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디즈니 논란에선 두 가지가 이상하리만치 강조되고 있다. 하나는 영화의 흥행 추이가 마치 무언가에 대한 논거처럼 반복적으로 들먹여진다는 것이고, 하나는 영화의 만듦새가 무언가를 기각하는 논거처럼 도마에 오른다는 것이다. 상업 영화의 흥행과 만듦새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현재 일어난 논란과 인과관계를 이루는 건 아니다. 인어공주 역할에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를 기용한 ‘정치적 올바름’이 소요 사태의 버튼을 눌렀는데, 이런 가치 지향적 연출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느냐로 그 내용의 타당함이 판명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디즈니의 실사 영화가 원작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한다. 각색은 원작을 다시 창작하는 것이다. 상상력과 재해석으로 수행되고 필연적으로 다시 쓰기와 고쳐 쓰기를 동반한다. 소설 원작을 ‘고증’에 입각해 시각화하는 것도 재현 매체를 바꾸는 각색의 묘미겠지만, 원작을 비틀고 전복하는 것은 각색의 특권이요 각색이 주는 쾌감이다. 각색을 수행하는 창작자들은 원작의 가치관이 오늘날에도 전시하기에 유효한지 판단할 책임도 떠안는다. 그럼에도 각색 때문에 원작이 ‘파괴’되었다고까지 할 때,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광역수사대로 옮긴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신종마약이 관련된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강남의 클럽과 술집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한 마석도는 일본의 야쿠자가 개입한 증거를 찾는다. 마약 공급책인 주성철(이준혁)은 야쿠자의 마약을 빼돌리려 하고, 야쿠자는 킬러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파견한다.전편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는 과감하게 재개발을 선택했다. 우선 도시의 중심이 바뀌었다. 마석도는 금천경찰서를 떠나 광역수사대로 이동했다. 마약이라는 국제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아무리 인기인이 출연하고 또 장안의 화제가 되는 소재에 대해 다룬다 해도, 프로그램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린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흥미를 붙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많은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지 못한 채 사라지고, 또 인기를 얻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른바 ‘장수’ 프로그램들이 있다.교양 프로그램(이하 ‘교양’)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는 점, 프로그램 폐지 시 공영성 후퇴에 대한 비판이 있는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몇 가지 퀴즈로 글을 시작해 보자. 전 세계 솔로 가수 중 유튜브 영상이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재생된 인물은 누구일까?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솔로 음원이 재생된 케이팝 가수는 누구일까?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와 MTV 유럽 뮤직 어워즈에서 최초로 수상한 케이팝 솔로 뮤지션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물 중, 그리고 케이팝 가수 중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사람은? 이 모든 스펙터클한 질문의 답은 동일하다. 단 한 사람이 이 모든 기네스북 기록을 가지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컴백은 순탄하지 않다. 10개월 만에 한국 활동을 재개했지만 팬덤 내외부가 소란스럽다. 타이틀 곡 ‘Bite Me’ 안무엔 일곱 명의 멤버와 짝을 이루는 일곱 명의 여성 댄서가 등장한다. 멤버들과의 페어 안무가 포함돼 있고 안무 동작에 스킨십이 섞여 있다.쇼케이스에서 무대가 공개됐을 때 현장에선 팬들의 성난 목소리가 빗발쳤다. 23일에는 연예 커뮤니티 인스티즈에서 활동하는 엔하이픈 팬덤 ‘엔진’ 명의로 페어 안무를 빼라는 성명서가 올라왔다. 이들은 미성년자 멤버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디즈니의 실사영화 의 악당은 누구인가. 전 세계 사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우르술라일까. 우르술라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다. 인간의 다리를 얻고 싶다는 에리얼의 소원을 들어준 죄밖에(?) 없기 때문이다. 3일째 일몰 전에 에릭과 키스를 하라는 조건도 상세히 설명했다. 계약의 정당성은 원작에서도 그대로 연출된다. 