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은 몰락하고 있다. 변명할 수 없는 객관적 지표, 수치가 말해준다. 엠넷의 대표 방송이자 역대 최장 기간 방영된 시리즈는 작년 열한 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연간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11의 최고 시청률은 고작 1.2%였고 5화를 지나며 0%대로 주저앉았다. 10년 넘게 장수한 간판 방송의 대미는 망신과 망조였다. 이뿐이라면 글을 쓰지도 않았다. 엠넷을 먹여 살린 주력 라인업이자 케이팝을 대표하는 방송사라는 허명을 안겨 준 아이돌 오디션 방송도 줄줄이 쪽박을 찼다. 2020년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김열 감독(송강호)은 최근 촬영을 마친 신작 ‘거미집’에 대한 생생한 꿈을 반복해서 꾸고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딱 이틀 간의 추가촬영이면 된다는 그는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을 찾아가고 신성필림의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의 도움으로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을 불러 모아 촬영을 시작한다.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는 김열의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상업영화의 기본적인 상영시간이 있는데, 고작 이틀의 추가촬영으로 이를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앞으로 한국에서 추석, 아니 명절은 유명무실해진다. 그렇게 가게 되어있다. 나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고 많은 이가 직감하는 이야기다. 뉴스에선 달라진 명절 풍경을 전한다.젊은 세대는 추석을 지내러 고향에 가는 대신 혼자 지내는 ‘혼추족’이 늘고 있으며 여행 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채널A 뉴스에서 인용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50대 응답자 중 30%가 추석 연휴에 “집에서 쉬겠다”라고 답했다. 명절이면 쏟아지는 친척들 잔소리와 숨 막히는 귀성길을 피하고 싶은 심리도 있다고 한다. 명절에 모이더라도 차례를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이 방송을 개발하고 수명을 이어가는 수법은 아직 방송 스테이지가 설치되지 않은 분야, 비주류 문화를 찾고 오디션 방송의 포맷에 집어넣거나 기존 오디션 방송의 외연을 확장하며 새로운 시청자를 포섭하는 것이다. 를 통해 힙합 신이 상업문화 중심부에 들어왔고 다음 차례는 댄스 신이었다. 이 과정은 선정적인 경연 방식과 문화의 왜곡, 대기업에 종속된 방식의 상업화 등 많은 질병을 초래했지만, 문화를 살찌운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방송계 구석 자리에 있던 문화를 많은 사람 앞에 전시하고 단편적인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평가다. 유 감독이 의 연출부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었겠지만 ‘봉 감독의 10년’이라는 무게감은 단순한 친분만으로 나올 수 없는 호평이다. 은 50억 원의 넉넉지 않은 제작비로도 94분이라는 시간을 알뜰하게 채울 수 있음을 오랜만에 증명한 한국 영화다.첫딸 출산을 앞둔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는 현수를 뒷바라지하는 워킹맘이지만 수진은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 시즌 2 첫 탈락자는 일본 댄스 팀 츠바킬이 됐다. 이번 주 화요일 방송된 4화에서 츠바킬은 케이팝 미션 8위가 됐고 탈락 배틀에서 울플러에게 패배했다. 많은 시청자가 아쉬워하고 있다. 츠바킬은 한국에서 인지도가 없었고 방송 분량도 적었지만, 미션들을 거치며 멤버들이 두루 탁월한 춤 솜씨를 선보였고, 개성 있는 캐릭터와 가족처럼 끈끈한 팀워크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즌2가 낳은 가장 큰 스타는 바다리이지만, 가장 의외의 스타이자 팀 단위로 가장 큰 팬덤을 얻은 팀은 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에 여자들의 질투와 욕심이 있었다면 에는 의리나 자존심이 있다.작년 엠넷 제작 발표회에서 권영찬 CP가 한 말이다. 이 말은 발언 당시에도 많은 지탄을 받았다. 시즌2가 시작해 3회가 방영된 지금 돌이켜 보면 부적절한 것을 넘어 현실을 호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즌2는 확실히 보다 표독하고 선정적이다. 여자들의 영역싸움을 처음 선보인 시즌1보다도 그렇다는 인상이 든다. 그건 출연자들 탓일까? 아니면 여자들의 천성인 걸까? 내가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왼손잡이다.