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주말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벌써 몇 번의 개편이 있었지만 전혀 듣질 않고 있다. 토일 합쳐서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내세울 프로그램이 없어 뵌다. 특히나, 일요일 시청률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인데, 월화 드라마인 선덕여왕 재방송 정도를 제외하면 TOP10에 든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물론, '시청률'이란 지표만으로 방송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지상파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상파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방송되어야 하는 프로그램들을 편성할 사회적 책임이 있고, 게 중에는 아무리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의무적인 것들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은
장행훈 선생을 처음 뵌 것은 지난 2005년 9월이었다.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한 ‘미디어기자 유럽 테마취재단’의 일원으로 운 좋게 뽑혀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의 언론 상황을 돌아볼 드문 기회를 얻었는데, 선생은 풍부한 해외 체류 경험과 유창한 외국어 구사능력, 해외 언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유럽에서의 일정 내내 취재단을 사실상 이끌다시피 했다. 4년이 흐른 지금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 것은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꼿꼿하게 앉아 방문 국가의 언론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선생의 모습이었다. 동행한 젊은 후배 기자들이 긴 여행에 지쳐 자다 깨다를 되풀이하는 동안에도 선생의 시선은 변함없이 두툼한 ‘자료’에 꽂혀 있었다. 당시 유럽 테마취재의 화두는 신문과 민주주의의 미래였고,
궁금했다. 누가, 왜, 라디오를 듣는지……. 청취자들은 라디오를 상상하면서 듣겠지만 나 역시 라디오를 듣는 애청자들을 상상하곤 했다. 청취자들 가운데도 각별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휴대전화 끝자리 6100을 쓰는 애청자도 관심이 가는 분이었다. 방송하다보면 ‘6100님’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전화 끝 번호에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는 것은 문법적으로 옳지 않다. 하지만 방송에서 실명을 부르는 경우가 흔치않아 ‘6100을 쓰는 애청자’ 정도의 의미로 ‘0000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이분은 문자 참여할 때 표현이 정교해서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이거니 생각되었다. 우선 날씨나 기분에 따라 80자로 압축해내는 표현이 섬세하고 명확하다. 그리고 신청곡이 다양한 걸로 미루어 음악적 지식도 풍부
지난달 27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EBS 사장후보의 조건을 밝혔다. 골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식견, 추진력, 그리고 교육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CEO를 뽑겠다’는 것이었다. EBS의 구성원으로서 방통위원장의 선언은 비록 ‘클리셰’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반가웠다. 정치적 고려를 안 하겠다는 것만도 어딘가.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14명이 지원했다는 공모에서 본선에 오른 5명의 면접과정이 마침내 공개되었다. 면접과정 공개 또한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었던 내밀한 과정을 공개하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는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5명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의 검증을 받아보고자 함이 아니겠는가. 1차적인 여론의 검증은 기자실
오늘(14일)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이 선임되는 날입니다. 정부는 그 동안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그야말로 가지가지 추태를 벌여왔습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야당과 시민사회의 적극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측근 중 측근이라고 하는 최시중씨를 앉히는가 하면, 먼지털기식 검증에도 아무런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하자, 억지 순환논리로 신태섭 한국방송 이사를 해임하고 감사원까지 동원한 끝에 업무상 배임혐의로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는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법원에 의하여 불법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E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면접과정을 생중계로 기자들에게 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드러난 상
아버지를 따라 처음 갔던 광주 무등경기장, 기억이 맞다면 해태의 선발은 김정수였고 상대팀은 롯데였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나는 아주 기본적인 야구의 상식-4번 타자가 제일 잘 치는 타자라는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다. 9회초 롯데의 공격이 끝난 시점의 점수는 7대2.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면, 야구의 첫인상은 ‘약간 지루한 공놀이’였을지 모른다. 아웃카운트 3개가 남아있는 상황. 상대팀 투수가 전성기의 선동열이나 오승환이 아니라도 뒤집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고 소년은 ‘타임아웃 없는 경기’의 매력을 어설프게나마 알게 되었다. 나의 프로야구는 1993년에 시작되었다. 야구의 매력에는 진작에 빠졌으나 마음을 빼앗길 선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했던 그 해, 그 시즌의 지배자는 시범경기
자고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이 있듯이 자고나니 가을이 소리 없이 찾아왔습니다. 잠시 한 눈 팔거나 일상에 몰두하다보면 언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왔는지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이렇듯 계절은 항상 소리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가 끝나곤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돌면 산중엔 발길이 바빠집니다.8월 말까지만 해도 좀처럼 익을 것 같지 않던 오미자, 으름, 다래, 머루 등 산열매들이 하룻밤사이에 익어버립니다. 빨갛게 익은 오미자를 보면 한없이 기뻐하는 아내와 잘 익어 껍질이 벌어진 으름, 검게 익은 머루, 말랑말랑하게 익은 다래를 좋아하는 아이들 덕에 날마다 아내와 긴 산행을 합니다. 가을산은 한없이 많은 산열매를 내어주기에 가방 가득 산열매를 가지고 어둑어둑한 산길을 걸
