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문명이 종말에 처한 이후를 그려내는 영화는 엄청 많다. 작가들은 온갖 상상을 다한다. 어떤 작가는 핵폭탄이 터진 이후의 겨울날을 그리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온난화로 바닷물이 넘치는 대홍수를 그리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한국에 아파트 폭탄이 터진 이후를 그려주는 영화는 없을까?지방에 사는 내겐 아파트가 한 채 있다. 사정이 있어 벌써 일 년 전에 집을 팔려고 내놓았는데도 그동안 도대체 집을 보러오는 개미조차 없다. 신문을 보면 MB 덕분에 서울 집값이 올랐다 하는데, 지방은 왜 그럴까 해서, 요즈음은 시간만 나면 인터넷을 뒤져 아파트의 동향을 점검한다. 그런데 인터넷상에는 머지않아 아파트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소문으로 흉흉하다. 나야 철학도이니 경제는 모르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걸 아예 확정적이라
3D 영화 아바타가 몰고 온 광풍으로 인해 3D 관련 산업이 들썩거리고 있다. 영화계를 비롯해 방송분야에서도 뒤질세라 관련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광풍을 키워가고 있는 주체는 가전시장의 변화된 판도를 뒤집고, 이익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3DTV 생산업체들이다. 일본의 소니는 올해부터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결합하는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로 했으며 파나소닉도 가전 전시회인 CES 2010에서 3D PDP TV를 선보이며 조만간 시판에 들어간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3DTV 풀 라인업(LED, LCD, PDP TV)하기로 했으며, LG전자와 현대IT 등도 3DTV 출시와 함께 콘텐츠 확보를 통해 3DTV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6·2전국동시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자일을 하면서 그동안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 그리고 세 번 째 맞는 지방선거입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매번 선거 때마다 이른바 ‘선거특별취재팀’으로 뛰어다녔습니다.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한다며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늦은 밤 어느 식당 앞에 잠복하기도 하고, 여론조사결과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리저리 이야깃거리를 짜내기도 했습니다. 한 후보를 정해놓고 새벽 등산로 입구부터 늦은 밤 상가를 도는 현장까지 따라다닌 적도 있구요. 그때마다 늘 경계하는 것과 다짐하는 것은 똑같았습니다. “후보자 중심의 경마식보도를 경계하고, 유권자 중심의 정책선거보도를 하겠다”였습니다. 그래서 때론 여론조사 분석기사를 쓸 때
본명보다 ‘핵관’으로 더 유명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중대 결단’ 발언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언론은 중대 결단이 곧 국민투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했고, 핵관은 뒤늦게 국민투표는 아니라고 부인했다.국민투표는 세종시 논란이 이어지면서 꾸준히 언급됐던 카드 가운데 하나였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꺼낼듯 말듯한 태도를 보이며 국민투표 카드를 적절히 사용해왔다. 실제로 정부와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에 막혀 세종시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국민투표 가능성을 계속 흘렸다. 특히 수도권의 친이계 의원이 중심이 돼 국민투표 대안론이 적잖은 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핵관은 누구나 뻔히 국민투표로 짐작할만한 발언을 한 뒤 논란이 불거지자 ‘언론이 확대해
KBS의 '추적60분'과 MBC의 'PD수첩' 그리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상파 방송사 교양제작의 간판으로 PD가 제작하는 탐사취재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정의롭지 못한 사회구조 그리고 자본의 폭력이라 할 불공정 거래 등을 고발한다. 하지만 그들 프로그램이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사 내부에서 자행되는 불공정거래에 의한 노동착취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불공정 거래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해 1월이었다. 진보세력을 향한 좌충우돌 저격수 노릇을 하는 변희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격대상은 방송사가 아닌 방송노조였다. “약자와 서민을 보호하겠다고 노래를 불러대는 방송노조가 이제껏 방송 권력에 착취당하는 외주업체와 작가들의
지난해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세계 각국의 저명인사 173명이 시민 사회에 대한 반민주적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지난해 촛불집회 탄압에 이어 올해 더 많은 진보단체와 민주적 시민이 탄압을 받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진보적 단체, 민주적 시민들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 ▲용산참사 구속자 석방 ▲집회·시위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소환장 발부 중단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 중단 ▲언론노조 탄압 중단 ▲촛불집회 구속·연행자에 대한 공소 취하 및 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탄압이 계속된다면, 전 세계의 진보 단체와 민주적 시민들의 더 커다란 항의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
최근 영화 ‘공자’가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후진타오까지 나서서 독려하고 아바타 상영을 제한하는 등 당국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던 중국에서도 상황은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다른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영화로 뭘 해보겠다는 목적성이 과도하게 개입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중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명국가’ ‘문명중국’이라는 언설이 적잖이 회자된다는 점이다. ‘문명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조공체제와, 가치개념으로는 천하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중국 지식인들이 말하는 ‘문명국가’라는 개념은 그들 사이에서는 ‘민족국가’의 대안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명중국’에 관해서