키스에 실패하고 에리얼이 우르술라에게 잡혀갔을 때 아틀란티카의 왕이자 에리얼의 아버지 트라이튼이 화가 나서 삼지창 공격을 하지만 계약의 효력이 발동되며 공격은 무효로 돌아간다.물론 독소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하이브는 역사가 짧다. 다른 대형 기획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SM과 YG, JYP 기존 3대 기획사는 90년대에 설립됐다. 특히 SM은 설립 이후 줄곧 복수의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제작하고 운영해 왔다. 하이브의 전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00년대에 설립됐고, 보이그룹을 제작한 건 2013년 BTS가 처음이다. 2019년 TXT가 데뷔하기까지 BTS 한 팀만 운영했다. 이후엔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하고 산하에 다수 기획사를 두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바뀌면서 보이그룹 세븐틴과 엔하이픈, 걸그룹 여자친구와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한국에서 멜론은 음원 차트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최근엔 케이팝 신의 경쟁 과열과 맞물려 이 ‘멜론 순위’가 신문 지상과 네트워크에서 빈번하게 오르내린다. 뉴진스·아이브·엔믹스·르세라핌·케플러·에스파까지 걸그룹이 쏟아져 나와 입지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그룹이 ‘대세’라고 증명할 수 있는 수치, 각종 성적 지표가 중요해졌다. 걸그룹은 전통적으로 보이그룹에 비해 대중 선호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그에 상응하는 지표로 ‘멜론 순위’가 거론되는 것이다. 케이팝 커뮤니티에선 순위 동향을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마침내 (이후 )가 개봉했다. 2편 이후 무려 6년 만의 후속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펼쳐지는 지구-199999에서는 6년 동안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고, 블립으로 가오갤의 몇몇 멤버들은 5년간 먼지가 되기도 했다. 어벤저스 원년 멤버들의 활약으로 타노스라는 빌런을 물리쳤지만, 정복자 캉이라는 빌런이 다시 우주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현실 세계의 변화도 만만찮았다. 트위터의 과거 발언 때문에 제임스 건 감독 퇴출 소동으로 시리즈의 제작이 중단됐었기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BTS RM의 엘 파이스 인터뷰가 화제가 된 지 꽤 지났다. 엘 파이스는 스페인의 유명 언론으로서 RM에게 케이팝 시스템의 비인간성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었다. 사실 이뿐만 아니다. 케이팝 시스템을 ‘공장’에 비유하는 지적, 그러니까 연습생을 아이돌로 조립하는 기획사 시스템에 관한 의문은 서구 언론에서 제기하는 익숙한 레퍼토리다. 이런 비판이 케이팝에 대한 서구의 ‘견제’나 ‘시기’라며 분노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렇게만 넘기기에는 좀 더 숙고할 거리가 연결돼 있다.나는 케이팝의 문제가 가수를 찍어 내는 연습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예능이나 드라마에 어린이 출연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예능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육아 프로그램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는 KBS2 , MBC 처럼 어린이가 주된 출연자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오디션 예능이나 SBS 에서처럼 일시적인 출연자나 게스트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이제 오히려 아역 탤런트가 출연하지 않는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렵다. 드라마의 아역은 단순한 ‘아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극 내내 등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금 포털 사이트에서 ‘CJ ENM’으로 검색하면 암담한 뉴스가 쏟아진다. 큰 폭의 수익하락, 주가 하락 전망, 티빙 가입자 증가세 둔화, 영화 시장 흥행 부진, 방송 광고 매출 저하… 한때 CJ는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자신만만한 슬로건을 내걸었고, 그렇게 자부할 만큼 실적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문화산업 전 방위에서 CJ의 퇴락은 기정사실이 됐다. 영화·음악·방송 어디에서도 청신호는 없다. CJ가 제작한 대작 영화들은 숨기고픈 성적표를 받았고, 로 데뷔한 케플러는 케이팝 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주체적 여성과 (여자)아이들요즘 여성 아이돌 노래 가사의 공통점은 화자의 주체성이다. 