문제라는 단어에는 비정상, 예외, 비틀어짐과 같은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그것은 해결해야 할 것,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는 지향을 가진다. 때문에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즉 문제의 대상을 무엇으로 설정하는가는 해결이라는 지향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적합한 문제 대상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종종 듣는 용어 중에 여성문제라는 것이 있다. 이 용어에는 문제의 대상이 여성인 것과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여성들을 규정해온 남성적 시선이다. 여성문제라는 용어를 썼을 때 거기에는 문제의 핵심을 굴절시키는 어떤 전도의 논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2PM의 재범 ‘문제’ 혹은 재범 사태라고 명명된 사건
어느덧 는 지상파 TV 토크쇼 중에서 가장 넓고 깊은 출연진 목록을 보여준다. 이 독특한 프로그램의 장수는 여러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빛나는 지점은 를 거쳐 비로써 한국 토크쇼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정'(人情)의 단계를 지나 조사하여 그릇된 것을 밝히는 '사정'(査正)의 수준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매서움의 편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의 가장 극적인 재미가 바로 그 '사정'의 순간에서 발휘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얼마 전 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던 박중훈의 경우 '인정 상 사정하지 않는' 옛날 토크쇼의 전형을 맴돌다 실패했다.
가령 내가 이 코너에서 ‘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부의 기조에 동의한다’라고 선언한다고 해보자. 사람들은 미쳤구나, 라고 대답할 것이다. 마치 대운하, 혹은 4대강 정비 사업에 동의한다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과 같이 이미 성장할대로 성장해버린 경제 체계가 발전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 기조를 변화하는 일이 꼭 필요하며,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가 엄습해오는 21세기 초반의 현실을 놓고 볼 때 그 방향은 결국 ‘저탄소 녹색성장’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4대강 정비는 전혀 저탄소도 아니고 녹색도 아니지만, 그 고탄소 회색성장에 걸려있는 깃발은 분명 ‘저탄소 녹색성장’인 것이다.이처럼 문제는 정부가 전혀 엉뚱한 방향에 올바른 단어를 가져다가 써먹고 있다는
얼마 전 책 목록에서 김홍신의 ‘인생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을 보고, 금방 부러움에 빠졌다. ‘인생사용 설명서’라니, 딱딱한 듯하지만 선명하게 들어오는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난 사십을 살았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게 인생’인데, 그 사용설명서가 있다면 그래도 더 선명해 보 일듯 해서다. 작가인 김홍신은 ‘인간시장’의 작가에서 국회의원으로, 다시 대학교수로의 순차적인 변모를 했다. 그의 삶이야말로 시쳇말로 가장 잘 사용한 인생이라는 것 같았기에 그런 생각이 든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타율에 이끌리는 삶을 산다. 또 목표를 잡았다고 할지라도 꿈을 이루기 쉽지 않다. 또 자신이 생각한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그 자리에 끌려 다니다가
노동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비정규직 해고대란’이 허구로 드러났다. 지난 4일 노동부의 조사 결과 비정규직 1만9760명 중 1만2431명(62.9%)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계약이 해지된 노동자는 7320명(37%)에 그쳤다. 하지만 노동부는 62.9% 중 정규직으로 전화되지는 않았지만 기간제 계약 갱신 등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5164명(26.1%)을 ‘기타’로 분류해 ‘고용불안’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행 기간제 법에 따르면 고용기간 2년이 경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법적으로 정규직 신분이다. 그런데도 노동부가 현행법을 무시하고 국민 여론을 호도하며 오히려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노동부의 주장에 KBS가 적극 동조
지난 9월 3일 새세상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1세기에 민족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서유석의 사회로 이루어진 이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발제자 최규엽, 토론자 강정구, 김원열, 진중권, 구갑우 그리고 촛불 중심의 청중들이었다. 이 토론회에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토론의 열기도 정해진 시간을 넘길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이 글은 토론자로서 발언했던 것과 평소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촛불과 우리의 민족 문제작년 봄 촛불이 광화문 네거리 일대를 뒤덮었을 때, 진보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이 촛불을 다양한 방식으로 예찬했다. 그랬는데 그해 여름 이명박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촛불의 숫자가 줄어들자 이내
2년 전 노무현 정권 당시의 일이다. 2007년 6월 정연주 사장 시절에 KBS는 2,500원 지금의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다. 그러기 위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또 이사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했으며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한 안이라고 했다. 공청회 절차도 후다닥 대충 해치웠다. 방송위원회의 협조를 통해서였다. 현재는 야당으로 몰락한 민주당의 지원에 근거한 일종의 작전이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운동진영에도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코자 했다. 몇 십 년째 동결되어 있는 수신료의 현실화가 가능토록 도와달라고 했다.그런데 본인이 속한 문화연대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공론과 토론의 장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문제를 지적했다.
