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을 뇌 깊숙한 곳에 봉인하던 그때도 지금처럼 온몸이 시린 2월의 겨울이었다. 요한아. 무엇이 그 봉인을 풀었는지 지금 이순간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한다. 문득 나는, 너와 달리 나는 졸업까지 했던 우리의 학교와 너의 이름을 검색창에 쓰고 돋보기 버튼을 눌렀다. 다행일까. 포털 한 곳은 너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사이트는 너의 이름과 죽음의 방법을 적고 '경쟁적 입시교육을 계속 고집하는 시교육청의 무책임함'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랬다. 너는 1995년 2월27일 오전 8시10분, 대구 대륜고등학교 본관 2층 화장실에서 온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스스로 숨을 끊었다. 너의 죽음은 한 신문에 묵묵히 기록돼 있었다. 신문은 경찰의 입을 빌려 "네 성적으로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겠느
모처럼 포근한 일요일이었다. 매섭다 못해 살벌하던 추위의 끝자락에서 오랜만에 야구를 하러 나섰다. 이제 갓 시작한 사회인 야구팀이건, 구력이 꽤 되는 팀이건 야구를 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뭐니 하더라도 운동장의 섭외이다. 그나마 오늘 야구는 행복한 편이었다. 서울엔 도저히 구장이 없어 송추까지 가긴 했지만, 펜스는 고사하고 운동장 전체에 걸려있던 쓰임 모를 만국기를 걷어내야 하긴 했지만, 미니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선 운동장 밖으로 공을 보내면 -1점의 룰을 적용하며 땅볼만 쳐대야 하긴 했지만, 그나마 야구를 할 수 있는 곳 자체가 많지 않은데 호젓했고, 시간에 구애가 없어 여유롭기까지 했다. 올림픽을 제패하고, WBC의 강호로 군림하며 프로야구 500만 관중 시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야구
관료에게 '영혼'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흡사, 신혼부부에게 있어 '콘돔'의 문제, 자취생에게 있어 '라면'의 문제와 같은 것은 아닐까 싶다. 꼭 있어야 하지만 대개의 결정적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엇. 그렇다면, 권태신이라고 하는 관료에게 영혼의 문제는 무엇일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세종시를 일컬어 '원안대로 추진하게 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되노라고 했다. 물론, 한 대목만 발췌한 것이다. 앞뒤 맥락은 있을 것이고 저 한 문장 외에도 주목해야 할 문장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강렬한 적개를 드러내고자, 원안 고수에 앞장서고 있는 박근혜 의원에 대한 심화된 분노를 표출하고자 했던 그의 의도만은 명확하다. 행정의 체계에서 '보좌'를 주업으로
조만간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에서 다른 것들을 압도하며 우뚝 서 있는 대형 국기게양대와 거대한 태극기를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국립5.18민주묘지에 51.8m 높이의 대형 국기게양대가 설치된다고 한다. 광주시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5.18민중항쟁 30주년을 맞아 상징성 있는 기념사업으로 51.8m 대형 국기게양대와 16개 광역시도의 상징 깃발 게양대를 국립5.18민주묘지내에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지난 1월18일 3개 5월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추진하는 것으로, 현 국립5.18민주묘지 국기게양대 부지에 51.8m 높이 국기봉과 12m×8m 크기 태극기 등을 제작, 설치해 오는 5월18일 30주년 기념식 전에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영상미디어센터의 가치모두가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갖진 못한다.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자신을 드러낼 능력을 갖추고 있질 못하면 자기표현은 어려워진다. 사회 구성원이 동등하게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배려하려 한다. 자신을 드러낼 기화와 능력을 제공하는데 소홀하지 않는다. 우리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보호하고 챙기는 그 시민적 권리를 커뮤니케이션권이라고 부른다. 제 3세대 인권이라 불릴 정도로 최근에야 권리 목록에 올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커뮤니케이션권의 소중함은 더 커지고 있다.사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시민적 권리는 기존의 제도권 매체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논의해왔다. 대중매체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권리라며 보편적 서비스권을 내세웠다. 누구라도 대중매체에 접근해서 자신을
