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은 취재보도 활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주제로 언론인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언론윤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필진이 돌아가며 격주로 집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합니다.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게재합니다. [미디어스=박진우 칼럼] 표현의 자유, 기자와 예술가의 갈등? 6월 초순, 사단법인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서울 민예총')이 주최한 전시회에 출품된 한 작품이 언론계와 예술계 모두의 뜨거운 쟁점이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걷는 것, 산책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걷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산책은 좋아한다고 말하면 무슨 말이냐고 다시 묻는다. 어떻게 산책은 좋아하는데 걷는 걸 싫어할 수 있어요? 글쎄. 나도 그것이 아이러니하긴 하다. 오래 걷거나 힘들게 걸으면 아름다운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긴다. 이미 멀리 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피로감은 두려움으로 변한다. 체력은 바닥이고 걸어온 만큼 다시 걸어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6월인데 벌써 낮에는 30도를 넘어
[미디어스=조현옥 수필가]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의 정취가 아름답다는 마곡사를 올봄에는 두 번이나 찾았다. 한번은 응진전(應眞殿) 앞에 자목련이 다소곳이 피어있는 4월 말이었고, 한 번은 여름을 맞기 전 5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다.주차장에서 백범 선생 명상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여 절은 명상길을 돌아본 후에 가기로 하고 눈앞에 보이는 길로 곧게 올라갔다. 4월의 마곡사에는 키도 작고 얼굴도 작은 꽃마리가 포슬포슬한 흙 위에 봄이라는 글자를 꼭꼭 눌러 쓴 것처럼 곳곳에 피어있었다.은적암 백련암 방향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뉴스를 보면 슬퍼지는 요즘이다.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이 최근 쟁점화되는 것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유감스럽다. 진상을 규명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방향이 아니라 여야가 서로 정치적 득실을 근거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립하는 구도만 강화되는 상황이기에 그렇다.이 문제의 시작은 문재인 정권의 안이함이다. ‘자진월북’이라는 규정을 유족들이 불명예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성실히 설명하고 납득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주력해야 했다. 유족들은 문재인 정부가 무성의한 대응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 무성의함에는 이유가 있을 거고, 그 이유란 떳떳하지 않은 데 있을 거라는 추정이 유족들이 갖는 불신의 원천이다.물론 사건의 특수성이
[미디어스=김현옥 칼럼] 올해 첫 시니어미디어인권교육은 최근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대면 강의로 시작됐다.10여 명의 어르신과 ‘노인의 시선으로 본 미디어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디어 속 노인의 모습은 제한된 영역에서 의존적이며 연약한 보살핌의 대상으로 재현되는 양상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미디어가 노인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만들어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급증하면서 일부 네티즌들이 쓰던 용어가 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생각해보면 애초 ‘윤핵관’이란 단어는 이준석 대표가 고안한 거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익명 인터뷰를 통해 대표인 자신을 흔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윤핵관’이란 단어는 그 대상으로 지칭된 인사들에게 상당한 정치적 득이 되었다. 최근의 ‘민들레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대표적인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듯했던 민들레 모임은 여의도 정치의 문법으로 봤을 때 뻔한 용도다.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정권 핵심부와 완전히 코드가 일치하는 인물은 아니니, 지도체제 바깥에서 인위적으로 주류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당권과 공천권을 장악하는 그림이다. 다소 주변적 사실이지만 무슨 뜻인지 모를 ‘민들레’라는 이름 자체(심지어 ‘민심 들어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스마트한 세상에서 스마트 폰 사용은 기본이다. 스마트 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을 가지 않아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주문해서 집으로 배송시킬 수 있고, 배가 고프면 음식점에 가지 않아도 배달시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스마트 폰 하나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스마트 폰으로 스케줄 관리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듣고 싶은 강의도 듣고, 책도 읽을 수 있다. 스마트 폰 하나면 슬기롭고 편리한 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단 ‘사용할 수 있을 때’라는 전제가
[미디어스=이선민 칼럼]40대 가장 무차별 폭행한 만취女, 뒤늦게 사과 문자…“자괴감 느껴”(2021.9.25.)지하철서 침뱉고 아버지뻘 남성 폭행한 20대 여성… 피해자 측 “꼭 처벌해달라”(2022.3.19)사회적 의미에 대해 언론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일탈적 사건사고에 대한 언론의 주목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다수 언론이 주목한 폭행 사건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공통점 중 하나는 여성이 가해자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나 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
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은 취재보도 활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주제로 언론인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언론윤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필진이 돌아가며 격주로 집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합니다.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미디어스=최미랑 칼럼] 편지를 보낼 기회를 얻게 돼 영광입니다. 얼굴을 모르는 많은 동료들께 이야기를 건넨다는 것이 무척 떨리네요.‘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일을 하며 우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선거라는 게 그렇다. 끝나면 이긴 쪽도 진 쪽도 머리가 아프다. 특히 진 쪽은 무엇 때문에 졌느냐를 놓고 혼란의 도가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은 예정돼 있던 바다.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무엇을 갖고 싸울 것인가가 문제다.지방선거 결과로 범위를 좁혀서 보자면 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은 이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 서울시장 출마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꺼낸 얘기인지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리한 지역구를 골라 출마한 이재명 상임고문의 선택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정치엔 정답이 없다고들 하니, 명분이 없는 출마라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면 책임론은 크지 않았을