공은 다시 한국사회 '무능'함의 대명사격인 '국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또다시 공을 때리지 않고, 그냥 토스해버렸다. 언젠가부터 헌재가 '스티브 블래스 병'(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을 일컫는 야구 용어)에 걸린 투수마냥 매순간 결정을 짓지 못하는 '불능'의 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다. 물론, 모든 사회적 쟁점에서 헌재의 판단을 최종 심급으로 삼고자 하는 작금의 세태 자체가 불합리한 것일지 모른다. 예컨대, 미디어법의 경우 그 판단의 최종 권한을 헌재가 가졌어야 하는 문제였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흔한 사회학 용어로 '87년 체제'의 유산이라 불리는 헌재는 어쩌면 386 컴퓨터의 용량으로 스마트폰의 흉내를 내고 있는 우리 안의 비극적 괴물일지도 모른다.뭐,
지난해 5살짜리 아이가 손담비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 블로그 게시물이 게시 중단 조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동영상을 올린 당사자는 게시 중단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사)음악저작권협회와 (주)엔에이치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번 달 18일 원고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이용자의 향유권을 일부 인정했다는 점 때문에 환영할만한 조치로 평가되고있다. 판결이 난 다음날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부당한 삭제 요청에 대해 세계 최초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규제들을 개선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을 들며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무턱대고 환영할 수만은 없다. 이번 판결은 결과만
최근 트위터를 쓰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트위터 사이트(http://twitter.com)에 가입했다는 것이 맞겠다. 막상 가입은 해놓고도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근 일주일간 방치해 놓은 상태다. 개인적으로 트위터에 가입하고 한 것이라고는 트위터 도전을 권유했던 후배와 능란한 트위터 활용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이름을 얻은 모 진보계열 정치인의 트위터에 연결(?)한 것 외에는 없다. 사정은 함께 트위터 세상에 도전해보자고 강권했던 후배도 다를 바 없는 듯하다. 4년차 유부남인 그는 ‘새로운 경로를 통해 바람을 피우겠노라’는 원대하지만 망상에 가까운 농담을 늘어놓았지만 그 경로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끝없이 갱신되는 새로운 시스템의 위력
경제 권력의 궁극적 목적이 '부의 세습'에 있다면, 정치권력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정권의 연장'에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정권은 재창출을 도모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간단한 이치이다. 대개 경제 권력들이 전전긍긍하는 것은 '부의 세습'을 둘러싼 안달의 결과물 들이다. 편법으로 세습하거나, 나눠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티 안 나게 넘겨주려거나 등등. 반면 '정권 연장'을 도모하는 정치권력들은 언제나 초연한 척 한다. 이른바, 선거를 통한 민주적 세습 이외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밑에선 치열한 암중모색과 이전투구가 있다손 치더라도 겉으로는 대개 무탈한 척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럴 경우에는 보통 추잡함을 감추기 위해 역사와 대의 같은 추상의 것들을 끌어들인다. 예컨대, '역사의 평
요즘 집안이 뜨겁다. 애플을 두고 중딩과 엄마의 힘겨루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보암직하거나 먹음직한 사과 한 알에 모녀가 목숨 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다. 요즘 뜨는 아이폰의 이야기다. 연아폰이 아이들 교실을 강타할 때만 해도 버틸만해서 ‘부모노릇 하기 참 힘든 세상이다’라며 그냥 삼켜버렸다. 잠시 잠잠하더니 스마트폰의 순기능이 모든 매체들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해서 호기심 천국인 중딩의 강렬한 소유욕이 단순한 통신 기계에 있지 않음을 인정해 줘야만 했다. 요즘 중딩들에게 축하해야 할 가장 큰 사건은 아이폰 개통 이란다. 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 천당 아래 동네는 유행에 참으로 민감하다. 중상층 이상의 부모들이 아이 하
오를 기세를 모르고 떨어지던 기온도 얼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만물이 소생하여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 자연은 자연스러움이란 그렇게 움직여 가는 것이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바야흐로, 해빙의 계절은 찾아오고 있는 것일까. 삼성이 한계레, 경향에 광고를 다시 줄 모양이다. 삼성은 어제 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신문 백면(본지의 가장 뒷면) 광고 리스트에 한겨레와 경향을 포함시켰다. 그 광고의 문구는 “세계는 ‘기적’이라 부르고 우리는 ‘결실’이라 말합니다.”였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 이후 거의 2년여만의 일이다. 이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려나. 여기저기서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신빈곤'의 시대에, 부디 이 생경한 복원이 한겨레, 경향의 나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에서 일하고 있는 허재현이라고 합니다. 발 냄새, 땀 냄새 풍겨가며 이런 저런 현장을 뛰어다니다보니 어느 새 기자 짬밥 3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20대인데 어느덧 30대의 나이가 된 것처럼, 마음은 여전히 수습기자인데 경력은 벌써 3이라는 숫자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실력은 없어도 열정 하나만 있으면 용서받던 병아리 언론인의 때를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어지간히 부담도 되지만 이제야 깊은 숲속에 발을 들여놓는 것 같아 조금은 설레기도 합니다. 