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문제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의 문제라고들 말하지만 그게 충분한 표현인지는 의문이다. 그건 마치 한국이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그런 권리는 없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선택지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미국이지 다른 선택을 할 수단 자체가 없다.오히려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권의 외교안보노선 전체를 무엇을 규정할 거냐의 문제다. 외교안보정책의 제1순위는 누가 뭐래도 대북정책이다.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붕괴대비론과 일종의 온건론이 뒤섞여있는 형태였다. 북한붕괴론은 군 출신 인사들이 주도했고 대북온건론은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 대북정책에서 차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주도했다. 대북온건론자들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사실 그게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어떤 ‘철학적 결론’인지는 조금 의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1%는 아니지만 거기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서 어떤 ‘열등감’의 키워드를 얻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가 교육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직에 있는 것은 맞지만 기자들 앞에서 세치 혀를 잘못 놀려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은 그가 ‘개돼지’들의 분노에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의 허약한 존재임을 드러낸다.과연 그가 그걸 몰랐을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왜 고위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학습능력이 이렇게 떨어지느냐는 거다. 그보다는 훨씬 더 ‘상위 1%’에 어울리는 직책으로 꼽을 수 있는 국무총리도 기자들 앞에서 말을 함부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친다. 한국은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고 일본 참의원 선거는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개헌 추진 세력이 ‘대승’을 거뒀다. 선거 기간 동안 개헌 이야기는 꺼내지 않겠다던 아베 신조 내각은 개헌 찬성 세력이 개헌선을 넘기는 성과를 거두자 본격적인 평화헌법 개정 추진을 다음 과제로 내세울 태세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미국이 추진하는 MD 체제로 규정하는 중국·러시아와 ‘전쟁할 수 있는’ 일본·미국의 힘겨루기가 동아시아 정세를 위태롭게 할 예정이다. 어느 신문은 그래서 ‘동아시아 신냉전의 부활’이라고 까지 쓰고 있다.누구는 중국과 결별하는 것이냐고 묻고, 또 누구는 ‘반미친중은 운동권 본능’이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은 애초에 박근혜 정권이 친중행보를 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바다. 박
박근혜 대통령이 ‘밥’을 먹는다는 ‘속보’다. 밥 세끼 먹는 게 뭐가 그리 큰일인가 할 수 있겠지만, 밥을 같이 먹는 상대가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이라면 또 얘기가 다르다. 흔히 있는 이벤트가 아니다. 특히 종종 정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을 불러 밥을 먹었던 전임 대통령들의 전례를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아왔던 박근혜 대통령이니 더 그렇다. 다음달에는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과 또 밥을 먹겠다고도 하는데, 본격적으로 당, 국회와의 소통에 나설 전망인 것 같다.그동안 대통령을 ‘불통’이라고들 비난했으니 누구와 밥이라도 같이 먹는다고 하면 무조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왜 이렇게 못했는지를 정치적으로 따질 필요는 있다. 형식적인 3자회동, 5자회동으로 일관하다 이제야 이런 행보를 시
▷ 오마이뉴스 / 안홍기 기자 (2016. 6. 27.)세월호 참사 당시 실려있던 철근 400톤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미 뉴스타파가 세월호에 400톤의 철근이 산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최근 미디어오늘은 해당 철근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쓰일 예정이었던 걸로 보인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 결과, 실려있던 철근은 410톤이었던 걸로 드러났다. 애초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86톤으로 봤지만 그보다 124톤이 더 많은 철근이 실려 있었다는 얘기다. 특조위는 또한 세월호에 실린 철근 중 일부가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자재였다는 점 역시 밝혀냈다. 참사 당일 짙은 안개로 다른 배들은 출항이 취소됐지만 세월호만 유일하게 출항했다. 여기에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한 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임명된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고의로 일정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와 관련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KT사외이사 출신 현대원 미래수석이 취임하고 그나마 진행되고 있던 심사일정 자체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면서 “아예 심사자체를 무산시켜 SKT나 CJ헬로비전 스스로 인수합병 무산 선언을 강요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전 상임위원은 “CJ헬로비전과 SKT의 인수합병 선언이 벌써 8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방통위와 미래부는 인수합병에 대한 그 어떤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서구의 ‘록 뮤직’을 추종한 탓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운동권 초년생이 되어 파시즘에 대한 여러 비판들을 접하게 되면, 이런 식의 관심은 당연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투쟁의 현장’에서 분위기 고양을 위해 민중가요니 투쟁가니 하는 노래들을 열심히 따라 부르지만, 예술을 도구적으로 활용한 역사적 사례의 대표 격은 역시 파시즘 체제이기 때문이다.