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울컥, 비릿한 핏덩어리가 미끌리더니 뒤이어 뱀처럼 얽힌 살색 빛깔 인간들, 짓이겨지고 터지는 토마토들, 찢긴 휴지 조각들, 떠는 성기들, 분출하는 활화산들, 우글거리는 혓바닥들, 더럽혀진 걸레들, 붉은 꽃다발, 거미 떼, 낙지 촉수에 붙은 빨판들, 끈적임들, 뭉개진 입꼬리들, 헤픈 웃음과 자지러지는 비명들…….홍승희 작가의 을 읽을 때의 내 내면 풍경이다. 의 언어들이 내가 꽁꽁 닫아 둔 ‘섹슈얼리티 창고’를 활짝 열어젖혔기 때문이었다.은 운동단체 ‘효녀연합’의 홍 자매로도 알려진 홍승희 씨가 자신의 섹슈얼리티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화장실에서 초조하게 임신테스트기를 바라보던 어느 날 오후, 두 개의 붉은 선이 선명하게 드러났
비평
도우리 객원기자
2019.01.13 12:49