이런 때 에 ‘못다한 이야기’ 연재를 맡게 되었습니다. 볼 것없이 요란하기만한 저의 졸필 보관함인 블로그(다시한번까딸루냐찬가)가 ‘초큼’ 여기저기 알려진 덕에 이런 연재도 제안 받게 된 듯합니다. 사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사법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여러 가지 방안을 보면 다분히 사법권 길들이기 성격이 짙어 보인다. 시대가 변화하는 것을 거스르고, 민주화 시대의 사법을 자신의 퇴행적인 이념적 잣대에 옭아매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방안도 논의 대고 있다. 특히 법원 내의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공격이 그렇다. 사법부 구성원이 국회 내에 존재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을 해체하라고 하면 국회의원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니네들이 무슨 참견이냐고 냉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대한 공격은 사법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필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법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검찰권의 남용에 대한 통제와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제도적 기
대상에 대한 호명에는 대상에 대해 '객관적'이라고 믿어지는 신화가 담긴다. '명품'으로 호명되는 각종 고가 브랜드 제품들이 한 예다. 명품 소비자들은 제품의 실질적 사용가치보다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타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대중의 신화를 소비하는 데 기꺼이 막대한 돈을 지불한다. 그런 신화의 단면이 '짝퉁'이다. 짝퉁을 산다는 건 명품의 '정당한' 가치라고 믿어지는 만큼의 돈을 지불하지 않고 브랜드의 '객관적 신화'만 툭 떼어내 소유하고자 하는 행위다. 하지만 짝퉁을 산 사람 가운데 자랑스레 "나 짝퉁 샀어"라고 말하는 이가 드물 듯 짝퉁 소비자들은 명품의 가치가 '신화적'이라는 걸 역설적으로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대상에 대한 호명에는 권력의지도 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 말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가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한다는 뜻으로 곧잘 인용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출생에서 사망까지 교육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될 만하다. 갓난아이 때부터 음악듣기, 영어듣기를 쫓아다녀야 하고 대학졸업 후에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늙어서는 일자리를 얻기 위한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을 떠나지 못한다. 과도한 교육비로 인한 가계부담 증가가 출산율을 저하시키고 계층간의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 또 비생산적인 분야에 대한 과도한 지출로 인해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잠식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4분기∼2009년 1/4분기 가계의 교육비 지출액이 40조5,248억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39조1,557
모태범 선수가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이 청년의 나이는 이제 21살이다. 적어도 다음 올림픽까지 어쩌면 그 이후로도 이 청년의 이름은 세계 빙상계의 주요 명사로 언급될 것이다. 우리가 '위더스푼'이나 '데이비스'의 이름을 기억해왔던 것처럼.신기한 일이다. 적어도 나는, 주변에서 취미로 '빙상'을 즐긴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빙상장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선뜻 생각나질 않는다. 스포츠를 어지간히 즐긴다는 사람일지라도 대체로 비슷할 테다. 빙상의 선전이 허구연 해설위원이 CF 모델이 되어서까지 강조하는 '인프라'의 문제는 아니란 말이다. 외신들이 정신줄을 놓는 경이로움을 표하는 상황은 그래서 이해할 만하다. 서너 살 때 동네 빙상장에서
학업을 잠시 중단한 채 머리 깎고 입대하는 주변의 많은 학우들과 친구들을 보아왔다. 한창 젊음을 즐기고 청춘을 만끽할 시기에 군대라는 틀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선배, 동기, 후배들을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늠름하게 여겨왔다. 그리고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여자인 나로서는 약간의 미안함도 있어왔다. 그런데 요즘 나는 대한민국 보통의 남자라면 꼭 치러야 할 군 복무가 과연 신성한 것이라 할 수 있는지 깊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병역의무가 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의무'이기 이전에 우리 학생들에게는 '빚더미 멍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든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기꺼이 군대를 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국방의 의무, 병역의 의무라는 국민의 4대 의무를 성실히 지키기 위해서 군으로 향
‘지랄탄’이라는 게 있었다. ‘빠바바방’ 소리와 함께 경찰의 페퍼포그 차량이 쏟아낸 지랄탄은 일정한 방향 없이 사방으로 튀며 최루가스를 쏟아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니 일단 지랄탄이 떨어지면 최대한 멀찌감치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권위주의 정권이 사랑한 지랄탄은 대규모 시위대를 해산시킬 때 효과적이었다.지랄탄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최루탄은 과잉진압의 상징이었다. 최루탄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아졌다. 민주화 이후 지랄탄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민주노동당과 전교조, 전공노를 겨냥한 검경의 수사 행태가 바로 이 지랄탄을 떠올리게 한다. 정확한 수사 대상과 수사 범위, 수사의 목적을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저기 쑤셔대다가 걸리면 걸리는대로 걸겠다는 건지, 크게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