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들면 뒷면부터 펼쳐본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대칭, 미러링, 도치 같은 관념에 매혹당했다는 수줍은 고백도 흥미롭다. 놀란을 영화계에 깊이 각인시킨 의 연출이 대표하듯 영화를 시간순으로 친절하게 늘어놓기보다 플롯을 쪼개고 쪼개, 마구 뒤섞어 놓는 비선형적인 연출을 선호하는 것도 어쩌면 왼손잡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놀란이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배경이나 사물을 만들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원래 시즌 2가 잘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글로벌 평가 무대가 방송 시작 두 달 전에 공개되었지만 반응은 크지 않았다. 맨땅에서 시작했던 시즌1의 글로벌 평가가 공개되었을 때와 비교해도 열기와 관심은 현저히 낮아 보였다.시즌1의 기록적 흥행은 후속작 와 를 거치며 사람들 머릿속에서 퇴색된 듯했고, 이 시리즈물 말고도 사람들이 보고 즐길 거리는 많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을 본 후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댄서들은 지난 시즌 출연자들에 비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스시 랜드'란 말을 써서 논란이 생겼다. 지난 23일 뉴진스 멤버들이 트윗을 쓰는 트위터 공식 계정에 일본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our short trip to sushi land"라는 코멘트를 붙였다. 이 트윗이 시일을 두고 퍼져 나가며 일본에 대한 비하적 표현인지 아닌지 말하는 코멘트들이 붙었고 ‘스시 랜드’가 일본 검색어 일위까지 올라갔다. 현지에선 문제의식을 표하는 이들도 많고, 어떤 트위터 계정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선 모욕적이라곤 느끼지 않는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피프티는 어트랙트란 이름 없는 기획사 그룹이다. 케이팝 사상 최단기간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의 기염을 토한 후 외주 기획사 더기버스가 그룹을 빼돌리려 한다는 논란이 생겼고, 멤버들은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 상태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피프티 사태의 유일한 출구는 어트랙트 측 제안에 따라 소속사와 그룹이 재결합하는 것이었다. 법정 공방이 결론 나려면 한 세월이 걸린다. 그동안 국내 이미지는 복구하기 힘들어지고 해외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영화 (이하 )는 KBS 모던코리아 팀에서 제작한 ‘한국 아파트의 역사’가 요약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시작한다. 영상이 끝나면 방에서 잠이 깬 민성(박서준)이 창가로 걸어가 폐허가 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그에 대비되어 홀로 서 있는 황궁아파트의 전경이 부감으로 펼쳐진다. 이 오프닝은 가 일반적인 재난물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암시한다.평범한 재난물을 생각해 보자. 오프닝에서는 앞으로 닥칠 재난을 모르는 주인공의 일상이 그려진다. 이후 재난을 경고하는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8월 14일 경북의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사살당한 소식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에 실린 비판들이 제기되었다. 철제 우리의 자물쇠가 풀어진 사이 사자는 밖으로 나왔고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수풀에서 불볕을 피해 엎드려 있었다고 한다. 포획이 아닌 사살을 택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는지 논란이 일어났다.나는 사자의 죽음에 앞서 사자가 살아내야만 했던 생애의 기구한 곡절에 통탄스러웠다. 지구 반대쪽 어딘지도 모를 곳에 끌려와 비좁은 철창에서 이십 년이나 갇혀 지내다 고작 몇 발짝만큼 자유를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새만금 잼버리를 요약하기 위해 ‘파행’ 이외에는 달리 찾을 만한 단어가 없을 것 같다. 이 대회가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치러졌는지는 숱하게 고발됐다. 그늘도 없는 한증막 같은 캠프장에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가장 많은 참가자를 보낸 영국에 이어 미국이 철수한 시점에서 이 대회의 서까래는 무너졌다. 