'남북정상회담'은 정권의 다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최상의 카드이다. 당장의 여론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2일자 경향신문의 지적처럼 정국은 여론의 국면은 급격하게 전환되었다. 할 수 있다와 못할 이유 없다 사이의 설왕설래만으로도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는 힘이, '남북정상회담'엔 있다. 다른 모든 이슈들을 압도시킬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싶어 안달을 부리는 이유이고, 권력이 세상을 주무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훗날 그 맛은 쓰다 못해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당장에 단맛을 포기할 수 없는 미성숙한 권력이라면 그 뒷감당보다는 당장의 단맛에 취해 그렇게 세상을 스스로 주무를 수 있다고 믿으며 정국을 조리해가기
약탈이지만 돌려줄 수 없는...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은, 문화연대가 제기한 외규장각 도서 및 약탈 문화재 반환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처음 소송을 제기한 때가 2007년 2월이었으니,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10개월 만에 나온 기각 결정이다. 기각. 물론 충분히 예상했고, 또 1심 기각 결정이 또 다른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프랑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즉, “불행한 약탈이지만 현재 프랑스의 국유재산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는 이번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생각해보라. “물건을 훔쳤지만, 이미 그 사람의 재산으로 등록되었으므로 돌려줄 수 없다”, “범죄임에 분명하지만, 처벌하기는 힘들다”는 말과 ‘불행한 약탈이
30∼40대 청장년 실업군(失業群)이 200만명을 넘는 모양이다. 대학졸업 후에도 취업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취직을 못해 임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30대가 수두룩하다. 조기퇴직하거나 사업실패로 청소년이 하는 아트바이트에 매달려 생계를 꾸려가는 40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사회의 중추적 연령층의 높은 실업률이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나아가서 사회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취업난에 내몰린 30∼40대가 노년기에 접어들어도 사회보험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지 못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리터란 말이 있다. 영어의 자유(free)와 독어의 노동자(Arbeiter)를 붙인 일본식 합성어이다. 원래는 수입이 적더라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젊은
미국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선과 악의 대결인 경우가 많다. 현실의 고통을 보다 극단적으로 그리고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절대 악을 영화 속에 등장시킨다. 한 동안 헐리우드 자본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독일의 나치란 절대 악을 등장시켰고, 냉전 시대엔 소련, 이후엔 이슬람, 그러다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영화 속에 밀어 넣었다. 선과 악의 대치는 스토리텔링을 펼치기에도 좋고 이분법적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단순화 시킨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헐리우드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도 그렇다. 특히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상업영화가 그렇듯이, 방송 프로그램 또한 복잡한 구조를 기피한다. 복잡하더라도 ‘오컴의 면도날’로 단순화 시킨다. 그런데 헐리우드 영화에 버금가
지금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연내 만날 수 있을 것"과 "안 만날 이유 없다" 사이에 서있다. 그 멀고도 까마득한 의미의 강을 두고 진실과 국민이 마주보고 있다. 사실과 거짓이 맞서고 있으며, 홍보와 왜곡이 부딪히고 있다. 그는 대변인 이전에 한 명의 언론인이었다. 국정이 '브리핑'대로 되어서만은 안 되는 까닭과 곤란함에 대해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을 테다. 그 까닭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고, 신문과 방송이 차이가 없는 명쾌한 일이다. 사퇴함이 옳다. 그의 독단적 왜곡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설령 윗선의 지시 혹은 개입에 따라 내용을 변형하여 전달한 것뿐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물론, 대통령의 발언이 국내용과 국제용으로 구분되고,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속도조절이