나치즘이 체제 강화를 위해 만들어 낸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1934년 일 것이다.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표현한 이 작품은 나치를 위대한 존재로 묘사하는데 영화의 모든 기술을 쏟아 부었다. 당시 나치 내각에서 선전상을 맡았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영화를 통한 체제선동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야기로 언론이 ‘도배’됐다. 반기문 총장은 국내 여론의 이런 분위기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후문이지만 내심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다수 언론이 제기하는 해석처럼 지금 이 시점이 국내에서 대선 출마 관련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대선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흘리기는 어려우니 ‘비공개’라는 연막을 친 셈이다.최근 외신에 의해 반기문 총장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걸 생각하면 대권에 대한 지나친 적극 행보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건 반기문 총장이 그만큼의 매우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이 26일 일신 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양문석 전 상임위원은 2014년 7월부터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어김없이 돌아온 7주기가 지나갔다. 또 매년 그렇듯 봉하마을에선 추도식이 열렸다. 작년에는 정치적으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던 노건호 씨, 올해는 달랐다. 하지만 봉하마을은 그 순간 여전히 갈등의 한복판이었다. ‘친노’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당을 깨고 나간 국민의당 지도부에 비난을 퍼부었다. 이제 보수언론은 또 ‘친노’를 호명하며 비난 일색의 지면 편집을 선보일 태세다. 어쩌면 시작부터 끝까지가 매년 되풀이되는 레파토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지 의문이다.우리의 정치는 이제 누가 잘했네 못했네만 따질 줄 알게 되었다. 이성과 합리로 토론할 수 있는 참을성을 다 잃어 버렸다. 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친노’로 규정하고 준엄하게 꾸짖는 건 쉽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비난을
공공미디어연구소가 해외자본, 특히 중국자본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방송콘텐츠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토론회를 개최한다.사단법인 공공미디어연구소는 25일 오후 3시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라운지에서 제하의 토론회를 개최한다.공공미디어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중 FTA 발효로 중국의 한국 방송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자본력이 약한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이 중국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해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또, 공공미디어연구소는 “IPTV와 케이블 업체라는 방송 플랫폼 기업 간의 합병이 예고되고 있다”면서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출연하게 되면서 콘텐츠 산업에의 투자와 경쟁
일반적 문법으로 하자면 ‘어느 여성의 죽음’ 정도로 제목을 정하는 게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여성들’을 호명하였다. 지나치듯 보는 한 건의 사건 사고가 아니라 공동체라는 집단의 비극임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강남역 묻지마’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링크를 눌러본다.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에 대한 추모의 물결을 또 본다. 한편의 감격과 작은 걱정이 동시에 머릿속을 채운다. 엉망진창이 돼버린 덧글란을 들여다 본다. 남성들의 망상에 가까운 폭력적 표현들에 눈쌀을 찌푸린다. 언론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세태를 언론 스스로가 돌아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이 사건은 ‘여성혐오’에 의한 것인가? 기자들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어느 부분에 있
어느날 뜬금없는 실소의 원인이 된 글을 떠올린다. 제목은 ‘5·18은 폭동이다’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한다. 또 무슨 호남 차별의 정서가 담겨 있는가 하여 열어 보았는데, 의외의 논리가 담겨 있었다. 민초가 속된 말로 열을 받으면 폭동도 일으킬 수 있고 그런 건데 왜 기어코 5·18은 폭동이 아니라는 위선을 떠드느냐는 거다. 전형적인 냉소주의 시대의 피장파장 논리인데, 오로지 사전적 의미만을 갖고 이야기 한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없지 않은 논리다.굳이 이런 조건을 구차하게 붙여 말하는 것은, 우리가 5·18 광주민중항쟁을 폭동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가 훨씬 더 건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만행이 시작됐을 때 이미 신군부에게 지배당하고 있던 언론은 광주에서 ‘폭도’들이 ‘폭동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14명의 교사와 1명의 인솔자, 일반탑승객 74명과 화물기사 33명, 그리고 승무원 29명 등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차량 180대, 화물 3,608톤을 실은 채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선령 20년의 크루즈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하던 날, 우리들은 그 커다란 배의 침몰을 지켜보며 절망과 무기력의 끝을 보았고 생애 최대의 분노과 슬픔을 겪었다. 실시간 뉴스를 통해 물위로 올라오는 295명의 주검을 목격했고, 아직도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한 9명을 기다리고 있다.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세월호 침몰의 진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고,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진실은 가려져 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600
