗어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 2일, 한국일보에서 ‘[HI★초점] 장원영 향한 악플, 악습의 되풀이’란 기사가 나왔다. 제목대로 특정 아이돌을 향한 악플이 심각하다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기사에선 악플 내용이 소개되며 참담하다는 부연이 나오고, 포털 사이트 연예 기사 댓글창 폐쇄와 함께 유튜브 채널 등에서 악플이 들끓는다는 시의적 지적도 있다. 누구나 동감할 기사다. 악플이 나쁘단 걸 부정할 사람은 없고, 해당 아이돌은 선정적 비난 여론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은 걸로 보인다. 곱씹어 보고 싶은 건 저 표제가 암시하는 바다. 악습의 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갓더비트의 두 번째 활동은 성적이 좋지 않다. 갓더비트(GOT the beat)는 보아에 더해 SM엔터 걸그룹 세 팀 소녀시대, 레드벨벳, 에스파 멤버들이 뭉친 프로젝트 그룹이다. 작년 ‘Step Back’으로 등장했을 때는 신선하다는 호평이 나왔고 MV, 음원 다 반응이 좋았다. 이번 ‘Stamp On It’은 MV, 음원 모두 홀대받았고 앨범까지 냈지만 초동 음판 9만 5천 장에 그쳤다. 각 그룹 팬덤은 이 프로젝트가 정례화되는 것보다 각자의 활동에 집중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해가 가고 정당한 바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 설 연휴에 걸그룹 뉴진스에 관한 사건이 두 가지 있었다. 멤버 다니엘이 팬 소통 애플리케이션 ‘포닝’에서 구정을 “chinese new year”이라고 표현했다 사과문을 올렸고, 뉴진스가 소속된 하이브 산하 어도어 레이블 민희진 대표의 씨네21 인터뷰가 화제를 불렀다. 해당 인터뷰는 뉴진스의 기획자로서 민희진 대표의 생각을 풀어내는 자리였는데, 그중 몇몇 단락이 구설수에 올랐다. 세계관과 주체적 아이돌 같은 개념, 노래 구성 방식 등 여타 케이팝 그룹의 노선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이 타 기획사와 그룹에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오늘날 케이팝(K-Pop)은 초국적화(transnationalization)의 흐름에 놓여 있다. 국가 간 경계를 사이에 두고 케이팝을 둘러싼 자본, 문화, 인간이 복잡하게 오간다. 그런 점에서 초국적화는 지구화(globalization)와 유사한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구화가 자본, 문화, 인간이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가리킨다면, 초국적화는 자본, 문화, 인간이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국가주의적 성향이 여전히 남아 있거나 특정 국면에서 오히려 강해지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설명해준다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중국 시장은 케이팝 산업의 민감한 쟁점 중 하나다. 중국 공구 시장이 성장하며 음반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게 됐지만, 케이팝 팬덤 내부에선 중국 시장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몸짓도 퍼덕댄다. 한국 사회에 팽배한 반중 여론의 부산물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국 시장에서 각 그룹의 입지에 따른 여론처럼 보인다. 중국 팬덤이 상대적으로 작은 그룹 팬들이 중국은 현지 활동이 막혀 있다는 이유로 의미를 축소하거나 현지 투어가 가능한 일본 시장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식이다.이런 논쟁은 남자 아이돌보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지난주부터 아침을 시작하는 루틴이 생겼다. 지난 12일 가수 박상민의 공연으로 시작한 Crazy for you 상영회를 유튜브로 보는 일이다. 25년 전 목소리 그대로 SBS판 오프닝인 ‘너에게로 가는 길’을 열창하는 박상민, 스크린에 띄운 가사 없이도 떼창을 할 수 있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무기력한 아침에 활기를 불어넣고 현장에 갈 수 없던 아쉬움을 달랜다.농구장의 애국가, 농구장의 찬송가 ‘너에게로 가는 길’을 뜯어보자. 첫 문장은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