1“만일 세상이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만 정의된다면, 한 번도 공감과 연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자들이라면, 전철연의 배후는 분명 수상한 이념이나 돈으로만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윤예영) 그래서, 그들은 몰아붙였다. “망자를 볼모로 정치적 시비를 걸지 말아라. 보상금 흥정을 그만둬라. 용산참사가 아니라 용산난동이다. 거리에서 벌이는 미치광이들의 발광을 멈춰라.”(진은영) 그리고, 그들은 지시했다. “또 하나의 사건이 때마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희대의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군포에서 검거됨으로써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는데, 경찰은 이 사건을 용산사건을 덮어버리는 데 최대한 이용했다. 용산사건에 쏠린 여론을 강호순 사건으로 관심을 몰아 희석시켜버리려던 청와대의 계획이
벌써 햇수로 4년여 전의 일이다. 그 해 칼럼을 연재 중이던 어느 지방신문에 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현실적으로 달라진 바 없어 일부분 그 전문을 인용해보기로 한다. 최근 서울에 출장을 다녀온 친구 J가 매우 비통하게 말했었다. “이제 너랑 나랑은 서울에 집을 못산다.” 서울에 집을 살 수 없다는 말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어쩐지 소외감을 갖게 한다. 15년 전 쯤 결혼한 친구는 전주로 내려오기 전 과천에 작은 주공아파트가 있었다. 서울 직장 생활에 적응을 못한 남편은 일찌감치 “웰빙”의 가치를 터득하고 부모님을 모시며 조금 느리고 조금 여유롭게 살겠다고 과천 아파트를 팔아 고향인 전주로 내려와 자그마한 개인 사업을 했고 시간 강사이던 친구는 남
경제주의의 광풍 현 정부의 정책이나 한국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휘몰아치는 경제주의의 광풍에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다. 4대강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권력을 무리하게 투입한 결과 생긴 용산참사도 그 배경에는 건설자본의 배만 불리는 뉴타운이라는 재개발정책이 놓여 있고, 국토균형발전의 원안을 백지화한 세종시 수정안법도 그 정당성을 효율성과 경제논리에서 찾고 있으며, 미디어방송법 개정을 정당화하는 논리 역시 선진화와 경쟁력 그리고 일자리 창출에서 찾고 있다. 이른바 녹색성장이라는 말도 녹색 가치의 존중이라기보다, 환경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데 방점이 놓여 있다. 미네르바와 피디수첩, 촛불시위 등을 잠재우기 위해 여론을 동원하는 방식도, 이런 사건이 한국사회에 끼친 경제적 손실을 발 빠르게 조사하여
교육과 언론은 MB정부가 가장 탐욕스럽게 집착하는 영역일 것이다. 그것들은 그 탐욕스러운 집착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가고 있다. 교육과 언론에 대한 집착은 MB정부의 통치 원칙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언론은 한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전파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치이다. 국가가 이것들을 장악했을 때 사라지는 것은 비판이라는 독특한 영역이다.비판이란 소수의 평론가들이 전문적인 소견을 가지고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언어와 나의 언어가 가진 차이를 드러내는 일상적 실천이다. 때문에 비판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하는 소통의 기반이 된다. 비판없는 사회란 소통없는 사회이며, 소통없는 사회에서 행해지는 정치란 독재에 불과하다.비판과 소
1960년대에 우리나라 TV에 방영된 외화 연속극 ‘도망자’(The Fugitive)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망자’가 수립한 시청률 기록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방영된 ‘댈라스’에 의해 비로소 깨졌다. ‘도망자’는 1993년에 해리슨 포드와 토미 리 존스가 주연한 영화로 다시 선보였다. ‘도망자’는 아내를 죽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나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킴블이란 의사가 자기 아내를 죽인 외팔이 사나이를 쫓는 내용이다. ‘도망자’는 1954년에 오하이오 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픽션이다.1954년 가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근교에 살던 의사 샘 새퍼드는 한밤중에 자기의 아내를 죽인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1시민 매니페스토 서울본부에 따르면, '6.2 지방선거'에서 마련되었으면 하는 공약의 1, 2, 4위가 '일자리 창출'이라고 한다. 