요즘 보수언론의 지면을 보면서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보수언론이 박근혜 정권에 갖는 어떤 태도 때문이다.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선 웬만하면 옹호하고 거들어주지만 대통령에 대해서 만큼은 완전히 마음이 떠났다는 게 눈에 보인다.이런 흐름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데스크들과 함께 오찬 회동을 한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 자리에서 나름 ‘화끈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어야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총선 결과에 대해 마치 정치평론가 같은 한 마디를 남겼고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지금까지 자기가 주장한 바 그대로를 다시 한 번 녹음기처럼 반복했다. 산전 수전을 다 겪은 언론인들이 일부러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구의 말을 빌자면 그야말로
노동절은 1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노동절이 올 때마다 나누는 이야기는 거의 비슷하다. 노동절 집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인가, 과연 행진을 할 것인가, 이에 대한 경찰의 대응 수위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 이번에는 어떤 노동계 거물(?)이 잡혀갈 것인가라는 다소 지엽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만일 그 이상의 것, 그러니까 조금 더 거창한 얘기를 꺼낸다면 그건 반드시 어떤 한숨이나 한탄과 함께다.한숨과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노동’이 내몰린 현실의 조건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환경에 국한해서만 봐도 이건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다. 우리는 아직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몸을 숨겼던 때를 기억한다. 종편은 마치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양 하며 한상균 위원장의 일거
한국정치에서 ‘제3정당’은 오래된 도전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양당 중심의 질서를 극복해보려는 시도는 거의 언제나 있어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은 자민련에 이은 제3정당 실험의 성과로 평가할만하다. 그런데 이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후에 한국 정치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평가가 오가며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다.국민의당의 성공은 전통적인 의미의 ‘제3당론’에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이 얹히면서 가능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의 성공에 대한 수도권 중심의 평가와 호남 중심의 평가가 엇갈린다. 수도권 중심으로 사고하는 인사들은 대개 국민의당의 성공을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호남 중심의 평가에는 오히려 문재인 전 대표가
우리는 자꾸만 묻는다. ‘이제 과연 안전해졌나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시 외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요!”2014년은 가히 ‘사고의 해’라 할만 했다. 연초부터 경주에서 마우나리조트 강당이 무너졌다. 석연찮은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했다.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에서 불이 났다. 고양 종합터미널에서도 불이 났다. 판교 테크노벨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가 붕괴했다.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났다. 그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작은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널리 회자됐으나, 2015년에도 그 ‘작은 사고’들은 계속됐다.박근혜 대통령이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박근혜 대통령의 패배, 이 한 줄의 표현 말고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야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긴 20대 총선의 결과는 오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단죄, 이것 하나로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이른바 ‘살생부’ 정국에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등이 주장한 그대로이다. 이른바 수도권 비박들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내쫓으면 수도권 선거는 망한다’고들 했다. 정두언 의원은 의도치 않았겠으나 자기 몸을 낙선이라는 심연에 던져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호남 지역의 의석에 정당지지율 일부까지 잠식한 국민의당이 나름의 힘을 과시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한 것은 그야말로 우려를 결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수도권
선거가 있을 때마다 투표를 하자는 내용의 글을 쓴다. 고백하자면, 허무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없어서가 아니다. 정치가 발전하기는커녕 퇴화를 거듭하는 이 세상에서는 ‘투표를 하자’는 단순한 말에 대해서조차도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나의 ‘투표를 하자’는 말과 다른 사람의 ‘투표를 하자’는 말은 과연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가.우리는 정치를 사고하는 방법을 모른다. 우리는 비판하는 방법을 잊었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를 하자’는 것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됐다. 어떤 사람들에게 투표를 하자는 것은 단순히 헌법상의 권한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투표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어느 노인의 주장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