남은 참가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한국 체험’으로 활동을 전환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대규모 캠핑을 통해 스카우트 활동을 체험한다는 잼버리 대회의 목적은 일찌감치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우선적인 문제는 새만금이 캠핑장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주엔 스페인 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 소속 빅 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가 내한했었다. 프리 시즌을 맞아 쿠팡플레이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고, K리그 올스타 및 역시 쿠팡의 초청으로 내한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치렀다. AT는 많은 미담을 남겼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정예 멤버를 가동해 필드에 비지땀을 뿌리며 달렸고, 경기장 밖에서도 훌륭한 매너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였다. 간판선수 앙투안 그리즈만은 단연 돋보였다. 자상한 팬 서비스와 정중한 인터뷰는 물론, 경기장에서 활짝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의 바다는 이상하게 평화롭다. 거친 파도 한번 없이 잔잔한 바다에서 해녀들은 평화롭게 물질을 한다. 인근에 들어선 공장폐수의 유입으로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하는데 물을 혼탁하게 만드는 부유물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하다. 바닥에 붙은 성게의 비늘 하나하나까지 구분될 정도다.해녀들은 차가운 바닷물에서 저체온증을 막아줄 잠수복 없이 천으로 덧댄 남루한 복장을 했지만 어쩐지 먹고살기의 고단함보다는 레저로 스킨스쿠버나 다이빙을 즐기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맹룡호가 정박하는 물길의 배경에는 외딴 바위섬이 하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영화 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는 바비의 하루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인형의 집을 옮겨 놓은 듯 핑크빛 건축물로 도배된 세상에서, 바비들은 여성들의 낙원을 이루며 행복과 기쁨만 존재하는 삶을 산다. 바비들은 인형 놀이를 재현하듯 연극적 행동 양식으로 움직이는데, 영화 초반엔 보이지 않는 손이 인형을 들어서 내려놓듯이 바비가 지붕에서 붕 떠올라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이 나온다. 의 이야기는 바로 이 ‘인형을 움직이는 손’을 찾아 떠나며 앞으로 나아간다. 더는 바비 인형으로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변화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개봉 한 달이 넘었지만 는 뒤늦게라도 말을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일차적으론 흥행 기록 때문이다. 는 3주 전 천만 관객의 테이프를 끊었다. 천만 영화가 사회현상이라는 건 2000년대가 낳은 미신이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천만 영화가 탄생했고, 관람 시장 성장과 함께 정례화된 산업적 현상이었을 따름이다. 하지만 는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천만 고지에 오른 처음이자 유일한 한국 영화고, 2편과 3편이 연달아 깃발을 꽂았다. 한국 영화 전체가 가뭄에 허덕이고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시스템 이상으로 자신에게 어뢰를 쏜 러시아의 핵잠수함 세바스토폴은 베링해의 빙하 아래 어딘가에 침몰한다. IMF로부터 지령을 받은 이단(톰 크루즈)은 일사(레베카 퍼거슨)로부터 베링해에 가라앉은 세바스토폴 시스템실 열쇠의 반쪽을 건네받는다. 얼어붙은 빙하와 베링해의 차가운 수중,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을 오가며 물불 가리지 않는 오프닝이 지난다.장면이 바뀌고 CIA 국장과 IMF 팀장이 참석한 회의가 열린다. 알고 보니 세바스토폴의 오인사격은 스스로 진화하는 AI 엔티티가 벌인 짓이었다. 미국이 개발한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법정공방으로 치달은 피프티 사태엔 두 가지 맥락이 있다. 하나는 어트랙트와 피프티 멤버들 및 피프티 뒤에 있다고 지목된 외주 기획사 더기버스의 대립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 사태가 사회적 화제가 될 만큼 소란스럽게 반응을 증폭하는 여론의 동향이다. 전자가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로 초래되었다면 후자엔 케이팝 신 내부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사건 개요는 잘 알려진 대로다. 어트랙트는 외부 기획사 더기버스 측에 피프티 음악 제작을 맡겼는데, 피프티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