현재 존재감을 치켜들고 있는 주요 신인 그룹 가사를 둘러보면, 각각의 정체성에 따라 세부 주제 의식은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세상에 대한 능동적 태도가 꿈틀거린다. 자의식적이고 자기 과시적이며, 상승 지향적이고 투쟁적인 태도다. 그들은 메타버스 세계의 여전사(에스파)이며, 정상으로 향하는 불굴의 도전자(르세라핌)이고, 자기애에 도취한 하이틴 셀럽(아이브)이다. 이것은 주체적 여성상이라 부를 수 있지만, 화자가 여성이란 배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기업처럼 움직이는 프로페셔널한 킬러들의 세계가 배경으로 쓰이지만 은 이 아니다. 배신자들에게 복수하는 킬러의 여정이 그려지지만, 은 이 아니다.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과 을 참고했다고 말했고, 최고 수준의 액션을 기대했다면 어쩔 수 없이 실망할 부분이 없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노선의 영화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건 온당치 않다. 에서 정치를 테마로 정치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김운범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피프티 피프티(이하 피프티)의 노래 ‘CUPID’가 어떻게 케이팝 역사상 데뷔 후 최단기간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올랐는지는 많이 이야기되었다. 소식이 들린 지 2주가 넘었고, 한국에서도 완전히 무명이었던 이 중소 기획사 걸그룹이 기적을 일군 원인과 비밀을 캐묻는 글은 넘치도록 나왔다. 대부분 타당하게 들린다. 듣기 편한 노래와 감미로운 음색, 잘 만든 노래의 힘, 틱톡 BGM으로 유행하며 얻은 홍보 효과 등이 거론됐다. 피프티가 현재진행형으로 쓰고 있는 각종 기록들도 이런저런 기사에 정리돼 있어 말을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드라마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흔하다. 일일드라마에서 주중 미니 시리즈, 주말드라마 그리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죽음 관련 소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음은 그렇게 단순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삶의 한 단면을 표현하는 일에 있어 죽음만큼 극단적이고 강렬하면서도 효과적인 설정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살인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드라마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에서 다뤄지는 죽음에 보다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요청할 필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도둑맞은 가난’은 고 박완서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가난을 도둑맞았다’는 표현은 소설 제목을 떠나 종종 쓰이는 관용어가 됐다. 가난은 물질적으로 가지지 못한 결핍의 상태다. 사람들은 대체로 무엇이든 가지고 싶어 하지, 가지지 못한 상태를 바라지 않는다. 가난을 도둑맞았다는 말에선 마치 가난이 도둑질의 대상이 되는 재화처럼 쓰여 있다. 가지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 타인이 가진 무언가처럼 표현된 것이다. 가난은 내가 아닌 타인의 것일 때 훔칠만한 가치가 생긴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연민과 구호를 요청하는 도덕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버트 파벨만(폴 다노), 미치 파벨만(미셸 윌리엄스) 부부는 어린 아들인 새미를 극장에 데려간다. 태어나 처음 찾은 극장이 두려운 새미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빠인 버트는 초당 24프레임의 잔상이 뇌에 남기는 과학적 원리로 영화를 설명한다. 반면 엄마인 미치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꿈’이 될 거라며 달랜다.그렇게 입장한 극장에서는 세실 B. 드밀 감독의 가 상영됐고 기차가 충돌하는 장면에 새미는 큰 충격을 받는다. 곧 돌아온 하누카 때 새미는 모형 기차를 사달라고 버트와 미치에게 조르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걸그룹 뉴진스의 한 ‘홈마’가 활동을 그만둔 것이 화제가 됐다. ‘홈마’는 ‘홈 마스터’의 줄임말이다. 공연장과 방송 출퇴근길, 각종 이벤트 등 오프라인 현장에 나타나 아이돌 사진을 찍는 이들을 뜻하고, 주로 그룹 내 멤버 개인의 팬으로 활동한다. 저 ‘홈마’는 입장문을 써서 뉴진스 소속사가 자신과 같은 ‘홈마’들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플래시를 쏘고, 공연장에서 다른 관객을 방해하지 않았는데도 직원이 개입하고, 행인들이 사진을 찍는 건 막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