그나마 3위는 '주거 안정', 5위는 '주민 참여형 재개발 사업'이라고 하닌 사실상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서민 경제생활 개선에 관한 요구인 셈이다. #.2언젠가부터 낡은 생각을 뒤집을 때 '올레'를 외치라고 선전하는 공공재를 다루는 기업에 다니는 K씨는 최근 명예퇴직을 결심 아니 결심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회사에서 직간접적으로 나가라는데 버틸 수 있다면 이미 직원이 아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기술직으로 회사에 입사한 K씨는 20년 가까운 연차이다. 그나마 분위기가 덜 흉흉한 것은 일시에 수령할 수 있는 퇴직금이 2억 가까이 이르기 때문일 테다. 근데, 40
최근 지인을 통해 KIA타이거즈의 불펜포수이던 변선웅 선수가 정식선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KIA타이거즈는 송산, 허승민 선수가 군 입대를 하게 되면서 포수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혹자는 어부지리로 얻은 기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에도 조범현 감독이 변선웅 선수의 정식선수 등록을 건의한 적이 있었다고 하니 그의 잠재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거 같다. 아무쪼록 변선웅 선수가 이번 기회를 토대로 최초의 불펜포수 출신 1군 풀타임 주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변선웅 선수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이유인데 고3때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다.(내 나이와 출신고교가 공개되는구나.ㅠㅠ)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변성웅’이라고 오타가 난 걸 아는 몇 안 되는
1.무엇을 위하여 '사법'은 개혁되는가? 2.지금 이걸,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실장 뿐이지 싶다. 나머지는 다 제각각이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흐름은 넘어가는데 각개전투 뿐이다. 3.안상수 대표는 정치적 성향이 있는 판사의 배제를 사법 개혁의 이유로 내세웠다. 황호택 논설실장은 전교조 교육의 세례를 받지 않은 판사들이 재판을 해야 한다고 했다. 4.딱 그 뿐이다. 이 두 가지 논리가 어처구니없는 변증과 대소동을 거쳐 10년 이상 법원에서 묵은 이만 단독판사가 될 수 있고, 법원장이 임명하는 판사 3명이 '재정합의'란 것을 통해 민감한 사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단다. 이걸 언론은 '개혁'이라고 부르고 있고.
정보화-자동화가 무수한 일자리를 파괴했다. 기업의 해외투자-공장이전이 일자리를 뺏어갔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많게는 1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집단도산에 따른 대량실업,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로 거대한 고용파괴가 일어났던 것이다. 10년이 지나서 미국발 경제위기가 또 한 차례 실업한파를 몰고 왔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탈해 끊임없이 영세 자영업자들을 실업대열로 내몰고 있다.이명박 정부가 5년간 300만개 일자리를 약속했다.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통해 고도성장을 달성하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2년이 지나서 실업대열이 더 길어만 진다. 예기치 못한 세계적 경제위기의 탓이 크다. 그 보다는 성장이 고용을 담보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라는 구조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은 한국 현대사에 처음으로 민주화과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민주화과정은 자유주의 개혁세력을 대표한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의 집권 등을 통해 일정하게 확대-심화되는 과정을 밟아왔다. 이들 자유주의 개혁은 그러나 미국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물결이 밀려오는 조건 속에서, 그리고 IMF 외환금융위기 이후 한국자본주의가 봉착한 축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신자유주의화로 특징져지는 자유화도 적극 추진했다. 이 점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의 한국 현대사는 크게 보아 ‘민주화와 자유화의 중첩’에 의해 특징져진다. 그런데 이 중첩은 형식적-정치적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진전하는 가운데 실질적-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역설적인 과정을 만들어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