[미디어스=윤여진 칼럼] 지난주 막을 내린 드라마 는 모두에게 꽤 진한 여운을 남겼다. 드라마는 모두가 같은 욕망을 꿈꾸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욕망이 이끄는 ‘가짜행복’에서 해방으로 가는 길에 대해 묻고 있었다.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와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대사가 귀에 박혀, 내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했던 것 같다. 작가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중 하나는 사랑, 행복이라는 단어가 이미 그 순수하고 고귀한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지방선거 결과보다 그 이후에 관심이 더 가는 요즘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은 불가피할 듯하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둘러싼 논란이 당장은 커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이것도 지엽적 문제에 불과하다.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민낯’이 문제다.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뒤 이은 메시지를 내용, 시점, 형식을 기준으로 평가해보자. 내용은 흠잡을 데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다. 시점과 형식은 문제였다. 사전투표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단독플레이’로 나온 것은 지방선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다.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지도부 포함 당내 주요 인사들이 이 ‘도움이 되
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은 취재보도 활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주제로 언론인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언론윤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필진이 돌아가며 격주로 집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합니다.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미디어스=김도승 칼럼] 언론은 취재과정이나 보도내용에서 개인의 정보를 일상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비평하며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언론이기에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언니, 은희를 봤어. 우리 은희, 라는 전화 연락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유쾌하게 웃었다.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후배가 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영화 이야기인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대화를 주고받는 중에도 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나의 그 시절과 너무나 닮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대화가 오고 가면서 영화 이야기이고 주인공 이름이 은희,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은희에 대해 알게 된 순간이었고 또 다른 은희의 그 시절이 나의 그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
[미디어스=김동준 칼럼] 4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브리핑’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짐작케 한다.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미디어 관련 법·체계 정비’, ‘규제 완화’, ‘진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미디어 전반의 법·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선 중에도, 전반적인 미디어 분야의 정비를 위해 위원회 구조의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미디어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이것
[미디어스=조현옥 수필가] 5월의 어느 날 저녁, 오래된 아파트 앞마당의 공기가 숲속처럼 싱그럽다. 입주 초기 심어진 나무들이 우뚝우뚝 솟아난 만큼 가지마다 무성한 잎에서 초록 공기를 내뿜기 때문이다.오래된 정원수 곁에 있으면 굵다란 줄기에서 든든함이 묻어나고 가지마다 드리워진 푸른 잎은 한없는 평화를 준다. 세월을 먹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덕이 깊어지고 혜택이 깊어지는 나무는 언제 보아도 사람의 스승이라 할 만하다.풋풋한 봄 공기에 취해있으면 달짝지근한 아까시 향이 코끝을 스친다. 이어서 달큰함을 살짝 씻어내며 푸릇함을 더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화제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자는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 기자는 미국 대통령에게만 질문을 하라는 대통령실의 방침은 권력과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최소한 미국 언론보단 한국 언론이 상대하기 쉽다는 거 아닌가?역대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상대를 조롱하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언동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this man’, 노무현 대통령 때의 ‘easy man’ 논란이 그랬다. 이명박 정권 때는 정상회담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파병 논의 여부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는데 곧바로 미국 대통령이 “논의했다”고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디어스= 권현정 칼럼] 요즘은 뉴스나 정보가 너무 많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부터 연예인이 입고 먹는 물건에 대한 자질구레한 신변잡기까지 그 영역과 범위는 무한하다. 정보와 뉴스가 많아진 만큼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 소위 ‘가짜뉴스’가 많아진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많은 정보들의 최초 출처를 알기도 쉽지가 않다.정보의 내용 또한 날이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한 텍스트로만 정보를 소비하지 않고, 동영상을 더욱 매력적인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지방선거를 앞둔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한 것일까? 정치권 현안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밥을 먹느니 마느니 하면서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데, 본질은 인사 문제와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에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그러나 정치적 갈등을 떠나서 집권세력과 야당이 수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밥 먹는 게 어떤 특별한 이벤트로 여겨지는 환경이 아니라면 이렇게 싸울 일이 뭐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음식에 대해서만은 늘 진심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엔 안 되더라도 앞으로도 식사 제안을 일상적으로 하길 바란다.물론 대통령과 여야가 일상적으로 모여 밥을 먹는다고 한다면 ‘식사 정치’의 효용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다른 시간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 코알라의 낮잠처럼 아주 더디게 흐르는 시간 속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아이들. 그중 한 아이를 알고 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지능은 아이에게서 더는 발달하지 않지만, 몸은 일반인과 같이 성장하는 아이였다. 바꿀 수 있다고, 바뀔 수 있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아이에게 완력을 사용한 적도 있었다. 걱정하며 바라보던 시간이 있었다. 걱정했던 시간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