임금을 용에 비유하는 말 중에 역린(逆鱗)이란 것이 있다. 세난편에 나오는 말이다. 용의 목 아래에 다른 비늘과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는다고도 했다. 이건 가히, 역린이라고 할 법하다. 2PM 박재범 말이다. 그는 사과를 했고, 당분간 자숙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호사가들은 '진즉'부터 유승준과 비교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무조건 떠나라 하고 있다. 읽고 또 읽어봤다. 그것도 몇 년 전에,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이러쿵저러쿵 써 논 말이라고 하더라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이 난리가 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어 읽고 또 읽어봤다. 그런데 도통 모르겠다. 뭐가 문
6일 ‘1박2일’에서 경북 예천의 늦더위에 지친 강호동이 “텔레토비의 나나가 지구에 온 것을 다섯글자로 뭐라고 할까”라고 질문했을 때 ‘지구온난화’(지구 온 나나)라는 답이 나오는 것을 보고 포복절도했다. 하지만 조금 웃다가 내 눈가에는 작은 이슬이 맺혔다. 너무 웃길 때 나는 눈물이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생각하던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메가 쓰나미’를 다룬 ‘해운대’의 흥행은 물론이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 이변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올 초 기후 이변이 준 대단히 씁쓸한 사건을 당했기에 이런 일들이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안다. 올초가 오기전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주변에서 ‘황사 전문기자’라는 이상한 호칭이 있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
2주 전, 회사원 친구 3명과 술을 마셨습니다. 그 중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한 놈이 갑자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일이라는 게 결국은 상사 눈치 잘 보고, 적절한 코멘트 달고 하는 게 전부야. 내가 유럽으로 출장 간 적이 있거든. 작은 계약 건이었는데, 처음에 난 거기 선배들한테 인정받으려면 멋진 프레젠테이션으로 계약 따고, 악수하고, 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근데 다 필요 없더라고. 알다시피 유럽 담배가 엄청 비싸잖아. 면세점에서 담배나 두둑이 사들고 가면 끝이야. 그렇게 인정받는 거야” 그렇게 친구는, 꽤 긴 시간 직장인이 밥벌이를 하며 겪는 비루함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이야기는 거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근데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우리 같은 직장인은 끊임없이 자기
위험사회에서 위험을 인지 못하거나 과잉반응 하거나독일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의 특성을 ‘위험사회’라는 개념으로 포착해냈다. 지금이 옛날보다 훨씬 위험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현대 도시에서 길을 걷다 들짐승에게 잡아먹힐 위험은 사라졌다. 위험사회론은 위험을 통계적으로 예측·관리하고, 사후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근대적 ‘믿음’이 더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통찰적 인식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 사고는 2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 피해의 범위와 규모조차 확정할 수 없다. 체르노빌 사고에 대비한 보험 상품을 내놓은 보험사가 있었다면 오래 전에 망했을 것이다. 오늘날 역학(疫學)적 현상도 위험사회론의 그물 안에 있다. 본디 전염병은 색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이 퍼지는 병
정운찬이란 이름이 이토록 강력한 복합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분명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며칠 사이 그에 관한 무수한 기사와 비평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쏟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관한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그를 잘 몰랐고 여전히도 잘 모른다는 역설뿐인 것 같다. 그에 대한 설익은 관심과 엇갈린 입장들이 난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그 역설이 성립하는 다른 방식이기도 할 테다. 역대 서울대 총장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았다던, 국내 경제학의 계보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다는, 지난 대선에선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되기도 했던, 하여간 학 같던 그가 그저 가장 높은 자리를 찾아 날아올랐다는 것 외엔.사실, 나 역시 정운찬을 잘 모른다. 경제학자로서 그의 견해가
롯데에서 퇴출당한 정수근이 이번에는 KBO에서 무기한 실격처분의 중징계를 받았다. 무기한 선수실격은 기간제한 없이 선수신분을 박탈하는 것으로 영구제명 다음가는 중징계다. 사형 다음 가는 무기징역이나 다름없는 중징계인 것이다. 자연인 정수근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야구선수 정수근의 인생은 당장에 숨은 붙어있어도 살아있지는 못한 처지가 되었다. 정수근으로서는 한 번 받기도 힘든 무기한 실격처분을 두 번이나 받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근데 무기징역을 두 번 받을 수 있나? 이 넌센스의 중심에 KBO가 있다. 허술하고도 원칙 없는 KBO의 행정이 이런 넌센스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8년 7월, 정수근은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관과 시민을 폭행했다. KBO는 이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